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각료 퇴출극, 中 공산당 수뇌부 숙청 가속 전망

강우찬
2023년 10월 30일 오후 4:57 업데이트: 2023년 10월 30일 오후 6:33

인민군 군사법원장 해임 두 달 만에 후임 임명
군 지도부 숙청 속도 앞당기려는 조치로 풀이돼

중국 공산당(중공) 인민해방군 군사법원장이 두 달간의 공석 끝에 후임이 확정됐다.

로켓군 수뇌부를 교체하고 리상푸 국방부장(장관) 등을 해임한 시진핑 중공 총서기의 군부 숙청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중공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 24일 신임 인민군 군사법원장에 류샤오윈 군검찰청 차창이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초 정둥팡 군사법원장 해임 후 약 2개월 만이다.

해군 소장을 겸하고 있던 정둥팡은 군사법원장 취임 9개월 만에 해임됐으나, 해임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중공 인민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장웨이핑(姜維平) 전 홍콩 문회보 기자는 정둥팡 해임과 관련해 “시진핑 주석의 군부 대규모 숙청에서 군사법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시진핑은 정둥팡을 정치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리위차오(李玉超) 전 로켓군 사령관을 비롯해 인민군 고위층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중국 언론인 출신의 재미 평론가 자오란젠(趙蘭健)은 리상푸 부장이 체포된 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군수 분야 고위 장교 8명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 친펑(秦鵬)은 “리상푸의 진술을 토대로 군수 분야 고위 장교들이 줄줄이 잡혀들어갈 것”이라며 “군사법원장 교체는 이들 군부 고위층에 대한 사건 심리를 신속히 마무리 지으려는 시진핑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전인대 상무위는 과학기술부장과 재정부장을 경질하고 새 인선을 통과시켰고 시진핑은 이에 서명했다.

새 과학기술부장에는 인허준(阴和俊) 중국과학원 부서기 겸 부원장이 임명됐고, 재정부장에는 란포안(蓝佛安) 당 재정부 서기가 임명됐다.

특히, 란포안은 지난달 당 재정부 서기에 발탁되고 한 달 만에 재정부장에 임명돼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 산시성 당서기를 지낸 란포안은 재정 분야에서 20년 경력을 지녔지만, 중앙정부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 침체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기업·금융 부실, 세수 급감에 따른 지방재정 악화, 천문학적 규모의 지방정부 채무, 경기부양 및 복지확충 요구 증대 등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재정 운용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중앙정부 경험이 전무한 인물이 재정부 사령탑에 임명된 것이다.

중국 평론가 왕허(王赫)는 “이번 인사는 자신에 대한 충성만 따지는 시진핑식 인사 결정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왕허는 “중공의 역대 재정부장들과 비교하면 란포안은 경력이 훨씬 못 미친다. 특히 재정부장은 중앙정부 여러 부처와의 논의·협력이 필수적이므로 중앙정부 근무 경험이 없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약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전인대는 시진핑의 의중에 따라 지방정부 경력만 쌓은 란포안을 재정부장에 덜컥 임명했다. 시진핑에게 경력은 중요치 않다. 자신에게 충성하고 자신의 정책을 무조건 집행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허는 또한 “중대한 시기에 시진핑의 요구에만 맞춰 재정부장을 임명한 전인대는, 중공의 주장과 달리 의회로서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거수기 집단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스스로 보여주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는 중공 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에게 가장 큰 타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행정부 격인 국무원은 총리를 수장으로 부총리 4명, 국무위원 5명 등 총 10명이 참석하는 상무회의, 더 많은 구성원이 참여하는 전체회의로 이뤄진다.

현재 국무위원은 국방부장 리상푸와 전 외교부장 친강(秦剛)이 해임되면서 5명 중 2명이 공석이다. 리창은 시진핑의 측근이자 명목상 국무원 수장이지만, 시진핑이 인사권을 휘두르는 가운데 전혀 위상을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인대 내각 교체가 발표된 날, 시진핑은 허리펑 부총리를 대동하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현재 중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관례적으로 중앙은행 시찰은 총리가 주도해 왔는데, 시진핑은 리창만 빼놓고 부총리와 함께 직접 중앙은행을 시찰한 것이다. 리창 총리도 직위가 위태롭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