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中 최대 자산관리회사 화룽 신용등급 정크 강등

정향매
2024년 01월 21일 오전 9:10 업데이트: 2024년 01월 22일 오전 11:09

피치 등급은 한 단계만 내려가면 ‘정크’

미국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중국 최대 자산관리업체 화룽(華榮)자산관리주식유한회사(이하 화룽자산운용)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인 정크 등급으로 강등했다.

영국의 피치, 미국의 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히는 무디스는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채무 상환 능력을 종합 평가해 국가, 은행, 채권 신용등급을 발표한다. 신용등급을 최고 Aaa부터 최하 C까지 21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11번째인 Ba1 등급부터는 투자부적격으로 판단된다.

또한 현 등급에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으면 ‘긍정적’,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 같으면 ‘안정적’,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이면 ‘부정적’이라는 표시를 해당 등급 뒤에 붙인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화룽자산운용을 기존 ‘Baa3’에서 ‘Ba1’으로 한 단계 내렸다.

화룽자산운용은 중국 재정(財政)부가 대형 은행의 부실 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설립한 4대 자산관리업체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적자 1029억300만 위안(19조5600억 원)을 내며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라이샤오민 당시 회장은 17억8800만 위안(약 3397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다음 해 1월 사형이 집행됐다.

무디스는 작년 화룽자산운용 역외 융자 도구의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했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 부동산 침체가 업체에 미칠 영향이 우려돼서”라고 밝혔다. 화룽자산운용이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실 자산 관리, 인수, 구조조정에 참여함으로써 자산 건전성이 계속 압박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룽자산운용은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시중 은행으로부터 높은 신용 한도를 부여받을 것이라고 무디스는 전망했다.

피치와 S&P는 여전히 화룽자산운용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화룽자산운용 외에 중국 4대 국영 자산관리업체 중 나머지 3곳인 만리장성자산운용, 오리엔트자산운용, 신다자산운용의 신용등급도 각각 1~2등급씩  하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 중국 부동산 시장 회복 부담과 경제 성장 둔화가 계속 이들 기업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초 중국 금융 규제 당국은 화룽자산운용, 신다자산운용을 비롯한 일부 자산관리업체를 통해, 병들어가는 부동산 부문이 연명할 수 있도록 수혈해 줬다. 부동산 부문 구제에 동원된 일부 자산관리업체는 이미 위험에 노출됐을 뿐 아니라 수익에도 타격을 입었다.

블룸버그는 “무디스의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지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부동산 부문의 악재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최신 경고”라며 “올해 초 피치가 중국 자산관리업체의 재무 상태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이들 업체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이달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4대 국영 자산관리업체의 신용등급을 모두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신다자산운용과 오리엔트자산운용의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화룽자산운용과 만리장성사잔운용은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피치는 신용등급을 최고 AAA부터 최하 D까지 23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A+에서 A-는 채무 상환 능력이 높지만 상위 등급보다는 경기 침체와 시장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기 쉬움을 의미한다.

BBB+에서 BBB-까지는 채무 상환 능력은 충분하나, 상위 등급의 기업보다는 경기 침체와 시장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기 쉬움을 뜻한다. 그 하위 단계인 BB+부터는 투기 등급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의 신용등급 단계 |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