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늘었는데…美 “韓도 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해야”

황효정
2024년 02월 1일 오후 3:25 업데이트: 2024년 02월 1일 오후 3:45

올해 1월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작년보다 56% 이상 늘어나고 대(對)중국 수출이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된 가운데 미국 반도체 업계가 한국 기업도 중국에 첨단반도체 제조 관련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93억7000만 달러로 작년보다 56.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로 따져보면 지난 2017년 12월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對)중 수출이 107억 달러를 기록, 지난해보다 16.1% 증가했다. 이로써 대(對)중 수출 증가율은 2022년 5월 이후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대중 수출이 증가한 상황에 힘입어 전체 대중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한국의 최대 수출국 자리는 중국이 차지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을 둘러싼 대외 여건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대중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돼 수출 플러스, 무역수지 흑자, 반도체 수출 플러스 등 수출 회복의 네 가지 퍼즐이 완벽히 맞춰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기사의 이해를 돕는 자료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입장에서 “미국 기업들은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에 일체 수출할 수 없는 반면 한국, 대만, 일본 등 외국 경쟁사들은 품목별 수출 통제(list-based control) 대상이 아닌 장비를 중국의 첨단 반도체공장에 수출할 수 있고 그런 장비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SIA는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반도체 관련 미국과 같은 품목을 통제하고 같은 허가 절차를 두는 수출 통제를 도입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구상과도 유사하다.

지난달 12일 한국 전략물자관리원이 미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엘렌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적국에 첨단기술이 넘어가지 않도록 한국 등 동맹과 함께 새로운 수출 통제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반도체 산업의 경우) 한국의 참여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한국의 참여 없이 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미 반도체 업계의 요구에 응한다면 한국에 대(對)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은 모든 동맹국이 적극적으로 대(對)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더 엄격한 수출 통제를 도입하라고 한국을 압박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 측은 아직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