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 간 중국 총리, 왜 GDP 하루 먼저 공개했나

정향매
2024년 01월 18일 오후 4:15 업데이트: 2024년 01월 18일 오후 4:15

목표 달성 과시…대중 투자 우려 해소 의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16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정계, 재계 지도자 앞에서 “작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예상치를 상회하는 리창 총리의 발표는 다음 날 예정된 중국 국가통계국 공식 발표를 기다리던 각국 경제 전문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국가통계국은 하루 뒤 전년도 GDP 성장률이 5.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전망과 일치한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Natixis)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경제학자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지난날 우리는 중국이 언제 어떤 종류의 지표를 발표할지 파악할 수 있었지만, 상황은 급변했다”며 중국 당국의 전년도 GDP 성장률 조기 발표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스콧 케네디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중국 공산당 고위 관료가 국제회의에서 연간 경제 성장률을 최초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리창 총리의 이 같은 행보와 중국이 다보스포럼에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중국의 경제 개방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2023년 경제 성장률 목표를 5%로 설정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면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 목표치다.

미국 헤지펀드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P)인 카일 배스는 리창이 발표한 GDP 성장률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 계정에 리창 총리의 발표를 인용하며 “중국의 중앙 계획 경제는 부동산 시장 붕괴, 금융권 위기, 청년 실업률 20% 이상, 외국 자본 중국 이탈…#피노키오”라고 쓰고 중국에서 출판된 피노키오 그림책 표지 그림도 올렸다. 리창 총리와 중국 당국을 피노키오에 비유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17일 “중국이 지난해 GDP 성장률 목표를 달성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중국의 발표는 통계 방법론을 포함한 투명성이 제한돼 있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은 중국의 작년 GDP 성장률이 1.5%에 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리창 총리는 또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감내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회”라며 “중국 정부는 세계 상공업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던컨 리글리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리창 총리가 외국 기업을 향해 호의를 표한 건 외국 기업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암울한 내수 경제 전망과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히 당분간 중국 투자 반등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