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④ 대한민국 해양 영토, 이어도

해양주권의 최전선 이어도
이윤정
2023년 03월 26일 오전 7:29 업데이트: 2023년 03월 26일 오전 7:29

이어도는 오늘날 한국의 해양 주권을 상징하는 해양 영토다. 이어도와 그 주변 해역은 중국·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배타적 경제수역 확정 문제, 해상 관할권 문제 등이 걸려 있다. 2003년 이어도에 국내 최초로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래 중국은 해당 수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왔다.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가 2022년 발간한 ‘이어도 오디세이’는 이어도 종합해양기지에 관한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주변국의 무리한 권리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담은 책이다.
에포크타임스코리아는 이어도연구회의 도움을 얻어 책을 바탕으로 이어도에 관한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담은 특집 기획을 마련했다.
그 네 번째 순서로 해양법, 해양 영토의 기준과 경계 등을 살펴본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세워지면서 주변 해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이곳 바다가 한국의 관할 영역이자 해양 영토라는 인식이 생겼다. 해양과학기지라는 실체를 매개로 이어도 해역 관할권의 정당성이 살아나게 된 것이다. ‘독도는 우리 땅, 이어도는 우리 바다’라는 직감적인 문구까지 나왔다.

사실 해양과학기지 설치가 주변 해역에 대한 관할권의 국제법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실효 지배에 버금가는 상징 효과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바다를 ‘제2의 국토’로 여기는 주권 의식이 공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국제 바다 헌법’ 해양법 탄생

바다는 땅처럼 경계를 표시하기 어려워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항해와 조업, 관할권을 놓고 다툼이 일곤 한다. 바다에 관한 규범을 대표하는 국제법은 유엔해양법협약이다. 해양법은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대륙붕 등 해양 경계를 규정하고 국제 해양질서 유지, 해양분쟁 해결의 근거가 된다. 유엔 회원국 간 협의를 거쳐 1982년 4월 30일 채택되고 1994년 11월 16일 발효됐다.

성문 해양법의 초석을 놓은 건 1945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법위원회였다. 위원회는 1950년부터 성문화에 착수해 1956년 해양법 초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했다. 이후 1958년 1차 유엔해양법회의, 1960년 2차 해양법회의가 열렸다. 3차 해양법회의는 16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1973년부터 1982년까지 진행돼 사상 최장기 국제회의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그만큼 각국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쳤다는 얘기다.

해양법은 오랫동안 대립해온 영해 문제에 대한 국제적 타협의 소산이다. 20여 년간 치열한 협상을 거쳐 도출된 해양법은 가장 포괄적인 해양 관련 성문법으로 흔히 ‘해양에 관한 헌법’이라 불린다. 외형상으로도 방대한 조항을 담고 있다. 전문과 본문 17부 320개 조, 9개 부속서, 최종의정서로 구성돼 있다. 내용은 영해 등 모든 해역과 해양환경, 해양과학 조사, 해양기술 이전, 분쟁 해결 제도 등을 포괄한다. 특징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해의 범위를 12해리(약 22km)로 확정했다. 영해에 대해 기본적으로 연안국의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자유로운 선박의 왕래를 보장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영해에서 타국 선박 역시 무해통항권이라는 형태로 항해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200해리(약 370km) 배타적 경제수역 제도를 확립했다. 연안국들은 이 수역 안에서 독점적으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적 보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과거 공해였던 바다 면적의 36% 정도가 배타적 경제수역에 편입됐다.

▲대륙붕의 정의를 확립했다. 기존 대륙붕협약은 천연자원 개발이 가능한 해저와 그 지하를 해안으로부터 거리와 상관없이 대륙붕으로 인정해 과학기술 진보에 따라 대륙붕이 무제한 확장될 상황이었다. 해양법은 유엔대륙붕한계위원회(CLCS)의 개입을 통해 대륙붕 외측 한계가 200해리 이원까지 확장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 공동유산’으로 규정했다. 국제해저기구(ISA)를 설립해 심해저 자원개발을 관리·규제하게 했다.

