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강제장기적출·파룬궁 탄압 중단 해야”세계 전문가들 한 목소리

세계인권선언 75주년 기념 원탁토론

정향매
2023년 12월 14일 오후 8:46 업데이트: 2024년 01월 13일 오후 5:05

올해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을 맞는 날이다. 국제사회는 이날을 기념하며 오늘날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집단을 돕기 위한 행동 방안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33~1945년, 나치 독일 정권은 추축국·협력자와 함께 유럽계 유대인 600만 명을 제도적으로 탄압하고 조직적으로 학살하는 홀로코스트를 저질렀다. 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회 유엔 총회에서 국제사회는 홀로코스트와 기타 반인도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524개 언어로 번역된 해당 선언문은 억압받는 사람들과 그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등불로 여겨져 왔다. 

세계인권선언은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졌지만, 세상에는 타고난 보편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소외된 집단이 여전히 존재한다. 태고의 지혜와 고대 문명을 간직하고 공자·노자의 고향이기도 한 중국 땅에서는 수십 년간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NGO 단체 다포(DAFOH·강제 장기적출을 반대하는 의사들)는 이날 온라인 원탁토론을 통해 세계인권선언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국제사회가 중국 당국의 강제 장기적출, 파룬궁 탄압 등 반인도 범죄에 효과적으로 개입하지 못한 이유, 문제 해결 방안 등을 다뤘다. 다포는 의료윤리 보호에 노력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6년, 2017년 두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하워드 몬수르(Howard Monsour) 박사는 미국 텍사스대학 의대 헤르만 메모리얼 병원 간이식 의료 책임자, 휴스턴 감리교회 병원 간과 과장, 간암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이날 토론에서 중국에서 발생하는 강제 장기적출 범죄를 인식하고 다포에 합류한 사연과 텍사스주 강제 장기적출 반대법 입법을 위해 협력한 경험을 공유했다. 

중국 당국이 저지른 강제 장기적출 범죄의 최대 피해자는 파룬궁 수련자들로 알려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중국 태생 파룬궁 수련자 윈스턴 리우(Winston Liu)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리우 씨는 파룬궁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1999~2003년 네 차례 중국 감옥에 수감됐다. 2005년 캐나다로 망명한 그는 캐나다 캘거리대학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12년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현재 컴퓨터 제어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중국 감옥에서 겪은 일을 회상했다. 

데이비드 메이터스 국제 인권 변호사가 윈스턴의 증언과 관련해 보충 설명을 했다. 메이터스 변호사는 지난 10년 동안 40여 개국을 방문해 중국의 양심수 강제 장기적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서 2006년 7월, 고(故) 데이비드 킬고어 전 캐나다 국무장관과 함께 독립 조사를 통해 ‘중국의 파룬궁 수련생 강제 장기적출 혐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사람은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독일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협회(IGFM)가 수여하는 인권상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메이터스 변호사는 토론에서 “윈스턴 리우의 이야기는 중국 파룬궁 수련자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일”이라며 “조사를 통해 이와 유사한 사연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에서 파룬궁 수련자를 악마화하고, 그들에게 공산주의 선전물 관람을 강요하고, 개인 소지품을 탈취하고, 감시·구타·고문을 하고, 정신적 학대를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또 중국 교도소에는 수십 만 명의 파룬궁 수련자가 수감돼 있다. 교도소 관계자와 일반 수감자 인터뷰를 통해 중국 감옥에서는 파룬궁 수련자에 한에서만 체계적인 장기 및 혈액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 미국 흉부외과 전문의이자 애리조나주립대 의과대 부교수로 재직 중인 자인 칼피 박사는 국제 의학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서 밝힌,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장기이식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실에서 알 수 있다고 했다. 기증자 풀이 불투명하고 사전 동의도 부족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기가 아닌 인간의 장기를 사용한 점으로 미뤄볼 때 중국에는 인체 장기 공급원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는 “장기 공급원의 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규모로 추정된다”며 “위구르족도 인신매매 캠프에 수감돼 있기 때문에 해당 수치는 7천만~1억2천만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물자, 자원, 인프라 구축이 필수인 국가 주도 강제 장기적출은 인신매매 과정에서 일어나는 장기적출과 완전히 다르다”며 두 가지 범죄 형태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톨스턴 트레이 다포 상임이사도 칼피 박사의 견해에 동의했다. 그는 강제 장기적출은 ‘의료 남용에 해당한다며 중국 정부가 현대의학, 의료계를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언론,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수 서구 언론이 중국 당국의 범죄에 침묵하는 이유도 언급했다. 중국의 종교적 자유와 인권을 다루는 온라인 매거진 <비터윈터>의 마르코 레스핀티 편집이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요즘 중국을 바라보는 기자들은 거대한 블랙홀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티베트인, 위구르족, 파룬궁 수련자 등에 대한 인권·종교 자유 침해를 열거할 수 있다. 저널리스트들은 이 모든 것을 쉽게 문서화할 수 있지만 종종 침묵한다. 중국 공산당은 해외 언론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유료 일간지에서 중국 투자, 중국인의 행복한 삶을 묘사하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신장 지역을 평온한 곳으로 선전하지만 그곳엔 강제수용소가 다수 설치돼 있다. 최근 이탈리아 유명 주간지 칼럼에 강제 장기적출 관련 기사가 게재됐다. 짧지만 깊이 있는 글이었다. 이후 중국대사관은 해당 언론의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어 칼럼을 작성한 두 기자를 비난했다. 

