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미국 전력망 안정성에 큰 위협” 다큐멘터리 경고

케빈 스톡클린(Kevin Stocklin)
2024년 02월 15일 오후 9:0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5일 오후 10:16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015년 “미국의 전력망이 중단될 상황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나는 굶주림, 물 부족, 사회 혼란 등으로 인해 1년 안에 미국인의 3분의 2가 사망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다른 하나는 훨씬 더 심각한데, 미국인의 약 90%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원자력 에너지를 위한 캐나다인 협회(C4NE)’의 크리스 키퍼 회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에너지 그리드는 문명사회의 생명 유지 시스템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중단되거나 없어지면 사회 전체가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키퍼 회장은 에너지 전문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로버트 브라이스의 새 다큐멘터리 ‘전기: 권력, 정치 그리고 그리드’에 출연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총 5부작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미국의 전력망 상태에 대해 살펴보고, 전력망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을 조명한다.

브라이스는 에포크타임스에 “우리는 지금 전력망의 안정성, 신뢰성, 경제성 등이 모두 떨어지는 걸 목격하고 있다”며 “이런 위험이 과소평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위협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전문가들만이 아니다.

미국의 전력망 안정성을 모니터링하는 북미에너지신뢰성공사(NERC)는 지난해 5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미국 전력망은 대부분 정전 위험이 높은 상태”라고 알렸다.

브라이스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2021년 겨울 폭풍으로 인한 텍사스주의 전력망 위기 사태였다. 그는 “당시 텍사스의 전력망은 거의 중단될 뻔했다. 만약 전력망이 완전히 중단됐다면 수만 명이 사망했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 전력망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이라고 전했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함에 따라 미국 전력망은 풍력, 태양광 발전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정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및 전력망 분야의 저명한 작가이자 화학자인 메레디스 앵윈은 “텍사스 전력망 위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에서도 친환경 에너지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겨울 폭풍이 불어닥치자 태양광 발전소 가동이 중단됐고, 천연가스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로 인해 전력망에 과부하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각 지역 전력망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전력이 부족한 지역에 여유 전력을 보내 정전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전역의 화석연료 발전소가 순차적으로 폐쇄됨에 따라 전력 여유분이 급속도로 줄어들어 이런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텍사스주는 일부 유럽 국가와 캘리포니아주의 뒤를 따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풍력, 태양광 발전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백업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게다가 추가적인 송전 인프라와 저장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 프린스턴대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고압 송전망 규모가 현재의 세 배로 커져야 하며 그 비용은 2조 4000억 달러(약 32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이스는 “친환경 에너지에 열광했던 유럽과 캘리포니아에서는 전기 요금이 치솟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친환경 에너지만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전력망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언제 더 큰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토지 낭비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부를 둔 글로벌 환경 단체 ‘국제자연보호협회(TNC)’는 지난해 5월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1억 6000만 에이커(약 65만 제곱킬로미터)의 토지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텍사스주 전체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TNC의 수석 과학자인 캐서린 헤이호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이 정도 면적의 토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원자력에너지연구소(NEI)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풍력 발전소는 최대 360배, 태양광 발전소는 최대 75배의 토지가 더 필요하다.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소와 비교해도 필요한 토지가 최소 10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이스는 “원자력을 이용하면 토지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전력망을 신설하거나 확장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원자력 발전

점점 더 많은 에너지 전문가와 환경운동가들이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최선의 방법이 원자력 발전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이니셔티브의 열렬한 옹호자들도 “원자력은 에너지 공급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에너지믹스’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2022년 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대표적인 원자력 산업 국가인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대대적인 재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 뒤를 이어 불가리아, 체코, 네덜란드, 폴란드도 새로운 원자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 반면에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등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스는 “기후 변화가 문제라면서도,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의존해 우리 사회의 생명 유지 시스템을 가동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날씨를 극복할 수 있는 탄력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케빈 스톡클린은 경제전문기자 겸 다큐멘터리 제작자다. ESG 산업의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그림자 정부(The Shadow State)’를 제작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