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국보의 분류와 기록…‘리움’에 다녀왔습니다

류시화
2023년 12월 7일 오전 12:01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8

콜롬비아·한국계 작가 갈라 포라스-김 개인전 ‘국보’
남북한 국보·문화재 소환…내년 3월 말까지 전시

‘국보 530점’(2023), 갈라 포라스-김. 종이에 색연필, 플래쉬 물감, 패널 4개, 각 181x300cm. 작가, 커먼웰스 앤 카운슬 제공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국보 530점’(2023), 갈라 포라스-김. 종이에 색연필, 플래쉬 물감, 패널 4개, 각 181x300cm. 작가, 커먼웰스 앤 카운슬 제공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삼성문화재단 산하). 2층 고미술 상설 전시장에는 여러 점의 국보 그림과 색연필로 그린 대형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이번 특별전의 주요 전시작은 콜롬비아·한국계 작가 갈라 포라스-김이 그린 ‘국보 530점’으로, 총길이 12m의 대형 드로잉 작품이다.

‘국보 530점’은 한국과 북한의 국보 총 530점을 국보 등재 번호순으로 교차 배치해 그린 작품이다. 숭례문(한국 국보 1호)과 평양성(북한 국보 1호)을 나란히 그리는 식이다.

이번 특별전의 주인공 갈라 포라스-김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의 후보 중 한 명이자 최근 예술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문화유산이 역사 속 주체의 필요와 이해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분류되고 기록됨에 주목했다. 그렇게 탄생한 ‘국보 530점’은 남한과 북한이 각각 문화유산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체계를 통해 순서를 매겼는지, 또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해외로 반출된 한국 유물을 한눈에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한국 유물 37점’(2023), 종이에 색연필, 플래쉬 물감, 152.4×152.4 cm. 디트로이트의 개인 소장가 소장. 작가, 커먼웰스 앤 카운슬 제공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이번 전시에서 ‘국보 530점’과 더불어 주목할 작품은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한국 유물 37점’이다.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유물을 모아 그린 이 작품은 해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물들이 그림으로나마 한곳에 모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작품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일본에서 직접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고려 불화 ‘아미타여래삼존도(국보)’와 나란히 전시돼 있다.

(왼쪽) ‘청동은입사 운룡문 향완’(고려, 1229년) 국보. 리움미술관 소장 (오른쪽) ‘국보 530점’의 일부.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이번 전시에서 포라스-김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리움이 소장 중인 국보 ‘군선도’ ‘금관 및 부속금구’ ‘청동은입사 운룡문 향완’ 등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배치는 실물로 전시된 국보와 그림 속 묘사된 국보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금관 및 부속금구’(가야, 5-6세기) 국보. 리움미술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시된 국보 중 ‘군선도’와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 권 44-50’은 보관함에 담긴 채로 전시된 점이다. 각각 유물이 휴식기 또는 입수 당시 어떤 모습으로 보존돼 있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러한 전시 방식을 택했다. 문화유산이 어떻게 분류되고 관리되는지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잘 나타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진아 리움미술관 큐레이터는 “문화유산, 미술관, 전시에 대해 종합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전시를 통해 어떤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밝혔다.

‘나전 국화당초문 기물’(고려 말-조선 초, 14-15세기). 리움미술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서울 도심 속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에서는 이번 특별전뿐만 아니라 상시 전시돼 있는 다양한 문화재를 접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도자기, 서화, 금속공예 등 한국 전통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상설 전시장인 M1 2층에서 내년 3월 31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