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남은 대만 선거, 中 공산당 선거 개입 의혹 무성

탕하오(唐浩)
2023년 11월 21일 오후 3:4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4

대만 제1, 2 야당이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약 두 달 앞두고 15일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두 당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반중 성향의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를 이길 것이라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어 선거 판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대만 중앙통신사와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반중(反中) 성향의 대만 제1야당 국민당과 중립 성향의 제2야당 민주당이 총통 선거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대만 정부가 ‘중국이 대만 총통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치적 담합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중국이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대만 선거 개입은 이미 전례 없는 규모로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로라 로젠버그 미국재대만협회(AIT) 회장도 최근 “미국은 대만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자유롭고 공정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며 “미국은 외부 세력이 대만 선거에 간섭하는 데 반대하며 대만 유권자들이 선출한 지도자가 대만을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중국 당국에 대만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중국 당국이 대만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미국이 분명 장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공이 대만 대선에 개입하면서 쌓은 경험을 미국 대선에 적용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미국의 경고는 뒷북을 치는 것에 불과하다. 중공은 이미 대만 대선에 개입하고 있고 그 수단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고자 한다.

◇궈타이밍 출마 막고 야권 단일화 조종

궈타이밍 폭스콘 그룹 창업자는 불과 얼마 전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광둥성과 장쑤성에 있는 폭스콘 사무실과 시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허난성과 후베이성에 있는 공장에 대해서는 토지 사용에 대한 기습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대만 총통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궈타이밍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는 조치로 보인다. 이를 두고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와 민중당 커원저 후보의 단일화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중공은 이를 부인했지만, 궈타이밍은 중공의 협박에 감히 항의하지 못하고 며칠 동안 모습을 감추기까지 했다. 커원저와 허우유이도 대만 기업인을 협박하는 중공을 감히 비판하지 못했고, 국민당과 민중당은 즉시 야당 단일화를 추진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대만의 정치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국민당과 커원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대만에는 없고, 대만해협 맞은편에 있는 중국 공산당만이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더욱이 누구를 단일 후보로 내세울지를 두고 단일화가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갑자기 마잉주 전 총통이 나서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한궈위(韓國瑜) 전 가오슝시 시장도 이 제안에 힘을 보탰고 국민당 입법위원 후보자들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커원저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허우유이보다 훨씬 높다. 즉,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를 결정하자는 것은 커원저를 총통, 허우유이를 부총통으로 내세우자는 것과 같다. 이는 또 제1야당인 국민당을 제2야당인 민중당의 동생으로 ‘강등’시키는 것과 같다. 물론 국민당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앞서 인터넷 매체 ‘CNEWS후이류신문망’이 지난 10∼11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커원저(26.0%)가 허우유이(18.0%)보다 8% 앞섰다.

그런데도 여론조사 방식을 들고 나온 사람은 국민당의 마잉주와 한궈위다. 이들은 모두 중국 공산당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사다. 평소 내왕이 없는 그들이 야당 단일화에 한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을 움직인 배후가 있지 않을까? 중국 공산당 말고는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이 이번 대만 대선에 개입하는 정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공개적이고 가장 노골적으로,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를 몰아내고, 그들이 원하는 조합으로 총통, 부총통 후보를 내도록 조종했다. 중공은 이번 대선 개입을 통해 가장 낮은 비용으로 대만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으려는 것이다.

◇대만 입법부에 ‘통전부 사람’ 심어놓기

중공이 커원저를 최우선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커원저와 민중당이 과거 중국공산당 간부로 의심되는 쉬춘잉(徐春英)을 입법위 비례대표 후보로 지명한 것이 중공 당국으로부터 선택받은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당시 공산당 기관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공 통전부 사람, 심지어 중공 지하당원일 가능성이 높은 쉬춘잉을 홍보하는 데 특별히 신경 쓰기까지 했다.

쉬춘잉이 민중당의 입법위 비례대표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 정계와 언론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대만 정계와 언론은 중국 공산당이 쉬춘잉을 대만 의회에 심어 놓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그의 심상치 않은 배경과 행보 때문이다.

