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 대선 개입하지 않을 것…미국도 러시아 간섭 마라”

톰 오지메크
2024년 03월 9일 오전 9:24 업데이트: 2024년 03월 9일 오전 11:24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이 “러시아는 미국 선거에 개입한 적이 없다. 올해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도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난 6일(현지 시간)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 시리우스에서 열린 ‘2024 세계청년축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는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의 일에 간섭하지 마라”며 “러시아 대선에 개입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미국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은 미국 정보기관이 2023년 10월 발표한 보고서 내용과 상반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을 포함한 9개국에서 11건 이상의 선거 개입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스파이를 동원함으로써 전 세계 민주 선거의 무결성을 훼손하려 시도했다”며 “러시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이런 시도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보고서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또한 “이는 러시아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려는 시도”라며 “패권국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미국이 러시아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Brendan Smialowski/AFP/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7일 린 트레이시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러시아는 내정 간섭 시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러시아 대선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치러진다.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며 지속적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최고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민주주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체제나 정치 시스템에 대해 근거 없는 비판을 쏟아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5선에 도전한다. 그가 이번에도 당선될 경우 2030년까지 집권을 연장하게 된다.

푸틴 대통령의 당선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실질적인 대항마가 없는 데다 여론조사에서도 약 8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CNN이 “러시아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