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北, 군사위협으로 긴장 조성…내부 불만 외부로 돌리려 해”

이윤정
2024년 03월 21일 오후 2:30 업데이트: 2024년 03월 21일 오후 8:03

“국가 안보·평화 유지에 기업인 역할 중요”
“北, 아래에서부터 변화 중…대남 정책에 촉각”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최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긴장을 조성해 민심 이반을 막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관은 3 21 오전 한국산업연합포럼이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개최한18회 니치아워(Niche Hour) 정책포럼에 북한의 경제·사회실태와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김정은 정권이 시장화에 따른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억누르려고 감시·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 정만기 회장을 비롯해 회원사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서 김 장관은 “군사력은 경제적 뒷받침 없이 유지될 수 없다”면서 “기업인의 경영활동은 경제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안보와 평화 유지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군사력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는 동시에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향하며 국민적 의지를 결집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변화를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극동아트홀에서 열린 제54회 극동포럼에서 지난 20년 동안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해 밝혀진 북한의 여러 경제·사회 실태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핵과 미사일 등 여전한 국방비 과다 지출로 민생고가 가중돼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나날이 늘어갈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사실상배급제가 중단돼 주민들이 장마당으로 나가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장관은 북한 내부의 변화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이 점차 정권을 위한 희생보다 개인사를 중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인식이 무려 53.2%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들 이러한 인식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영상물을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자유세계의 문화를 알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특히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밝아지고 있다. 북한 주민 83%는 한국 드라마를 본 경험이 있고, 이것이 탈북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며 “탈북민들의 대다수는 극동방송을 북한에서 들은 경험이 있고, 이를 통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탈북한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응답자의 59.6%는 김정은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최근에는 54.9%가 3대 세습을 반대하고 있다.
배급제 중단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정권 불신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여러 변화로 더욱 대남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게 김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남한 동경 분위기가 올라가자, 지도에서 남한을 지우거나 한국의 존재 자체를 없애는 등 정보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 외에도 우상화 함몰 교육으로 북한에서도 사교육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은 아래에서부터 변화가 올라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통일 정책과 통일 외교, 한미 관계 등이 잘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현재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민은 3만4000여 명이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