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버즈 라이트이어’ 동성애 표현 장면에 14개국서 상영 불허

김태영 인턴기자
2022년 06월 16일 오후 2:58 업데이트: 2022년 06월 22일 오후 5:50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가 아시아·중동 국가 14곳에서 상영 금지됐다. 작품 속 동성 간 입맞춤 장면 때문이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2019년 이후 극장에서 개봉하는 첫 픽사 애니메이션이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지난 6월 13일(현지시간)  해당 영화는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레바논 등 중동 국가에서 상영이 금지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들 국가가 상영 불허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영화 속 동성 간 입맞춤 장면이 문제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스핀오프(spin-off·번외작)으로서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 등장하는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의 인간 버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애니메이션이다.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가상의 우주 비행사 인간 버즈라이트이어의 모험을 다룬다. 영화 속 버즈의 여성 동료는 또 다른 여성과 결혼했고 이들 동성부부가 입맞춤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는 6월 13일(현지시간) ‘버즈 라이트이어’ 상영 금지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 청소년문화부 산하 미디어규제청은 “영화 속 동성 관계가 자국의 미디어 콘텐츠 기준을 위반했다”며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는 콘텐츠 안전성 확보를 위한 평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서 동성 간 성적 행위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해당 영화에 만 16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 판정을 내렸다.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은 “이 영화는 공공연히 동성애를 묘사한 첫 번째 상업용 아동 애니메이션”이라면서 “영화 내용이 공동체 사이에 적대감을 유발하고 사회적 결합 및 종교적 조화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버즈 라이트이어’는 성소수자 관련 내용으로 16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첫 번째 아동용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앞서 싱가포르는 문제가 되는 장면의 편집을 디즈니에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는 비이슬람 국가이지만 이슬람 친화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영화 제작자인 갈린 서스먼은 “이렇게 사랑스럽고 영감을 주는 (동성 부부)장면은 주인공 버즈의 스토리를 풀어가는데 중요한 장치이다. 우리는 해당 장면을 편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즈 라이트이어의 주연 성우인 배우 크리스 에반스도 상영 금지 처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사회의 포용성을 넓히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어떤 곳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에 좌절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마블 영화 시리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동성애 캐릭터(아메리카 차베즈)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됐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영화 ‘이터널스’가 같은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동 걸프국가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슬람이 국교이거나 주류 종교인 상당수 중동 국가에서 동성애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동권 이슬람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쿠란 등을 인용해 ‘동성간 성관계’는 죄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슬람 성서인 쿠란은 ‘롯과 소돔의 멸망’에 관한 부분에서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쿠란에 따르면 ‘동성 간 성관계를 가진 남성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