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음속 탄도미사일·핵어뢰…묘하게 닮은 북한 신무기 개발 과정

전경웅 객원기자
2024년 01월 26일 오전 10:46 업데이트: 2024년 01월 26일 오전 10:46

북한의 신형무기 개발이 극적인 변화를 보였던 것은 2017년 5월과 2019년 5월이 있다. 2017년 5월은 ‘백두산 엔진’이라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용 액체연료 로켓엔진 시험 발사 성공이 있었고, 2019년 5월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부르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의 무기 시험은 징검다리식으로 이뤄지기는 했지만 무기의 형태나 성능에 일관성이 있었다. 이런 무기 시험의 패턴이 최근 바뀌는 모양새를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자율주행 핵어뢰다.

◇北 발사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3년간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구성품 업그레이드

북한은 지난 14일 오후 2시 55분경 평양 일대에서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총국의 15일 발표를 보면,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의 목적은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 비행 특성”과 “새로 개발한 다계단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의 믿음성(신뢰성) 확증”이다.

북한은 ‘화성-8형’ 등 최소 3종류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북한은 2021~2022년 사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3번 실시했다. 2021년 9월 28일 글라이더 형태의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탑재한 ‘화성-8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HGV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과 똑 닮았다. 일본 군사전문가는 HGV 탑재부 아래 추진체가 ‘화성-12형’ IRBM을 개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중장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이라는 뜻이었다.

2022년 1월 5일 북한은 또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사일 이름은 ‘극초음속 미사일 2형’이었다. 형태도 달랐다. 추진체는 기존의 IRBM과 비슷했지만 HGV가 원뿔형이었다. 아래쪽에는 작은 날개(카나드) 4개가 붙어 있었다. 며칠 뒤인 1월 11일 북한은 다시 ‘극초음속 미사일 2형’을 쏘았다. 이때는 김정은과 김여정이 참관했다. 속도는 최고 마하 10에 다다랐다.

올해 1월 14일에 쏜 것을 두고 북한은 별다른 명칭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극초음속 미사일 3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2형까지 3번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발사 준비 속도를 줄이기 위해 액체연료 탱크를 ‘앰플(Ampoule)’로 만들어 장착했다. 하지만 신형은 고체연료 엔진으로, 발사 준비가 필요 없다. 그런데 세 미사일 외형에 변화가 없다. 즉 같은 형태 또는 거의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내부 구성품을 꾸준히 개량해 나가는 식이다. 그러면서 이름을 바꾼다.

◇北 핵어뢰 ‘해일’, 핵추진 가능성 희박하지만 계속 개량하는 듯

북한이 지난 19일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힌 자율주행 핵어뢰 ‘해일’의 개발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연상케 한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19일 “국방과학원 수중무기체계연구소가 개발 중인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 5-23’의 중요 시험을 동해에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했던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에 대응하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21일 함경남도 리원군에서 처음으로 핵어뢰 ‘해일-1’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개발했다고 했지만 정확하지 않다. 조선중앙통신은 ‘해일’이 수중에서 핵폭발을 일으켜 적 항만에 해일을 일으키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해일-1’이 59시간 12분 동안 80~150m 수중에서 잠항을 했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 ‘해일-1’의 두 번째 시험을 실시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북한은 한 달 뒤인 4월 4일 함경남도 금야군 가진항에서 ‘해일-2’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일-2’는 71시간 6분 동안 1000km를 잠항한 뒤 함경남도 단천시 룡대항 앞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북한은 밝혔다. 그로부터 거의 9개월이 지난 뒤인 올해 1월 19일 북한은 ‘해일 5-23’의 시험발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잠항 심도와 거리를 밝히지 않았다.

