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⑥ 우리 바다 이어도의 경계와 관할권

해양주권의 최전선 이어도
이윤정
2023년 04월 8일 오후 4:26 업데이트: 2023년 04월 8일 오후 5:46

이어도는 오늘날 한국의 해양 주권을 상징하는 해양 영토다. 이어도와 그 주변 해역은 중국·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배타적 경제수역 확정 문제, 해상 관할권 문제 등이 걸려 있다. 2003년 이어도에 국내 최초로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래 중국은 해당 수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왔다.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가 2022년 발간한 ‘이어도 오디세이’는 이어도 종합해양기지에 관한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주변국의 무리한 권리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담은 책이다.
에포크타임스코리아는 이어도연구회의 도움을 얻어 책을 바탕으로 이어도에 관한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담은 특집 기획을 마련했다.
그 여섯 번째 순서로 섬을 둘러싼 해양경계 획정과 관할권 다툼, 이어도의 해양법상 지위에 대해 알아본다.

미완의 한·중·일 어업협정

해양경계 획정은 되돌릴 수 없는 국경조약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얽혀 해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 한·중·일 3국은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확정까지 임시방편이라 할 수 있는 어업협정을 체결해 어로 활동 등을 관리하고 있다.

중·일 어업협정은 1997년 11월, 한·일 어업협정은 1998년 11월, 한·중 어업협정은 2000년 8월 각각 체결돼 배타적 경제수역 갈등이 표면화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어업협정은 잠정 조치일 뿐이며 배타적 경제수역 중첩은 여전해 각종 해양 활동에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서해는 한·중 간 수역 거리가 최대 280해리에 불과해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가 더욱 첨예하다. 일방적이고 무분별한 남획, 불법 조업으로 인한 어족자원 피해 등 어업분쟁이 잦다. 2001년 6월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은 서해에 ‘배타적 어업수역’ ‘잠정조치수역’ ‘과도수역’ ‘현행어업질서유지수역’ 등을 설정했다.

배타적 어업수역은 조업방식, 어획량, 어획 가능 어종 등을 연안국이 부여한 조건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이다. 잠정조치수역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어선 수 제한 등 공동 관리하는 곳으로 배타적 경제수역 적용을 잠정적으로 유보한 곳이다. 과도수역은 2005년 양국 각자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편입됐다.

그런데 이어도 해역은 이 어업협정에서 빠졌다. 협정은 이어도 주변 해역에 대해 명확한 경계를 짓지 않은 채 잠정조치수역 이남 현행어업질서유지수역으로 두었다. 한·중 양국이 기존 방식대로 자유롭게 어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 | 연합뉴스

이어도 해역은 한난류 교차지역으로 다양한 어종이 나오는 황금어장이다. 산업 여건상 갈수록 중국 어선의 독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해경은 이어도 주변 해역에 함정을 배치해 순찰하고 있지만, 중국 어선의 조업 단속이 아니라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접근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섬이 뭐길래

해양법 체제 형성 이후 섬의 존재가치가 부쩍 높아졌다. 섬은 국가가 주권, 관할권을 갖는 해양 경계의 기준이자 거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섬이 이런 가치와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 다만 섬과 암석에 대한 해양법 규정이 명료하지 못해 연안국 간 도서 영유권, 해양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이 잦다.

해양법상 섬의 법적 자격을 인정받으려면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여야 하고, 만조 시에도 수면 위에 나와 있어야 한다. 모래, 자갈, 암석 등을 쌓아 조성한 인공섬이나 콘크리트·철강 등의 소재로 설치한 구조물은 섬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 항상 수면 아래로 잠겨 있는 암초나 간조 시에만 수면 위로 나오는 간출암(干出岩)도 섬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은 섬의 지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중국·일본 간 일촉즉발 무력충돌 위기까지 갔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도 섬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다.

일본은 도쿄 남쪽 1470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암석에 항만을 건설해 사람이 거주하는 섬으로 인정받고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라 명명된 이 암석은 가로 2m, 세로 5m, 해수면에서 높이 70㎝에 불과한 산호초다.

일본 태평양 산호초지대 ‘오키노토리시마’ | 연합뉴스

중국도 인공섬을 건설해왔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등지 산호초 7곳에 인공섬을 축조하고 군용기 이착륙장을 지어 군사기지로 만들어버렸다.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웠으니 일본 오키노토리시마처럼 섬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오키노토리시마가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가질 수 있는 섬으로 간주하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부적합한 것처럼 한·중 간 해양 경계 획정의 중심에 있는 이어도에 어떤 인공적 조치를 하더라도 이익이 없음은 명확하다.

이어도의 국제법적 지위는?

이어도 문제는 본질적으로 영유권 분쟁이 아니라 해양 경계 획정과 관할권 다툼이다. 영유권과 관할권은 모두 국가의 권한 행사에 관한 것이지만 의미가 다르다. ‘영유권’은 점령과 소유가 결합된 용어로, 영토주권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영토·영해에서 국가가 행사하는 유일하고 독자적인 통치권한이기도 하다.

반면 ‘관할권’은 국가의 권한이 미치는 범위를 뜻한다. 이어도 해역은 배타적 경제수역이므로 영해에서 국가가 갖는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없다. 영해에 비하면 제한적인 관리 권한만 인정된다.

이어도와 독도를 비교해보면 문제가 명확해진다. 독도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를 부여받은 대한민국 영토다. 독도는 바다 위에 솟아난 섬이므로 영토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어도의 해양법상 지위는 어떨까. 독도나 센카쿠열도와 달리 이어도는 수면 아래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 지위를 부여받을 수 없다. 이어도는 높은 파도가 칠 때 간헐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간조 시에도 수면 아래 있기 때문에 간조노출지로 보기는 어렵다. 이어도는 중첩된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획정을 통한 관할권 확보·행사에 관한 문제다.

해양법은 발효 이후 국제 해양질서에 관한 새로운 관습법, 관행 형성에 근거와 기준이 돼왔다. 한국은 1983년 122번째로 협약에 서명했고,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1996년 2월 28일부터 국내에서 발효됐다. 해양법은 유력한 국제규범이지만 모든 해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의 열쇠는 아니다.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 개념 도입은 새로운 해양시대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보편적 국제질서로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며, 인접국, 대향국 간 해양관할권, 해양 경계 획정을 둘러싼 분쟁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양법 규정의 모호성 탓에 해양관할권이 중복되는 수역에서 서로 자국 수역임을 주장하는 연안국 간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잠재해 있다.

외교부는 2021년 4월 14일 중국 외교부와 ‘제1차 한중 해양협력대화’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양국 간 해양 협력 전반을 논의했다. | 외교부 제공

한국과 중국은 이어도 해역을 포함한 해양경계 획정을 두고 2008년까지 14차례 한·중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진전이 없었다. 이후 양국 정상들이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면서 협상은 조금씩 진전됐다. 2008년과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 간 양국 정상회담에서 “해양경계 획정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안정적인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공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2014년 정상회담에서 해양경계 획정 협상을 조속히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5년 12월 서울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된 회담이 재개됐다.

2021년 4월 한·중 양국이 공동개발을 포함해 해양정책 전반을 협의·조율하는 ‘한·중 해양협력대화’가 출범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2021년 말까지 차관급 공식회담 2회, 국장급 회담 9회가 열렸다. 그러나 양국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