“병원 지하실엔 장기적출 대상자 10여명 상시 수감” 中 군의관

강우찬
2023년 09월 18일 오후 5:31 업데이트: 2023년 09월 18일 오후 7:50

인권단체, 공산당 장기적출 추가 증거 공개
하얼빈시 211병원 군의관 증언 “적출 후 소각”

중국 동북부 하얼빈시의 한 군병원 지하에 장기적출 대상자를 가둬두고 ‘주문’에 따라 장기를 적출해 조달하는 시설이 존재한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비정부기구(NGO) ‘파룬궁 박해 추적조사 국제기구(WOIPFG·이하 추적조사)’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의 인민해방군 211병원을 지목해 이같이 밝혔다.

‘추적조사’ 대표인 왕즈위안 박사는 “2년에 걸쳐 조사·분석하고 현지 조력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등에 따르면 211병원 지하에는 이식용 장기를 적출하기 위한 파룬궁 수련자 10여 명이 항시 수감돼 있다”고 최근 공개했다.

중국 군의관 출신으로 1995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심혈관연구센터에서 의학연구를 하기도 한 의사인 왕즈위안 박사는 2006년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을 다룬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아 직접 조사를 시작했고 현재 추적조사 대표를 맡고 있다.

왕즈위안 박사는 2019년 4월 중국에서 강제 장기적출로 숨진 파룬궁 수련자 장슈친의 ‘다잉 메시지(살인 사건 피해자가 죽어가면서 남긴 전언)’를 지난 7월 발표한 바 있다.

메시지가 담긴 영상은 211병원 군의관 A씨가 장기를 적출당한 장씨의 숨지기 직전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A씨는 그녀의 시신을 수습한 후 당시 상황을 설명한 글과 함께 제보했다. 중국 내 여러 조력자들의 목숨을 건 도움 끝에 지난 2020년 12월 ‘추적조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장기적출은 중국 공산당이 가장 엄밀하게 은폐하고 있는 정권 차원의 범죄다. 이런 범죄의 직접적인 피해자의 증언을 담은 영상이 촬영될 수 있었던 것은 장기 적출 후 숨이 끊어진 것으로 여겨졌던 장씨가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사후 시신 수습을 맡은 군의관 A씨만 홀로 있는 상황에서 의식을 되찾은 장씨가 도움을 요청했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A씨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게 된 것이다.

‘추적조사’는 이 영상을 2020년 말 입수해 2년에 걸친 사실 확인작업을 거쳐 지난 7월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제보자 안전을 위해 증거의 일부만 공개했는데 이번에 남은 증거 중 일부를 추가 공개했다.

7월 공개된 1차 자료를 보면, 장씨는 2019년 4월 28일 하얼빈시 211병원에서 신장을 적출당한 뒤 수술 부위 봉합 없이 수술대에 방치된 상태로 A씨에게 넘겨졌다. 211병원은 2018년 연근보장(병참)부대 962병원으로 개명했으나, 여전히 211병원으로 불린다.

강제 장기적출 당해 숨진 여성의 ‘다잉 메시지’

자료에 실린 A씨의 설명에 따르면, 강제 장기적출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의사그룹이 있었고 이들이 ‘작업’을 마치고 나면 감염병과(감염내과)에 근무하는 군의관 A씨가 시신 처리를 위해 투입됐다.

A씨의 역할은 시신을 봉합하고 급속한 부패 등을 막기 위해 멸균처리를 하는 것이었다. 수술 부위가 벌어진 상태로 시신을 화장할 경우 “보관이나 운반 과정 등에서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시신 일부가 흘러나오는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서”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A씨가 주변을 정리하던 도중 숨진 것으로 보였던 장씨가 그의 옷깃을 잡으며 “도와달라”고 말한 뒤 다시 의식을 잃었다. A씨가 살펴보니 장씨는 신장 1개만 적출됐고 간은 절개 흔적이 있었으나 적출되진 않았다. 그 덕에 숨이 붙어있었을 것으로 A씨는 추측했다.

A씨는 장씨를 비품 보관실로 옮겨 진통제와 포도당을 주사하고 상처를 봉합해 줬다. 이미 상황은 절망적이었으나 장씨는 다시 정신을 차렸고 “더 이상 도울 방법이 없다”는 A씨에게 자신의 유언을 영상으로 남겨 다른 이들에게 이 사건을 알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자신이 어떻게 파룬궁 수련자가 됐고 이후 공산당의 어떠한 탄압과 고초를 겪었는지 알려주며 “지금 악에 맞서지 않으면 후손들은 (공산당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장씨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그녀의 유언을 녹화하게 됐다.

중국 보건당국은 요건을 갖춘 일부 병원에만 장기이식을 공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하얼빈 211병원은 장기이식 수술이 허용되지 않은 병원이다. 강제 장기적출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 병원에서 장기이식 수술이 이뤄졌다면 이는 중국 현행법상 위법이다.

왕즈위안(汪志遠) ‘파룬궁박해 추적조사 국제기구(WOIPFG)’ 대표가 강제장기적출 중단을 호소하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추적조사’는 강제 장기적출 공모자들이 211병원을 택한 이유로 ‘감염병과’의 존재를 들고 있다. 중국 코로나19 확산 기간, 각 병원 감염병과에서는 전염 차단을 이유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시신 화장 처리가 대량으로 이뤄졌다.

왕즈위안 박사는 “강제 장기적출은 범죄조직이나 병원 관계자들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파룬궁 수련자의 체포, 이송, 수감 등에는 사법당국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 사실상 공산당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범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산당은 강제 장기적출 범죄 은닉을 위해 시신을 소각한다. 피해자의 장례라도 치르게 된다면 장기가 사라진 것이 드러나 범죄 증거가 되기 때문”이라며 “하얼빈 211병원이 선택된 것은 시신 소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왕즈위안 박사는 또한 “장씨의 장기를 적출한 의사들은 211병원이 아니라 다른 병원 소속이었으며, A씨에 따르면 매번 적출 수술을 집도한 의사 그룹이 달랐다고 했다”며 지역 내 여러 병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사형수 장기를 사용하는 관행을 그만뒀으며 중국인들의 자발적 기증이 유일한 장기 공급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왕즈위안 박사는 장씨 사건이 2019년 4월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사형수나 범죄자가 아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 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 범죄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고 지적한다.

‘추적조사’는 파룬궁 수련자에 가해진 박해와 그 관련자들에 관해 전방위적 조사를 지난 15년 이상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수집한 자료에는 조사원의 전화통화를 통한 중국 병원 관계자나 의료인, 공산당 간부들의 음성 녹음파일과 녹취록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추적조사는 이번 장씨 유언 공개 후 몇 시간 만에 공식 홈페이지 개설 이후 최대 규모의 사이버 공격이 가해지면서 사이트 접속이 원활치 않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이번 사건 폭로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