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리, 시진핑 만난 자리서 中 공산당 해킹 질책

한동훈
2024년 03월 29일 오전 11:50 업데이트: 2024년 03월 29일 오후 11:11

네덜란드 총리, 시진핑과 회동에서 문제 제기 확인
서방, 연대 강화…영국은 해킹 배후로 ‘중공(CCP)’ 지목

반도체 강국인 네덜란드의 총리가 중국 공산당(중공) 최고지도자에게 중국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 27일 시진핑 중공 총서기와의 회동에서 “사이버 공격을 포함해 모든 어려운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뤼터 총리는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군사정보보안국 보고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방부 망을 상대로 한 공격은 중국 측 소행임을 확인했다”며 “이에 관해서도 말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군사정보보안국(MIVD)은 지난 2월 중공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네덜란드와 그 동맹국에 대한 스파이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네덜란드 군사 네트워크에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사이버 스파이 활동과 관련해, 네덜란드가 중공 정부를 공개 비판한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이 뤼터 총리의 문제 제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중공은 지금까지 각국에 제기되는 사이버 공격 의혹에 관해 시종일관 부인해 오고 있다.

현재 중국과 네덜란드의 관계는 네덜란드의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제조기업 ASML 제품의 중국 수출 제한으로 긴장된 상태다.

중공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서도 시진핑은 “인위적으로 기술 장벽을 만들고, 산업과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공급망 차단 전선에 네덜란드가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진핑은 중공이 중국 해커들을 앞세워 외국 첨단기술을 절도함으로써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은 외면하고 있다.

서방 각국은 중공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에 강력한 반격을 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 25일, 중국 기업 1곳과 개인 7명을 자국민 해킹 혐의로 제재했다.

이들은 중공 정보기관의 조종하에 미국 전력망, 방위 시스템 등 주요 인프라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거나 영국 선관위를 해킹해 유권자 4천만 명의 정보를 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정보당국은 이들 중국 해커들이 유사시 인프라에 침투시킨 악성소프트를 활용해 미국의 전기·식량·수도 공급에 차질을 일으켜, 대만 등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가짜뉴스”라며 “객관적 증거 없이 사이버 보안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중국 공산당 산하의 개인·기관이 영국의 민주적 제도와 정치 과정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명확히 구분해 사이버 공격의 배후를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