▲해양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설립을 규정했다.

해양법 발효로 국제사회에 새로운 해양 질서가 성립하게 됐다. 해양 문제가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적 차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각국은 해양 이익의 극대화를 목표로 자국에 유리한 관할 수역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외교적·법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어도의 경계와 관할권

흔히 이어도를 ‘대한민국 해양 영토’라 한다. 해양법상 해양 영토는 한 국가의 주권 또는 주권적 권리, 배타적 관할권이 미치는 해역을 의미한다. 12해리 영해 범위를 넘어 넓게는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 수역까지 포괄한다.

해양법은 해양자원의 이용·채굴이 가능하도록 일정 면적에 대해 연안국에 관할권을 부여하고 있다. 각종 해양자원의 경제적 이용이 강조됨에 따라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 획정 문제는 국익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연안국이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역을 육상 영토 개념과 같이 보고 ‘해양 영토’로 지칭한 것이다.

이 규정 해석은 한 국가가 접한 관할 해역을 넘어 개별 국가가 독점적 탐사와 개발권을 확보한 심해저와 과학기지를 운영 중인 극지까지 해양 영토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어도를 대한민국 해양 영토라 하는 것은 무리한 표현이 아니다.

해양법은 관할 해역을 내수,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 대륙붕, 공해, 심해저 등으로 구분한다. 해양 영토의 범위는 ‘기선(baseline)’을 통해 결정된다. 모든 국가는 기선에서 12해리 범위 안에서 영해의 폭을 결정할 수 있다. 기선으로부터 24해리까지 영해의 바깥쪽 바다 중 영해를 제외한 해역은 접속수역에 해당한다.

해역 개념도 | 한국해양재단/이어도연구회 제공

기선에서 영해를 제외한 200해리까지는 연안국이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할 수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바다가 가진 다양한 잠재 가치로 인해 중요성이 높다. 대륙붕은 영해를 제외하고 육지영토의 자연적 연장이 기선부터 200해리 미만인 경우 200해리, 200해리를 넘는 경우 최대 350해리, 또는 2500m 등심선으로부터 100해리까지 설정할 수 있다.

해양 경계 둘러싼 경쟁

해양자원의 가치가 강조되면서 해양 경계 획정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해양 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선은 영해기선이다. 기선은 통상 모든 해양관할권의 출발선으로 지도상 연안의 저조선(低潮線), 즉 가장 낮은 조류 수위에 의해 형성되는 해안선을 따라 긋는다.

영해기점을 연결한 영해기선은 국가의 해양 영토를 결정하는 근간이다. 해양법 체제에서 기선은 단지 영해 경계뿐 아니라 배타적 경제수역 등 해양 관할수역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기선 설정으로 한 나라가 관할하는 해역이 정해지기 때문에 연안국에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해안선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영해기선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해양법에서는 기선을 통상기선과 직선기선으로 구분한다. 통상기선은 육지의 저조선으로 확정된다. 예외적으로 깊게 굴곡지거나 잘려 들어간 지역, 또는 해안을 따라 가까이 섬이 흩어져 있는 지역에서는 적절한 지점을 연결하는 직선기선을 사용할 수 있다.

해양 경계 획정을 둘러싼 갈등에서 늘 문제 되는 것이 직선기선 적용이다. 직선기선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양 영토 면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해양법은 통상기선을 해양 경계 획정의 기준선으로 삼고, 직선기선 적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직선기선을 적용해 문제가 되곤 한다. 한국과 바다를 마주 보는 인접국 중국과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두 나라 모두 무리하게 직선기선을 사용해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한 국가로 분류된다.

중국과 일본은 1996년 5월과 6월 각각 국토 전 해안에 걸쳐 해양법상 요건을 넘어서는 직선기선을 채택, 공표했다. 두 나라의 확장된 직선기선은 한국과의 해양 경계 획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해양 분쟁은 바다를 접한 연안국이 해양 영토를 무리하게 넓히려는 야욕 때문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