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과’에 與도 “아쉽다”…일각선 尹·李 회담 주장

황효정
2024년 04월 17일 오후 3:34 업데이트: 2024년 04월 17일 오후 3:34

총선 참패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불리한 의회 지형을 극복하고 협치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모습이다.

17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큰 범위에서 잘못된 부분을 짚고 고치겠다는 정리된 말씀을 하고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의 ‘사과’ 발언이 비공개 회의에서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 하나의 큰 요인이 됐다”면서 “이런 큰 선거 패배에 대해서는 겸허히 사과하고 고치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실제 행동으로 옮기면 지지율이 반등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그런 과정들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용태 당선인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책임에 대해 말씀을 하셨던 것 같고, 본인의 잘못도 강조하셨던 부분에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형식에 있어서 기자회견을 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김 당선인은 “말씀 중에 야당과의 협치나 대화 부분이 들어갔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변하지 않는 상수는 범야권 192석이라는 점인데, 이 상수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대화하지 않는다면 국정은 돌아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야당과 대화하고 협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닌 필수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4선 이상 중진 당선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5선 고지를 달성한 권영세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지금처럼 더 나빠진 국회 환경에서는 꼭 필요하다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 만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권 의원은 “4월 말, 5월 말이라도 야당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며 무리한 요구가 있으면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정부가 꼭 했으면 하는 법안들에 대해 야당 협조를 구할 때는 얼마든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제가 대통령에게 조언해 드릴 기회가 있다면 이런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특히 우리 당 내부적으로 (대통령을) 걱정하는 것은 좋지만 성급하게 비판하는 것은 옳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하며 여권 내부에서의 성급한 비판이 당정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같은 맥락에서 신동욱 당선자 또한 “야당이 쟁점으로 삼았던 부분 중에는 법률적 쟁점이 있거나 수사 단계로 넘어가 있는 게 있어서 대통령이 (사과 관련)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정서적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것 이상으로 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인 지난 16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별도의 기자회견은 없었다. 이후 “내 잘못”이라는 사죄의 발언 또한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이 아닌 관계자의 전언 형태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