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 아리산의 색다른 즐거움 ‘얼옌핑 트레일’ 코스

NTD
2023년 12월 18일 오후 2:20 업데이트: 2023년 12월 18일 오후 2:20

고산지대 녹차밭과 일출·일몰, 구름바다 감상 명소
대나무 숲과 탁 트인 전망 교차하는 산중턱 산책로

대만 자이(嘉義)현 산악지대에 펼쳐진 아리산 산맥은 해발 2451m까지 올라가는 산악철도와 거목 숲, 운해와 일출, 석양이 아름다운 관광 명소다.

현재 ‘아리산 국가 풍경구(아리산 국가공원)’로 지정돼 풍부한 자연과 아름다운 경치를 보려는 국내외 관광객과 사진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대만 현지인들에게는 아리산 국가공원보다 더 인기 높은 코스가 있는데, 바로 아리산 중턱을 돌아보는 얼옌핑 트레일(二延平歩道)이다. 고산지대의 녹차밭, 일출 또는 일몰 등의 절경을 볼 수 있다.

특히 매년 11월~이듬해 4월에는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인 ‘동북 몬순’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운해(구름바다)를 볼 수 있으며, 불안정한 기류로 인해 구름이 폭포처럼 떨어지는 ‘구름 폭포’가 백미로 꼽힌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1박2일 여행으로 녹차밭과 운해, 구름폭포, 일출과 석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얼옌핑 트레일의 출발점은 아리산으로 향하는 자동차 도로인 타이18선 국도 약 52.8km에 위치한 산책로 입구다. 주변에는 주차장과 매점이 있고, 나무 기둥으로 된 계단도 있다.

얼옌핑 트레일 코스에서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 | 사진=아리산 풍경구 관리처

버스로는 고속철도 자이역에서 출발하는 타이완하오싱(台灣好行)의 아리산A선(7329번)과 대만철도 자이역에서 출발하는 아리산B선(7322번)이 있다.

자이역에서 얼옌핑 트레일 출발점까지는 버스로는 약 1시간 10~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안딩(鞍頂) 정류장에서 하차해 산책로를 둘러보고 시딩(隙頂) 정류장에서 자이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탑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버스기사에 따라 종종 안내 방송을 틀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기사에게 안내방송을 틀어달라고 요구하거나 안딩에서 알려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딩과 시딩은 한 정류장 차이이며 버스로는 3분 거리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는 아름다운 운해와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현지 관광지도에 따르면 전체 산책로는 편도 1150m의 1시간 10분 거리이지만, 여유 있게 즐기려면 3시간 정도를 잡는 게 좋다.

고속철도 자이역~얼옌핑 트레일 출발점(안딩) 버스(아리산A선) 시간표
대만철도 자이역~얼옌핑 트레일 출발점(안딩) 버스(아리산B선) 시간표

중간중간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만든 새로운 등산로 ‘락락(樂樂)코스’도 존재한다고 한다. 주변 민박집에 문의하면 알려준다고 하니 문의해보자. 완만한 경사로를 1시간 40분 정도 걸어가면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즐기고 싶다면, 산 중턱에 있는 민박집에서 일출이 보이는 방을 예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첫날 도착해 트레일을 통해 석양을 감상한 후 다음 날 아침, 방에서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우뚝 솟은 산들 사이로 코끼리를 닮은 ‘샹산(象山)’이 멀리 보인다. 타이베이에도 코끼리 모양의 샹산이 있지만, 이곳은 더욱 그 형상이 뚜렷하다.

우뚝 솟은 산들 사이로 코끼리 모양의 ‘코끼리산(象山)’을 볼 수 있다. | NTD 화면 캡처

고즈넉한 차밭 풍경도 산림객을 반긴다. 산비탈에 펼쳐진 차밭이 능선을 이루고, 저 멀리 아리산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장엄한 풍경과 함께 가슴을 가득 채우는 맑고 신선한 공기가 도시에 갇혀 답답했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느낌이다.

구불구불한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는 정자가 쉼터가 되어준다. 구름과 안개에 둘러싸인 계곡의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걷다 보면 가끔씩 은은한 차향이 풍겨와 행복감을 채워준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얼옌핑 트레일 제2휴게소(二延平歩道 第二休憩亭)’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약 150m 길이의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면 ‘제2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다.

잠시 휴식 후 대나무 숲길을 따라 350m 더 올라가면 얼옌핑 트레일 코스에서 가장 높은 ‘제1휴게소’과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 전망대에는 평일 오후에도 많은 사진작가가 방문해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구름바다와 노을을 기다린다.

얼옌핑 트레일 코스는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계단 구간이 마련돼 있다. | NTD 화면 캡처

고산지대답게 아리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안개로 뒤덮였던 하늘이 순식간에 맑아져 푸른 하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몰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안개와 구름이 수 차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산림객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아름다운 일몰을 기대했지만, 끝내 구름 폭포만 보고 발길을 되돌리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산에서는 하루에 사계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색다른 경험으로 남는다. 일몰을 볼 수 없어 아쉽다면 산책로를 벗어나 고속도로(타이18선)로 돌아와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현지 맛집을 찾아보자.

파출소 주변의 한 식당에서는 겨울 한정 전골요리인 ‘장무야궈(薑母鴨鍋)’를 맛볼 수 있다. 오리고기에 생강, 쌀술, 각종 한약재를 섞어 만든 대만식 전골 요리로 10여 가지 이상의 싱싱한 야채와 해산물이 담긴 바구니가 눈을 즐겁게 한다.

이곳 채소는 모두 음식점 사장의 어머니가 직접 재배한 고산지대 식재료다. 갓 수확한 채소로 준비하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다. 미리 구글링을 통해 찾은 전화번호와 번역기를 이용해 예약을 시도해보자. 속을 뜨끈하게 만들어줄 다른 전골요리들도 찾을 수 있다.

얼옌핑 트레일 코스 주변 음식점에서는 ‘장무야궈(薑母鴨鍋)’를 맛볼 수 있다. 오리고기에 생강, 쌀술, 각종 한약재를 섞어 만든 대만식 전골 요리다. | NTD 화면 캡처

일출시각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11~12월에는 오전 6시 30분 전후다. 보통 아리산 정상을 등반하는 코스라면 산림열차를 타고 올라가서 일출을 구경하게 되지만, 산 중턱 얼옌핑 트레일 코스는 민박집에서도 산등성이에서 솟아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일출과 겨울 햇살을 한껏 즐긴 뒤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속세로 하산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새로운 힘이 충전된 느낌이다.

* NTD 대만지사 협력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