중국의 강제 장기적출 문제는 문서화가 잘돼 있으며 신문의 1면 헤드라인 기사로 다뤄야 하는 사안이지만, 이러한 이슈를 보도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통계청 공식 발표 내용을 보도하는 일은 비교적 쉽기 때문에 다수 언론인과 미디어 종사자는 강제 장기적출 관련 세부 사항을 다루고 싶어 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이 퍼뜨리는 거짓 정보를 그대로 보도하는 게 더 쉽고 편할 때도 있다. 

그에 따르면 중국 밖 해외에서 일하는 기자는 취재원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상황을 확인하거나 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 중국 특파원은 취재원을 확보할 수 있으나 중국에서 거주하고 일하므로 이러한 조건을 활용할 수 없다. 의료계가 중국 당국의 주장과 상반되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 속에서 다수 국가의 입법자들은 강제 장기적출 반대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는 영국에서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상원의원 필립 헌트 경(킹스 히스)이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중국 당국의 영향력과 각국이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입법은 쉽지 않다”면서도 의사 집단이 입법 과정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세계인권선언을 언급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토론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것은 비극과 공포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 모두가 삶의 모든 측면에서 따라야 할 상징이며 아무리 힘들어도 달성해야 할 인류의 목표이다.”   – 하워드 몬수르(Howard Monsour) 박사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 윈스턴 리우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발표됐다. 홀로코스트의 유산이다. 이는 홀로코스트의 교훈이고, 인권을 인정하지도 믿지도 않는 세상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인권선언이 적어도 원칙상 보편적이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구현하고, 현실화하며 실현하는 것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  – 데이비드 메이터스 변호사

“우리가 돌보는 환자들을 위해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매우 강력한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 자인 칼피 박사

“세계인권선언은 희망을 준 획기적인 문서지만, 동시에 그 문서나 국제사회의 입장이 너무 늦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한 사실이다. 600만 명의 유대인과 수백만 명의 기타 희생자들의 목숨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를 교훈 삼아 사후 조치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차원의 인류 대재앙을 예방할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  – 톨스턴 트레이 상무이사

선언이 나오기 전 선언문도 없었고 나중에 정권에 맞설 수 있는 것도 없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선언에 기반해 유엔에서부터 중국을 정상적인 국가로 간주하고 거래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르코 레스핀티 <비터윈터> 편집이사

“세계인권선언은 현재 매우 어려운 글로벌 상황에 부닥쳐 있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우리 중 누구도 수많은 국가에서 인권이 위협받고 있는 거대한 도전으로부터 도망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해당 선언이 1948년 당시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내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이 보편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강제 장기적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해당 분야에서 실제로 대항해 싸우고, 결국에는 이 끔찍한 관행을 타파하고 중단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영국 상원의원 필립 헌트 경(킹스 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