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세상 떠난 아내 사진 찾아주세요” 76세 노인의 안타까운 사연

황효정
2023년 12월 21일 오후 2:43 업데이트: 2023년 12월 21일 오후 3:08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사진이 담긴 USB와 노트북을 잃어버린 할아버지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0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는 “어제 계양역 갔다가 눈물 찔끔 함”이라는 글과 함께 A4 용지를 찍은 사진 한 장이 공유됐다.

사진 속 종이에는 “12월 8일 계양역 도로 옆에 노트북이 든 가방을 그냥 두고 승용차로 귀가해 가방을 분실했다”는 글이 담겼다.

글쓴이는 “이 몸의 나이가 76인 노인이다. 사람 한 명 살린다는 마음으로 돌려주시면 분명 후사하겠다”며 “가방 속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집사람의 모든 모습이 담긴 USB와 집사람이 사용한 전화기 등이 들어 있다. 제발 살려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이 같은 내용이 적힌 종이는 지하철 역사에 나붙었고, 누리꾼을 비롯해 해당 종이를 본 인근 주민들은 지역 커뮤니티 등에 이를 올리며 사연을 공유했다.

소셜미디어 ‘X’ 캡처

사연이 널리 알려지자 글을 붙인 고 모(76) 씨는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해 “가방에 있던 USB에는 2년 전 곁을 떠난 아내의 생전 사진과 영상, 장례식장과 산소 사진이 모두 들어 있다”고 털어놓았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 씨와 49년을 해로한 아내는 암에 걸려 투병하다 지난 2021년 10월 73세의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후 고 씨는 이달 8일 충남으로 출장을 갔다가 김포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계양역에서 아들 차를 탔다. 이 과정에서 길가에 잠시 놔둔 가방을 깜빡해 분실했다.

고 씨는 “정말 소중한 물건인 만큼 꼭 되찾고 싶다”면서 계양역 일대 10곳에 글을 직접 프린트해 붙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분실 13일째인 이날까지도 가방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에 따르면, 가방에 들어 있던 노트북은 30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제품이다. 고 씨는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며 “가방을 주운 사람이 지금이라도 꼭 연락해줬으면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