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전공의 면허정지…정부·의료계 2차 법정 공방

황효정
2024년 03월 22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4년 03월 22일 오후 8:37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불거진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대 증원 추진의 적법성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 한번 법정 공방을 벌였다.

22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한 박명하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은 취재진에 “(의대 정원 증원이) 4월 총선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국민 건강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는 것을 국민 여러분이 다 알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내부에서) 총선에 우리의 절실한,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들과 함께 정권을 심판한다는 것은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리에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조직위원장은 “전공의들을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마지막 다리마저도 불태우고 있는 상황에 다들 분노하고 있다”며 “대형 로펌 등을 통해 행정소송으로 다툴 것이고 집단소송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정부가 실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면 의협 또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정부는 다음 주부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이 시작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한시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 의사의 소명을 다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 다음 주부터 처분이 이루어질 예정인데, 처분이 이뤄지기 전 의견 제출 과정에서 복귀와 근무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처분 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복귀를 재차 촉구한 박 차관은 집단 사직 기류가 흐르는 의대 교수들을 향해서는 조건 없는 대화를 요청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그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접촉해 왔다”며 “의대 비대위와 전의교협에 조건 없이 대화할 것을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조건 없이 대화 자리로 나와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하며 “정부는 현장의 상황을 지속 예의주시하고,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전공의와 의대 학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열었다.

원고 대리인은 “정원이 확대되면 의료 교육이 불가능하게 돼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 등과 관련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며 “이를 집행정지 절차를 통해 막지 않으면 안 되는 긴급성이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정부 측 대리인은 “의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의 수를 고려할 때 집행정지가 인용된다면 국민들에게 명확한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맞섰다.

각 입장을 청취한 재판부는 “가급적 내주 목요일까지는 추가 서면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며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사안인 만큼 늦지 않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한국을 떠나 미국 등 해외 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겠다는 일부 미복귀 전공의의 주장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차관은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한국 의대 졸업생이 레지던트를 하려면 ‘외국인의료졸업생교육위원회’ 후원으로 발급되는 비자(J-1)가 필요한데, 이 위원회에서는 신청자의 자국 보건당국 추천서를 요구한다”면서 “한국 학생은 복지부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 건데, 규정상 행정처분 대상자는 추천에서 제외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이번에 처분을 받게 되면 추천서 발급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미국의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이 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