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모양 국악기 비파를 기억해 주세요” 광화문서 시민향유 공연

정향매
2023년 06월 24일 오후 8:26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2

“오늘 제 연주를 듣고 ‘비파는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악기다’ 이것 하나만 기억해 주시면 저는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6월 23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 열린 ‘문화가 흐르는 예술마당’ 6월 여덟 번째 공연 무대에 오른 비파 연주자 마롱은 이 같은 바람을 전했다. 비파는 물방울 모양의 몸통에 긴 목이 달린 동양의 전통 현악기다. 상반되는 두 음색을 동시에 만들어 내는 독특한 음색을 지닌다. 

마롱은 “비파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오랫동안 유전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잠깐 사라졌다 다행히 약 36년 전부터 복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연주자 수는 열 명 안팎으로만 유지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30분간 이어진 공연에서 마롱은 ‘개화기밴드 야시시(夜時詩)’의 ‘먼 훗날’, 영화 ‘왕의 남자’ OST ‘인연’, 자신의 첫 싱글 곡 ‘Fin(끝)’, 한국 노래를 대만 가수가 번안한 ‘백월광(白月光)’ 등 현대곡 4곡을 비파로 연주했다. 

마롱은 이날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그려진 개량 한복을 입고 공연에 임했다. 일월오봉도는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 소나무 등을 그린 그림이다. 조선시대 궁궐 정전의 어좌 뒤편에 놓였던 병풍에 그려진 그림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비파 연주자 마롱.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무더운 여름날 한복 차림으로 연주하는 이유를 묻자, 마롱은 “비파가 한국에서 종적을 감춘 시간이 꽤 길어서 국악기나 클래식 악기로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공연에서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아름답다’는 반응과 함께 ‘한국에도 이런 악기가 있구나’라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거의 매번 행사마다 이런 복장으로 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악기 가운데 비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마롱은 “어릴 때 영화에서 비파 연주를 처음 듣고 소리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배우고 싶었지만 당시 한국에는 비파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없어서 대신 피아노, 색소폰 등의 악기를 배웠습니다. 그러다 20대 초반에 비파를 다루기 시작해 지금까지 14~15년이 됐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파를 아는 사람도 대다수는 비파가 중국 악기라고 생각합니다.비파는 한국에도 있었던 악기’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하면  이 악기는 우리에게 돌아올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연주가 시작되자 무대 앞 계단과 근처 벤치로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던 직장인, 가족·친구 등과 함께 산책 나온 시민들, 외국인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비파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시민들이 무대 앞 계단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친구들과 서울에 놀러 온 시민 A 씨는 “비파는 생소한 악기예요. 사극에선 많이 나오지만 연주 모습을 직접 본 건 처음인데 음색이 좋네요”라고 했다. 

A 씨와 함께 자리한 B 씨는 “중국 악기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비파가 있었네요”라고 했다.  

현장에는 아이와 함께 공연을 감상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조용히 비파 연주를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한 어머니는 마롱의 무대가 끝나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마롱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마롱의 설명을 듣고 나서 아이는 비파를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재즈밴드 앤틱문, 뮤지컬갈라 그룹 브리즈뮤지컬도 함께했다. 서울시 대표 시민향유형 공연 행사인 ‘문화가 흐르는 예술마당’은 올 11월까지 매월 광화문광장과 노들섬 상설무대에서 시민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