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10만 북송 재일교포, 차별·감시·강제실종 피해…진상규명해야

재일교포 북송사업의 실체 ⑨
이윤정
2022년 12월 24일 오전 9:37 업데이트: 2022년 12월 24일 오전 9:37

‘재일교포 북송사업’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3340명의 재일교포를 북한으로 송환한 사건이다. 1959년 북한과 일본이 체결한 ‘재일교포 북송에 관한 협정’에 따라 이른바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불리는 북송사업이 시작된 이후 25년 동안 총 187회에 걸쳐 북송선이 일본 니가타항에서 북한의 청진항으로 향했다. 당시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이주한 재일 한인 9만3340명 중 재일교포의 98%는 고향이 남한이었고, 일본인 아내 등 일본인 6800여 명도 포함돼 있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2022년 발간한 ‘지상낙원으로 간 그들은 어디에? : 기만적 북송사업과 강제실종’은 그 실체를 규명한 보고서다. 에포크타임스코리아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도움을 얻어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일교포 북송사업 실체를 분석한 특집 기획을 마련했다.

일본에 거주하던 약 9만3340명의 재일교포가 1959~1984년, ‘귀국사업’이라는 명목하에 북송됐다.

북송 후 북한의 열악한 생활상과 다양한 제약사항을 마주한 북송 재일교포들은 탈북해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시도했다. 배가 출항하기 전 하선할 수 있다거나, 북한에 도착한 후 일본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거짓 약속에 속아 북송선에 오른 북송자들도 있었는데, 이들을 포함한 모든 북송자는 북한을 떠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들의 절박한 탈북 시도는 북한의 형법에 따라 무겁게 처벌되는 범죄행위였다. 탈북 시도 중 체포된 북송자들은 자유를 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로 전락했고, 생사와 행방이 묘연하다.

유엔 “북한 내 납치·강제 실종, 북송사업과 연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보고서를 통해 “북한 내 납치와 강제 실종은 대부분 6·25전쟁과 1959년 시작된 재일교포의 조직적 이주와 연관돼 있다”며 “북송 재일교포들은 출신 성분과 배경으로 인해 ‘적대 계층’으로 분류돼 북한 내 차별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북송 재일교포들은 대부분 남한 출신인 데다 일본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경험했다는 이유로 일반 북한 주민들보다 더 철저한 감시를 받았다. 정치적 억압, 강제 실종 같은 반(反)인도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됐으며, 관리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또한 북송자들은 북한의 사법 체계와 처벌받는 범죄 행위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정치범죄, 사상범죄에도 쉽게 연루됐다. 정권에 대한 충성심과 사상에 대해 끊임없이 시험받았고, 정치범으로 기소될 경우 좋지 않은 출신 성분으로 인해 더욱 무거운 형벌을 받기도 했다.

증인 A에 따르면, 그가 살던 마을에 북송 재일교포(약 25 가구)가 100명 정도 있었는데, 그중 총 8명이 탈북 과정에서 체포되거나 간첩이라는 이유로 잡혀갔으며, 17가구가 ‘적대’ 계층으로 분류됐다. 이들 중 일부는 관리소로 보내졌고, 다른 일부는 심각한 감시와 차별을 당했다.

북송사업을 추진했던 책임자들은 북송자들이 자유 의지에 따라 북한행을 선택한 자발적 ‘귀국자’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 결과, 북송 피해자들은 북한에 갇힌 채 잊혔으며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일본에 남아 있던 많은 북송자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조총련은 북송된 가족과 친척을 볼모로 잡고 몸값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북송자 가족 대부분은 “북한의 가족이 위험해질까 두려워서 조총련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심지어 북송자가 북한 정부에 의한 강제 실종으로 행방불명돼도 진상조사를 요청하거나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인터뷰한 실종 북송자 가족 6명 중 4명은 조총련과 북한 정부가 일본 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중 2명의 피해 가족이 북송 후 실종된 가족을 위해 일본에서 인식 제고 및 진상규명 요청 행사를 계획했지만, 조총련의 협박과 물리적 위협으로 인해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 대해 증언했다.