‘해일’ 또한 극초음속 미사일처럼 형태는 변하지 않으면서 내부 구성품을 계속 개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어느 부분을 개량했는가 하는 점이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은 추진체를 고체연료로 바꾸었다고 밝혔지만 ‘해일’은 어느 부분을 개량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北의 ‘해일’, 러 ‘포세이돈’ 베낀 듯…현재는 핵추진 아니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 주목

북한이 시험발사한 ‘해일’이 지난해 7월 27일 전승절 열병식에 등장한 ‘해일’과 동일한 모델인지도 의문이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해일’은 지름 1.5~1.6m, 길이는 16m나 됐다. 이는 길이 20m, 폭 2m, 중량 100t에 달하는 러시아 수중 핵드론 ‘포세이돈’에 육박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북한이 공개한 ‘해일’의 사진은 그보다 작다. ‘포세이돈’은 2MT(1MT은 TNT 100만t 폭발력)급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적 항만에 해일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한국국방연구원(KIDA) 신승기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해일’의 직경이 0.8~0.9m로 직경 0.5m 전후인 전술핵탄두 ‘화산-31’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해일-1’의 최대 순항거리는 1000km, ‘해일-2’의 최대 순항거리는 1500~2000km로 추정했다. 북한이 지난해 3월 공개한 핵탄두 ‘화산-31’은 폭발력이 5kt(1kt은 TNT 1000t 폭발력)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폭발력으로는 적 항만에 해일을 일으킬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에서는 북한의 ‘해일 5-23’이 가진 파괴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이 핵어뢰 시험에 성공해 실제로 전력화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북한의 핵어뢰 ‘해일’은 지난해 전승절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지만 여전히 개발 중이고 아직 배치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북한 핵어뢰 ‘해일’은 러시아 ‘포세이돈’에는 견줄 게 못 된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러시아 ‘포세이돈’은 수심 1000m에서 시속 70노트(약 130km/h)로 무제한 잠항한다는 게 서방 정보기관 추정이다. 반면 KIDA와 아산정책연구원 등이 분석한 데 따르면 북한의 ‘해일’은 잠항 수심이 100m 안팎인 데다 잠항 속도 또한 30~40km/h에 불과하다. 이는 민간 상선도 겨우 쫓아갈 속도다. 다만 순항거리와 속도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침저기뢰(적이 다니는 항로나 항만 앞에 미리 매설해 놓는 어뢰 장착 기뢰)’처럼 미리 적진 앞바다에 보내 놓을 수는 있다.

◇군사전문가들, 러 지원으로 北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핵어뢰 기술 발전할까 우려

군사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해일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의 탄두가 ‘MaRV(Maneuverable Reentry Vehicle·기동형 탄두재돌입체)’라는 분석을 내놓는 군사전문가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탄두가 ‘회전낙하’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회전낙하’ 탄두 요격은 상당히 힘들다. 이런 분석은 2~3년 전만 해도 탄도미사일에 MIRV(Multiple Independently-targetable Reentry Vehicle·다탄두 각개목표 설정 재돌입체)를 장착했느냐 아니냐로 의견이 엇갈리던 것과 분위기가 다르다.

MIRV와 MaRV는 탄두부에 작은 추진로켓이 달렸다. MIRV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낙하하는 탄두에 회전을 추가하는 것이라면 MaRV는 미약하지만 회피 기동이 가능하다. 고체연료로 추진체를 바꾸고 탄두까지 점점 더 발전해 나가면 한미 연합의 방어 역량으로 막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해일 5-23’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해일’은 그 크기나 형태, 북한이 지닌 기술력 등을 종합할 때 납 배터리 가능성이 높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내놓은 북한 배터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가정에서 널리 사용하는 2차 전지는 대부분 중국산인데 용량이 적어 어뢰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만약 북한이 중국산 전지 기술을 도입 인산-철 배터리 등을 사용한다고 해도 ‘해일’의 성능은 한계를 반드시 갖는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여기에 중국의 지원이 더해지면 미래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해일’은 지금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지니게 될 수 있다. 북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탄두부는 러시아의 ‘킨잘’과 흡사하다. ‘해일’ 또한 러시아 ‘포세이돈’의 짝퉁이라고 불린다.

북한이 지난 24일 시험발사한 순항미사일 ‘화살 3-31형’ 또한 구소련제 Kh-35 순항미사일의 복제판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구소련제 무기를 계속 개량해 온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을 경우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해일’의 성능은 한미 연합이 막아내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