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검열’까지 나선 홍콩 당국…공공도서관 장서 대폭 축소

잉 장(Ying Cheung)
2024년 01월 31일 오후 5:59 업데이트: 2024년 01월 31일 오후 5:59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홍콩 공공도서관의 장서 수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홍콩을 억압하기 위해 당국이 도서 검열까지 나섰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인구통계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홍콩 월간 통계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홍콩 공공도서관의 장서 수는 전년보다 6만 6000권 줄어들었다.

홍콩 정부 회계감사 기구인 심계서(審計署)는 지난해 4월 “홍콩 공공도서관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도서 및 자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공공도서관을 관리하는 홍콩 레저문화사무서(LCSD)는 “국가안보에 반하거나, 그럴 위험이 있는 자료들을 검토해 열람 목록에서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열람 목록에서 제거된 자료의 수, 목록 등은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홍콩 매체 명보(明報)는 2022년 정보 접근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LCSD에 이를 문의했다. 그러나 LCSD는 “정보 공개가 홍콩의 안보와 공공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해 5월 매체의 통계에 따르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공공도서관에서 정치적 주제나 인물을 다룬 영상물, 자료, 도서가 195개 이상 금지됐다. 이는 대부분 민주화 운동가와 관련된 것들이다.

일본의 지지 통신사는 지난해 “2020년 5월 이후 중국 전자책 255권의 열람이 금지됐다. 그중 100권이 중국, 홍콩, 대만과 관련된 정치적 이슈나 민주화 운동가를 다룬 책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

홍콩에 거주하는 학부모인 람 씨는 공공도서관에서 아들이 필요한 책을 찾지 못한 경험을 공유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학교는 권장도서 약 50권을 지정한 뒤, 학생들에게 이를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람 씨는 이 책들을 대출하기 위해 공공도서관을 방문했지만, 결국 한 권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도서관에 훨씬 더 많은 책이 꽂혀 있다. 공공도서관에서는 원하는 책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통계부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의 도서 대출 권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2022년 대출 권수는 2354만 3000권으로, 2012년 5303만 권에서 5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홍콩 당국은 “공공도서관의 시설 및 독서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도서를 대출하는 대신 도서관에서 읽는 시민이 많아졌다. 학교 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진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도서 검열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곧바로 도서 검열이 실시됐다.

2020년 7월 4일, 공공도서관을 방문한 한 현지 매체 기자는 LCSD가 홍콩 운동가인 조슈아 웡을 포함한 특정 인물이 펴낸 책들을 ‘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렸음을 알게 됐다.

또한 LCSD는 홍콩 작가 브루스람 홍칭의 ‘홍콩 시민저항운동의 역사’, 중국계 미국인 작가 위제의 ‘비열한 중국’ 등의 도서에 대해 열람을 제한하고 대출을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 명보에서 활동하는 정치 만화가 쭌쯔(필명)의 시사만평은 지난해 5월 갑작스럽게 연재가 종료됐다.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공공도서관 검색 정보에서 ‘쭌쯔’ 관련 내용이 삭제됐고, 그의 다른 서적들도 대출이 금지됐다.

과거 홍콩의 공공도서관에는 다양한 서적, 자료, 영상물, 간행물이 가득했다. 에포크타임스 지면이 진열돼 있는 도서관도 많았다. 이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대부분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에포크타임스는 홍콩과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