쉬춘잉은 대학 졸업 후 국유기업에 들어가 인사과장을 지냈다. 국유기업의 인사 책임자는 공산당이 신뢰하는 당원이 아니면 맡을 수 없는 직책이다. 또 그녀는 중국 대륙의 통일전선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녀가 대만 정치에 공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는 중공의 ‘특별 허락’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현실적으로 중공 당국의 승인 없이 중국인이 민주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미심쩍은 것은 민중당이 쉬춘잉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이다. 대만의 젊은 유권자는 대부분 중국 공산당을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중국이 대만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민중당이 쉬춘잉을 입법위 비례대표 후보로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커원저와 민중당이 젊은층 표가 이탈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 까닭은 무엇일까? 중공이 쉬춘잉을 지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중공은 포커 테이블에 앉아 카드를 섞고 카드를 직접 딜링할 뿐만 아니라 속임수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개입은 전례가 없다.

◇언론 및 SNS 인지전을 통해 특정 후보 홍보

여론전과 선전전은 중국 공산당이 ‘마법의 무기’로 여기는 통일전선 전술이다. 과거에는 주로 대만 내 여러 친공산당 매체들을 통해 여론을 조성했고, 나중에는 대만인이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과 라인 등 소셜 미디어를 인지전 전장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틱톡 플랫폼에 화력을 집중해 대선 관련 정보를 대거 투입하고 있다.

틱톡의 모회사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바이트덴스로, 틱톡 회사 전체가 중공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공은 댓글부대를 통해 대만의 정당과 후보자를 공격하는 각종 가짜 뉴스를 퍼뜨려 대만 유권자의 인지력과 판단력을 좌우할 수 있다.

틱톡을 통해 중공이 선호하는 특정 후보의 동영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거나, 반대로 중공이 싫어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뉴스나 가짜 뉴스만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현재 대만의 18세 이상의 틱톡 사용자가 533만여 명에 달해 대만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즉, 매일 500여만 명의 대만인이 휴대전화를 통해 중공의 인지전에 노출되는 셈이다. 틱톡을 통해 이번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확인된다면 중공은 내년 말 미국 대선에도 틱톡을 활용할 것이다. 현재 미국인 3명 중 1명이 틱톡을 사용할 정도로 틱톡 동영상에 익숙한 상황이다.

◇대만 기업인 동원해 특정 후보 지원

중국 공산당이 대만인들에게 수년 동안 사용해 온 전술이 또 있다. 일종의 매표(買票) 공작이다. 지난 7월 후난성 창사(長沙)의 대만기업협회 린화이(林懷)회장이 2020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에게 투표하게 할 목적으로 대만 기업인들과 학생들에게 숙박비와 항공료 보조금을 지급한 혐의로 3년 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후난성 창사(長沙)의 대만기업협회 린화이(林懷)회장이 2020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만 기업인과 학생들에게 숙박비와 항공료 보조금을 지급한 혐의로 징역 3년 2개월형을 선고받았다. | 웹사이트 캡처

◇대만 유력 인사 포섭해 선거 판세 조종

유감스럽게도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투는 전방위적으로 만연해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대만군의 고위 장성과 퇴역 장성은 중공의 주요 포섭 대상이다. 최근 대만에서 20여 명의 퇴역 장군이 스파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중공에 포섭된 상장, 중장까지 포함하면 무려 30명에 이른다.

중공에 매수돼 스파이가 된 자들은 군사정보를 포함한 각종 기밀정보를 빼내는 것 외에도 대만 대선 기간에 움직일 인맥과 조직을 만들고 동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중공은 이 스파이들을 통해 대만의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고 중공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한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스파이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므로 앞으로 대만에서 더 많은 스파이 사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는 중공이 선거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수법 5가지만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 그래서 필자는 미국의 경고는 뒷북 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이미 전방위적인 배치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만은 중공의 대선 개입 실험실이라는 점이다. 중공은 실험 결과를 수정하고 개선한 다음 이를 다른 국가의 선거 개입에 활용할 것이다. 이것은 중국 공산당의 ‘초한전(超限戰·무제한 전쟁)’ 전략이다. 중공은 사회의 모든 사람과 사물을 ‘무기화’해 상대 국가를 타격하고 정권을 뒤집어엎는 무기로 사용한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 대만 선거에 전례 없이 공개적이고, 노골적이고,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로 볼 때,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대만 내 정당 간의 대결이 아니라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간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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