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 20% 이상 사용 ‘틱톡’ 중국 인지전 도구 우려 제기

최창근
2024년 02월 13일 오후 2:45 업데이트: 2024년 02월 13일 오후 2:45

중국의 대(對)대만 통일전선공작 수단으로 ‘인지전’이 대두됐다. 대만에서는 중국산 동영상 공유 사이트 틱톡을 사용한 인지전에 대한 경고가 제기됐다.

선보양(沈伯洋) 민진당 입법위원은 대만네트워크정보센터(臺灣網路資訊中心·TWNIC) 보고서를 인용하여 “대만 내 틱톡 사용자가 500만 명을 상회한다.”고 밝혔다. 대만 전체 인구 약 2400만 명의 22.3%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3 대만 인터넷 보고서’에 의하면 인터넷 주 이용자는 18~29세 청년층, 40~49세 중년층, 고졸 이상 학력 소지자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타이중(臺中)을 비롯한 대만 중부 지역에서 사용이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선보양 입법위원은 “틱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국 공산당이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대만 사용자가 시청하는 콘텐츠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며 “이는 마치 중국이 대만에서 사람들이 즐겨 보는 TV 방송국을 설립한 것과 유사하며 콘텐츠의 90%는 대중이 좋아하는 춤과 노래이고 10%는 정치 선동이다.”라고 지적했다.

왕훙언(王宏恩) 미국 라스베이거스네바다대(UNLV) 정치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당, 민진당 지지자의 틱톡 사용 여부는 정치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중도 성향 민중당 지지자의 경우 대만 독립 지지에서 대만 독립 반대로 바뀌고 친미 성향에서 친중 성향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인공지능실험실(臺灣人工智慧實驗室報)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대선 기간 틱톡에서 커원저 민중당 후보 관련 동영상은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 대비 4배 이상 시청됐다. 커원저 후보 게시물 중 76%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라이칭더 후보의 게시물은 67%가 부정적이었다. 선보양 입법위원은 “중국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하여 대만의 분열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일간 ‘자유시보(自由時報)’는 “틱톡은 중국 바이트댄스의 독립적인 자회사라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 중국 당국이 바이트댄스 등 거대 인터넷 기업의 알고리즘을 등록하도록 하고 중국 정부 배경이 있는 조직이 바이트댄스 지분 1%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행정원 디지털발전부는 지난 2022년 12월 국가 정보통신 안보에 위해를 가한다는 이유로 공공 부문 정보통신 설비와 장소에서 틱톡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행정원도 같은 달 틱톡과 틱톡의 중국 내 서비스인 더우인 등을 사용하는 공무원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수 수사기관 법무부 조사국도 인지전연구센터(認知戰研究中心)를  1월17일 출범시키는 등 범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인지전에 대응하고 있다.

‘틱톡의 인지전 도구화’ 위험성을 제기한 선보양 입법위원은 국립타이베이대 범죄학과 교수 출신으로 사설 예비군 교육기관 흑곰학원(黑熊學院) 공동 설립자이다. IT 분야, 중국 정치전 전문가로서 민진당 비례대표 2번으로 입법위원에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