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교와 청년사업가’ 중국 비밀경찰서는 어떻게 한국에 뿌리 내리게 됐나?

친중 화교의 대부 한성호와 후계자 왕해군
차이나뉴스팀
2022년 12월 28일 오후 3:30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3:51

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중국인 사업가 왕해군(王海軍·왕하이쥔)은 현재 ▲중국재한교민협회총회(中國在韓僑民協會總會)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韓華中國和平統一促進聯合總會) 회장 ▲한국화조센터(韓國華助中心) 주임(센터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 ‘화조센터(華助中心·OCSC Overseas Chinese Service Center)’는 ‘해외화교화인상조센터(海外華僑華人互助中心)’의 약자로서 중국 국무원교무판공실(재외동포업무사무처)이 2014년부터 세계 각국 주요 도시에 설치하기 시작한 조직이다.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을 제기한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보고서에서 OCSC를 두고서 ‘경찰과 연결되는 다리(bridges for police linkage)’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비밀경찰서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화조센터의 성격에 대해서 2014년 3월 9일,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2차 전체회의에 앞서 추위안핑(裘援平) 국무원교무판공실 주임(장관)은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화조센터의 기본 기능은 화교에 대한 돌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문화 교류를 촉진하며 기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밖에 ‘비상 사태 처리’를 포함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추위안핑 주임은 “화조센터 설치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며 인구 10만 명 이상 대도시에 설치할 것이며 대략 60개 도시 정도를 예상한다.”고도 했다.

실제 2014년부터 세계 주요 대도시에 화조센터가 설치됐다. 중국교망(中國僑網·www.chinaqw.com) 홈페이지의 ‘세계 화조센터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2월 현재 ▲아시아 14개 ▲북아메리카 7개 ▲중남아메리카 8개 ▲유럽 7개 ▲아프리카 5개 ▲대양주 5개 등 총 46개가 설치·운영 중이다.

중국교망 홈페이지 중 세계 각지 화조센터 현황. 아시아 지역에는 총 14개 센터가 설치된 것으로 나온다. 그 중 한국은 1곳, 일본은 2곳(도쿄, 나고야)으로 표기되어 있다. | 인터넷 페이지 갈무리.

한국 내 화조센터 관련 정보란에는 ‘국가지구(國家地區):한국(韓國), 관구(館區·대사관 또는 총영사관 소재지 구분):사관(使館·대사관 소재지), 교단명칭(僑團名稱·화교단체 명칭):중국재한교민협회총회(中國在韓僑民協會總會)’라고 표기되어 있다. 소재지로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소재 모 빌딩이 명시되어 있고 전화번호, 전자우편 주소 등도 명시되어 있다.

또 다른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 getty image.

한국 화조센터 주소지로 명시된 서울 강남구의 모 빌딩은 한의원 건물이다. 한국 지상파 방송 SBS는 “(왕해군)씨의 이메일 주소와 비밀 경찰서로 지목된 곳 대표의 이메일 주소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비밀경찰서 의혹을 받는 해당 한의원의 원 소유주는 2018년 작고한 한성호(韓晟昊) 씨이다.

중국교망 중 한국화조센터 항목. 주소지가 서울시 강남구 모 빌딩으로 나온다. | 인터넷 페이지 갈무리.

한성호의 본명은 한조선(韓朝先)으로 1927년 일제 침략기 만주국(滿洲國)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 오늘날 창바이조선족자치(長白朝鮮族自治)현에서 태어났다. 1948년 한국 서울에 정착한 한성호는 본래 반공산당, 친국민당 성향의 화교였다. 젊은 시절 국민당 한국지부 간부, 주한국 대만대사관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대만대사관, 재한화교사회(친대만파)와 갈등 끝에 ‘전향’하여 친중국 인사가 된다.

국내 모 한의대 졸업 후 한의사로 활동하던 한성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공식 주치의’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한·중 수교 협상 과정에 ‘밀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태우 대통령 퇴임 직전인 1993년 2월, 외국인 최초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한성호는 보다 적극적인 친중국 행보를 보였다. 2002년 당시 리빈(李濱) 주한국 중국대사의 부탁으로 서울중국교민협회(현 중국재한교민협회총회)를 창립했고 같은 해 ‘반독촉통(反獨促統)’을 내세운 중국평화통일촉진회 한국지부인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韓華中國和平統一促進聯合總會)도 결성했다. 전자는 친중국계 재한 중국 교포협회이고, 후자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 공작 조직 한국 지부이다.

한성호는 중국국무원교무사업판공실 고문, 중국전국귀국화교연합회 고문 등의 직책을 맡으며 ‘한국 친중 화교사회의 영수’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회장을 맡은 양대 단체 중국재한교민협회총회,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는 자신이 원장으로 있던 서울시 강남구 소재 모 한의원 건물을 사용하게 되었다.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 후 한성호 당시 중국재한교민협회총회장 겸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장이 재한 중국인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자료사진.

한성호가 산파 역할을 한 중국재한교민협회총회,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는 2016년 리더십에 변화가 생겼다. 그해 11월 양대 단체 회장단 무기명 투표에서 왕해군이 신임 중국재한교민협회총회 총회장,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 총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왕해군의 선출 후 한성호는 ‘창립 총회장(설립 총회장)’으로 추대되어 2선으로 물러났다. 그러다 2년 후인 2018년 한성호는 세상을 떠났다.

1978년생으로 당시 38세에 불과한 왕해군이 양대 협회 총회장으로 선출된 것을 두고서는 ‘치밀하게 계획된 승계 작업’의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왕해군은 총회장이 되기 전 수석 부회장 등을 맡으며 ‘차기 후계자’로 육성되고 있었다.

2013년 우수 화교화인으로 선정되어 수상하는 왕해군(우)와 한성호(좌). | 한국인권신문.

한국 내 친중국 조직의 수장이 된 왕해군은 2016년 중국 관영 신화사 인터뷰에서 “늘 베이징에 출장을 다니고 거의 매번 중국 국무원교무판공실이 개최하는 행사에 참가하곤 했다.”고 밝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시인하기도 했다.

특히 한화중국화평통일촉진회는 중국이 해외에 설치하고 있는 통일전선공작 기구로서 세계 각국에서 이 단체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0월, ‘외국정부대행기관’으로 지정하고 활동 내역, 예산 등을 국무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실제 왕해군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열린 한중 관련 행사에 다녀온 한 참가자는 “(왕씨가 대표로 있는 협회가) 자신들은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의 관리를 받는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의혹을 폭로한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라우라 아르트 캠페인국장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의 연관성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공안조직의 발언, 세계 각 정부의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라고 근거를 들었다. 리우라 아르트 국장은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교민 일부가 연락관으로 채용돼 중국 당국과 협업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편 중국 비밀경찰서라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송파구 중식당 ‘동방명주’은 12월 28일 오전 전광판 “부패 기업이 돈으로 여론을 통제하고 한국 국민을 희롱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를 조종하여 한중 우호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식당 종업원과 가족 모두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어 경찰 보호를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한국어와 중국어로 띄웠다. 다만 식당 측이 언급한 ‘추악한 세력’, ‘부패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