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에 의한 정치’를 논하다 (중)

2015년 7월 1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3일

 

1947년, 첫 번째 레비타운이 뉴욕 롱아일랜드에 건설됐다. 이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였다.… 지방 도시가 건립한 새로운 학교 시스템, 오락시설 및 배후의 관리부서 등 일련의 문제는 수많은 미덕이 만들어지는 조건을 또다시 만들었다.… 19세기 새로운 주, 지역 및 신흥 도시가 정치 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각축장이 되었던 것처럼, 수많은 신규 도시와 다양한 지역 문제는 20세기 중반, 미국의 정치적 흥미와 활력을 모두 일깨웠다. – 다니엘 부어스틴 ‘미국인의 민주역정’

공립학교 관리의 지역사회 참여 제도

미국인이 지역사회 공립학교의 관리에 참여하는 것은 자치의 주요 내용이다. 미국 공립학교 운영비는 주로 현지 주민의 부동산세 및 일부 주 정부의 재정 보조로 이뤄진다. 매 도시에는 현지 주민이 뽑은 교육위원회가 학교 관리에 참여한다. 교육위원은 모두 현 학군의 납세자이며 과거 학부형일 수도 있다.

내가 사는 소도시의 교육위원 중 마흔이 안 된 한국계 의사가 있는데 아시아 대표라 할 수 있다. 학교와 관련된 큰일은 모두 교육위원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학교와 교육위원회의 의견이 불일치하면, 학군 내 주민 표결을 공고하고 통지한다.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은 학부형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내는 세금은 학교 운영비를 지원한다.

중국인에게 입학은 매우 큰 일이며, 특히 외부에서 온 임시 거주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미국에는 그런 문제가 없다. 월세든 자가든 상관없이, 취학 연령 청소년은 모두 현지 학교에 입학할 권리가 있다.

내 아들이 미국에 막 왔을 때, 입학 등록을 위해 학교에서 공고한 날(개학 3일 전)에 학교를 찾아갔다. 등록에 필요한 서류는 집문서, 월세 계약서, 수도·전기료나 가스요금 명세서 중 하나면 충분했다. 이 문서에 거주자의 이름이 있으면, 현지 주민임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외국 학생은 등록하면 곧바로 반 시간 정도 수학 테스트를 받는데, 학생 수준에 따라 일반반 또는 우열반에 편입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왜 수학을 선택했을까? 공식과 계산 방정식에는 언어 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전체 과정은 더욱 놀라운데, 테스트 완료 후 30분도 안 돼 입학 통지서와 과정표를 받을 수 있다. 외국 이민자인 내 상황은 중국 시골에서 대도시로 올라온 임시 거주자들과 비슷하다. 임시 거주자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내내 매우 큰 문제이다. 그래서 수속을 마친 후에도 내가 입학 수속을 제대로 마쳤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역사회 주민의 ‘폭넓은 관여’

내가 기억하기엔, 최근 몇 년간 학군 주민이 표결한 상황은 3건이었다. 첫 번째는 주 정부가 학교에 주는 보조금이 줄어들자, 학교에서 아침에 스쿨버스가 지나는 정류장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예컨대, 내가 사는 지역에는 원래 4개 정류장에 5분씩 정차했지만, 이제 정류장이 1개로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똑같은 버스로 똑같은 시간에 2번 왕복할 수 있어, 1년에 약 280만 달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결정은 6~8학년 학부형들의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정류장이 줄면 아이들이 버스를 타러 10분 이상 걸어야 하는데, 눈 내리는 겨울에는 너무 힘들다는 이유였다. 이후 학부형 3백여 명이 연합 반대서명을 내자, 교육위원회는 현지 주민 공청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스쿨버스 정류장을 유지하려면, 부족한 280만 달러의 예산을 부동산세 증세를 통해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공청회는 토요일 6시 중학교 도서관에서 열렸고, 주민 2백여 명이 참석했다. 학부형 대표가 왜 스쿨버스 정류장을 줄이면 안 되는지 발표하자, 내용을 준비해 온 일부 지역 주민대표가 이렇게 의견을 표했다.

1. 큰 눈이나 눈보라가 내릴 경우 학교는 보통 휴교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눈보라를 무릅쓰고 등교할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2. 아이들이 빗속에서 몇 분 걷는 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겪을 수많은 일 중, 비바람은 그저 작은 일에 불과하다.

3. 세금을 올릴 경우, 학군 내 모든 가정은 일부 학생의 등교 거리를 줄이기 위해 매년 100달러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등교할 아이가 없는 가정에 매우 불공평하다.

4. 세금을 올리게 되면, 이후 내릴 가능성이 별로 없다. 지역 내 다른 공공사업도 많기 때문에, 끊임없는 증세가 가져올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교육위원회는 토론회의 양측 의견과 스쿨버스 정류장을 유지해 달라는 학부형과 학생의 연합 서명을 교육위원회 사이트에 공개하고, 한 달 후 주민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고했다. 한 달 후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투표에 참여한 1만여 명의 주민 중, 70%가 정류장 축소에 찬성했다.

두 번째 상황은 교사용 노트북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2년 전, 학교 운영비에 여유가 생기자, 학교는 모든 교사에게 노트북을 주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예산 외 지출이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교육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토론을 펼쳤다.

