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렸나? 中 지방정부 12곳 지난해 총생산, 국가GDP 상회

정향매
2024년 01월 27일 오후 2:11 업데이트: 2024년 01월 27일 오후 2:11

대만 유명 경제전문가 “분석할 가치 없는 데이터”

‘1급 행정구 21곳 작년 지역내총생산(GRDP) 데이터 공개: 광둥성 13조 위안 돌파, 12곳은 GRDP 성장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월’

지난 23일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국 지방정부들이 거둔 놀라운 경제 실적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GDP를 뛰어넘어버린 지방정부 실적이 ‘팩트’가 맞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중국의 1급 행정구는 총 31개다. 4개 직할시, 22개 성, 5개 자치구로 구성돼 있다. 흔히 31개 성·시·자치구로 불리기도 한다. 중국은 매년 3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를 개최하는데, 31개 1급 행정구에서는 이에 앞서 지방 양회를 개최한다.

이 지방 양회는 각 직능을 대표하는 인민대표들이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전년도 거시경제 데이터와 올해 목표치를 발표하는, 이른바 성과 보고의 자리도 마련된다.

펑파이신문은 “23일 기준, 21개 1급 행정구가 작년 GRDP 성장률을 공개했다”며 “이 가운데 12곳의 지난해 GRDP 성장률이 국가 GDP 성장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지난해 국가 GDP 성장률은 5.2%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리창(李強) 중국 국무원 총리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해 “작년 중국 GDP 성장률이 5.2%로 집계됐다”고 깜짝 발표해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리창 총리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각 지방 정부에서도 경제 실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펑파이신문은 “1급 행정구 가운데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광둥성은 처음으로 연간 GRDP가 2417조 원을 넘어섰다. 광둥성에 이어 산둥·저장·쓰촨 등 3개 성의 연간 GRDP는 각각 9조 위안(약 1675조 원), 8조 위안(약 1489조 원), 6조 위안(약 1117조 원)을 돌파했다. 후난성의 GRDP 규모는 5조 위안(약 930조 원) 이상으로 성장했고 충칭시와 랴오닝성은 GRDP 규모 3조 위안(약 558조 원) 반열에 올랐다”고 전했다.

중국 지방 당국의 이 같은 발표에 대만의 유명 거시경제학자 우자룽(吳嘉隆)은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우자룽은 23일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에 “상식적으로 각 지역 경제 기초 데이터가 나와야 이를 취합해 국가 전체의 데이터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중앙정부가 (먼저) 지난해 GDP 성장률을 5.2%로 결정한 후, 각 지방 정부가 각자의 경제성장 목표치와 일치한 데이터를 조작해 내는 식이다. 중앙정부의 요구에 맞추려는 분식회계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1960년대 중국 공산당이 벌였던 대약진운동을 언급하며 “각 지방에서 중앙정부에 데이터를 부풀려서 보고했던 사례가 떠오른다. 중국 지방 정부가 내놓은 데이터는 분석할 가치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1958년부터 1962년 초까지 이어진 중국의 대약진운동은 마오쩌둥이 주도한 농공업 증산 정책이다. 농공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면서 더 빠르게, 더 좋게, 더 싸게 발전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집단 농장화나 농촌에서의 원시적인 철강 생산 등을 진행한 결과 2500만 명 이상에 이르는 아사자를 내고 실패로 끝났다.

중국 자산관리업체에서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를 지낸 양샤오화(梁少華)도 우자룽의 말에 동의했다.

양 책임자는 24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당국은 계속 ‘경기 긍정론’을 선전하도록 매체에 강요한다. 경제 상황이 매우 나쁘기 때문에 더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 당국이 발표한 높은 경제성장 데이터를 믿는 사람은 몇 없다. 지방 정부가 ‘논밭 1헥타르당 곡물 몇t을 수확했다’고 보고하고 중앙정부는 ‘3~5년 만에 미국을 추월한다’는 허구적인 목표를 제시했던 (대약진운동의) 집단 기억을 되살려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지방 정부의 재정건전성은 경제성장률 통계와는 대조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중국 지방 정부 GRDP 대비 부채 비율은 76%로 2019년의 62.2%에서 13.8%포인트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