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통령실, 총선 앞두고 엇박자…韓 “선민후사할 것” 尹 “일정 취소”

황효정
2024년 01월 22일 오전 11:38 업데이트: 2024년 01월 23일 오전 9:37

윤석열 대통령 아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 등을 놓고 미묘한 긴장 관계를 보여 온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 지도부가 총선을 불과 80일 앞둔 상황에서 이견을 표출하며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22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출근길에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면서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 그 과정에 대해선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 위원장은 ‘당정 간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도 변함이 없다고 확언하면서 “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를 받아들였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왔다. 저는 선민후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선민후사 언급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보다 국민을 우선한다는 뜻이냐’, ‘당정 갈등 봉합을 위해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선민후사 개념을 그렇게 정의할 것은 아니다. 제가 평소에 하던 말을 한 것”, “그런 평가를 제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보도된 직후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민생 토론회에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토론회 개최 30여 분 전 이 같은 결정을 공지했다. 당초 계획됐던 토론회 생중계는 취소됐다.

대통령실 측은 연합뉴스에 “윤 대통령이 감기 기운이 있다. 대중이 모이는 공개 행사에서 말씀하기가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가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달리 정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번 갑작스러운 토론회 불참은 한 위원장과의 갈등 기류 고조 여파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앞서 4차례 개최된 민생 토론회를 모두 직접 주재할 정도로 애착을 보여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은 김 여사 논란에 대한 입장 차이가 본질인 것으로 당 안팎은 보고 있다. 아내의 문제에 있어 물러설 수 없다는 윤 대통령과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한 위원장의 서로 다른 입장이 갈등 양상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총선까지 채 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당내에서는 당혹감과 불안감이 새어 나오는 모습이다. 총선 목전에서 지도부 붕괴 등 공멸을 막고 선거 승리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양측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논란 관련 경위나 후속 조치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방식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 여사 관련 입장을 직접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안에 대해 검토 중이고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렇듯 여권에 혼란을 불러일으킨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더욱더 커질지 혹은 타협으로 수그러들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어느 쪽으로든 정리되지 않는 한 이번 충돌 양상이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