당시 위원회 운영진의 의견은 팽팽히 맞섰는데, 찬성 2명, 반대 2명에 1명은 기권했다. 결국 작은 규모의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

당시 회의에는 1백여 명이 참석했는데, 그중 회계사, 변호사, 엔지니어, 기업 경영인, 도서관 사서, 대학교수, 목사, 자영업자 등도 포함됐다. 참석자들은 노트북의 용도나 교사들에게 노트북이 필요한지 여부를 놓고 토론했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1. 중학교 교사는 주로 교내에서 업무를 보는데, 학교에는 이미 데스크톱 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2. 학교 도서관 및 수학 전용 컴퓨터실에 총 100여 대의 공용 컴퓨터가 있어, 컴퓨터가 고장 나더라도 공용 컴퓨터를 사용하면 된다.

3. 노트북은 주로 출퇴근이나 여행 중 사용하거나, 직장인들이 즉시 처리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사용한다.

교사 업무 중 출퇴근 중에 처리해야 할 일은 많지 않고, 여행은 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노트북을 줄 필요는 없다. 만약 개인적으로 필요하다면, 직접 구매해야 한다.

토론회에서, 도시 경계에 사는 한 의사는 이웃 도시 학교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며, 여력이 된다면, 이웃 도시의 일부 아이들을 이곳 학교로 데려와 가르칠 수 없는지 질의했다. 토론 결과, 이웃 도시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지만, 스쿨버스 정원 문제로 등하교시켜줄 수는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등교는 학부모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지출에 깐깐하던 주민들이 조건이 된다면 ‘이웃 주민’을 돕겠다고 나서는 걸 보고 당시 나는 매우 감동했다. 장미를 선물하는 사람에게는 장미 향기가 남는 법이다.

약 보름이 지난 후, 교육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공표했다. 학교가 공금으로 교사용 노트북 200여 대를 구매하는 안건은 부결한다. 본 학군은 이웃 도시의 아이들이 등교하는 건 허용한다. 인원은 학년별 10명으로 제한하고,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단, 등하교 문제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
중국의 공청회와 다른 점은, 공청회에 정부 대표가 참석하지 않고 교육위원회가 자치 기구라는 점이다. 또한 참여자는 자원 원칙에 따르며, 현지 주민은 모두 이익 관계자로 여겨 공청회에 자유롭게 참여해 의견을 발표할 수 있다.

고속도로와 ‘구간별’ 청소

미국 지방 도로, 국도 및 고속도로 주변 녹화 지역에는 항상 쓰레기가 쌓여 있다. 어느 날 누군가 그곳을 청소하는 걸 봤는데, 중국인인 나는 당연히 환경미화원이 일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이 주말 동안 자원봉사 모임에 나가 청소하는 걸 보고, 도시에서 이런 일도 자치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걸 알게 됐다.

도로 주변 청소 작업은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첫 번째는 지역 사회 봉사이다. 이건 다시 두 종류로 나뉘는데, 그중 하나는 징벌식 방법이다. (예, 교통법규 위반 시) 도시의 운전자 수첩에는 음주 운전, 자동차보험 미납부, 운전면허증 미갱신 등 각종 벌칙이 나와 있는데, 규정 위반자는 감점, 벌금, 강제 수업 외에도 5~15일간 지역 사회 봉사에 참여해야 한다.

지역 사회 봉사에는 도로 주변 청소도 포함돼 있다. 학교에서 심한 처벌을 받은 중고생(14세 이상)도 이 같은 지역 사회 봉사를 하도록 처분받는다. 두 번째는 자원봉사이다.

미국의 8~11학년 중고생은 방학 동안 지역 사회 봉사를 하도록 격려받는다. 예컨대, 도서관 자원봉사, 지역 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집 안 청소, 장애인을 휠체어에 태우고 같이 산책하기 등이다.

11학년 이상 고학년 학생은 직접 운전해 다른 지역에서 봉사하거나, 각종 공공 봉사를 할 수 있다. 내 아들은 11학년 방학 때 집에서 몇 십 마일 떨어진 지방 자선 극단에서 연출 보조로 일했다. 매주 이틀 오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했는데, 자원봉사는 책임감을 강조하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보통 참석해야 한다.

두 번째는 NGO를 통해 구간을 나눠 청소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NGO를 세우는 건 비교적 쉽다.

(면세 계좌를 만드는 데는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일부 중고생이나 적극적인 사람은 보통 임시 조직을 만들어 자원봉사에 참여할 인원을 모집한다. 이후 인력 상황에 따라 관련 부서에 일부 구간의 청소 업무를 신청한다. 청소는 정기적으로 하든, 일회성으로 하든 모두 상관없다.

아들의 중고교 친구 중 보이스카우트를 열심히 하다가,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전 도시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임시로 친구 십여 명을 모아 50마일의 거리 청소를 신청했다. 친구들과 일을 분담해 진행한 결과, 청소는 이틀 만에 모두 끝났다. 알려진 바로는, 구간 청소에 참여하는 지원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중국과 다른 점은, 미국 청소년은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 과정 중 사회 참여의 일환으로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외에 학교나 이웃은 아이가 자원봉사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단, 대학 입학을 신청할 때, 중고교 시절 사회 활동에 참여했는지 묻는 항목이 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학생은 해당 내용을 기재할 수 있고, 대학에서는 이런 사실을 근거로 해당 학생이 사회적 책임감이 있고,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는지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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