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뢰…中·홍콩 증시 2년간 총 8339조원 증발

정향매
2024년 01월 24일 오전 10:35 업데이트: 2024년 01월 24일 오전 11:36

올해 들어 20일도 안 된 사이 6조원 뭉칫돈 해외로

지난 2년 동안 홍콩과 중국 증시에서 외국 투자자의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6조300억 달러(8339조 원)가 증발했다고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지난주 홍콩H지수(HSCEI)는 6% 이상 급락했다. 8년 만에 최악의 1월 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시가총액, 거래량 기준으로 선별된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올해 들어 11% 하락했다. 기록적인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증시를 대하는 투자 전략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며 “주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던 투자자들이 (전략을 바꿔) 수동적으로 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본토의 CSI300지수는 지난 10주 중 9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CSI300 지수는 중국본토 상하이거래소, 선전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주식 종목 중 시가총액의 규모, 유동성, 거래량, 재무현황 등을 반영한 300개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과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총 8339조 원이 증발했다. “투자자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며 “중국 당국이 직면한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고 통신은 진단했다.

중국 증시가 역풍을 맞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동산 부문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고, 디플레이션 압력은 커지고 있으며 미·중 간의 경쟁도 진정되지 않았다. 올해 말 치러질 미국 대선도 중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최신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시아 펀드매니저들은 중국 자산 비중을 12%포인트 줄였다. 이들의 보유한 중국 자산의 순비중은 20%로 떨어져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비중을 기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의하면 주식 수익률(벤치마크)을 추적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이달 중국과 홍콩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3억 달러(4017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이들은 작년 하반기 지수가 하락했음에도 7억 달러(약 9377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도 기록적인 분기별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2023년 2분기(4~6월) 투자금 27억 위안(약 5022억 원)을 철회했다. 같은 해 3분기(7~9월), 4분기(10~12월)에는 각각 801억 위안(약 15조 원), 595억 위안(11조 676억 원)을 인출했다. 올해 들어 20일도 채 안 되는 기간, 외국 자본 314억 위안(5조8407억 원)이 중국에서 이탈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 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는 지난 20일, 2.2% 하락하며 5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