북송 문제 공식 제기

시간이 흐르고 점차 일본 내 재일교포 사회에서 조총련의 영향력이 줄면서 탈북한 북송자와 그 가족들도 북송 문제를 공식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상낙원운동’의 피해자로 북송됐다가 탈북해 일본에 돌아온 고정미 씨는 2008년 오사카 법원에 조총련을 상대로 1억 1000만 엔 규모의 손해 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공소시효 만료로 기각됐다.

2018년 8월 19일에는 고정미, 가와사키 에이코, 사카키바라 히로코, 이시카와 마나부, 사이토 히로코 등 5명의 탈북 북송자가 도쿄 지방 법원에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북한 정부가 거짓된 선전과 약속으로 재일교포들을 선동, 기만해 북한으로 이주시킨 것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이들 5명의 원고는 2015년 1월에도 다른 7명의 피해자와 함께 일본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북한 및 일본 정부, 조총련, 일본 적십자사와 북한의 조선 적십자사, 국제 적십자 위원회가 북송자 권리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조처를 해 달라고 일본 변호사협회가 권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일본변호사협회는 진정서를 검토한 후, 피해자들이 제기한 문제의 조사를 위해 별도의 조직을 신설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8년 2월, 가와사키 에이코 씨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청원서를 제출해 전후 북한의 본국 송환 사업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 검찰에 북한의 김정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것을 요청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북송자 강제 실종과 관련된 피해자 가족들을 인터뷰해 현재까지 총 12건의 관련 진정서를 유엔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제출했다. 이 중 5건에 대해 북한 정부가 답변을 해왔으나, 다른 강제실종 진정 사례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북송 지식인들, 北 세습 독재에 위협됐을 것

북송 재일교포의 강제 실종 피해 실태와 이들이 구금된 시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북송자의 강제 실종이 발생한 유형을 시기적으로 분석해 보면, 북송자 강제 실종이 북한의 독재 권력 강화 및 구금시설체계 발달과 연관된 역사적 흐름을 반영하는 형태로 발생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조총련 간부로 북송사업에 가담했던 장명수 씨는 회고록을 통해 “북송자 중 촉망받던 조총련계 간부들과 지식인들이 1967년 이후 김정일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실종됐다”고 서술했다.

탈북한 북송자 B는 “지식인 계층의 북송자들이 김씨 일가의 세습 독재에 위협이 됐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들은 이념에 충실해 평등한 사회주의 국가의 실현을 위해 북한으로 이주했는데,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 세습은 사회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봉건주의로, 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가지거나 이를 피력하는 것은 정치적 반동 범죄였고, 이는 많은 지식인 북송자들이 권력 이양기에 실종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강제 실종 피해자의 구속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사례가 드물지만,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관련 사례를 통해 북송자들이 강제 실종되거나 정치범으로 처벌된 혐의를 다음 5가지로 유형화했다. △탈북 기도 △반국가적 발언 또는 불만 제기 △간첩 활동 혐의 △반체제적 정보 전파 혐의 △연좌제

증언에 의하면 관리소 내에서 수감자들은 의도적으로 배급에서 배제되고, 제도적으로 기아와 불법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고문·강간 등 자의적 학대 행위들이 간수는 물론 다른 수감자들에 의해 공공연히 자행되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

완전통제구역에 있는 수감자는 대부분 종신형을 받고 더 열악한 환경에서 평생 강제노동에 동원되다가 관리소 안에서 사망한다.

보고서는 이를 심각한 인권유린으로 규정하고 “증언할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존재는 쉽게 잊힌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북한 정권에 의한 강제 실종에 대한 추가 조사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법상 근거 없는 이유로 많은 피해자가 정치범으로 구금됐다. 진실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해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철저하게 조사돼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 당국에 의해 북송된 이후, 북한에 남아 있는 재일교포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서울유엔인권사무소와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송사업의 진실과 그 이후 북송자에게 자행된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관련 책임자와 인권 침해범죄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는 북송자를 위한 정의 회복에 필수적”이라며 “북한 정권과 조총련이 북송사업을 조직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사실과 이후 자행된 북송자 강제 실종에 주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역설했다.

덧붙여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북송은 일본과 소련 정부는 물론, 일본 적십자사, 국제 적십자 위원회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북송사업 초기부터 문제의 소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돕거나 방조한 관련 주체의 책임 역시 추후 조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