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되돌아온 ‘쌍특검법’…9일 본회의 앞두고 여야 대치

이윤정
2024년 01월 7일 오후 4:10 업데이트: 2024년 01월 7일 오후 4:33

재표결 시점 충돌…與 “1월 9일” vs 野 “2월 이후”
한덕수 총리 “쌍특검법, 정상적 법률 아니라고 판단”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오는 9일 열리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 폐기를 목표로 본회의에서 재표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재표결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등 쟁송 방안을 검토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른바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2건의 특검법안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과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50억 클럽 특검법)’을 가리킨다.

오는 4월 총선 관련해 여당에는 악재가, 야당에는 호재가 될 수 있는 법안으로, 재표결 시 부결이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의 9일 본회의 재표결을 통해 법안을 폐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대통령이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재표결 시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298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167명)을 비롯해 정의당(6명), 진보당(1명) 외 야당 출신 무소속 의원 수를 합해도 180명 정도여서 가결에 필요한 200명을 채우려면 국민의힘 ‘이탈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표결에서 부결되면 법안은 폐기된다.

국힘, ‘폐기’ 목표…‘제2부속실 설치’ 대안 검토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해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재표결하자고 야당에 요구했다.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재표결로 ‘쌍특검법’을 폐기해 정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탈표를 방지하고 여론을 환기하는 등 총선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대신 여권은 김 여사 관련 업무를 위해 대통령 배우자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부활을 검토하기로 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라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제2부속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제2부속실보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등이 저지른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민심 회피용’이라며 특검 대체용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제2부속실을 설치한다면 앞으로의 리스크 관리는 되겠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지원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 권한쟁의심판 청구 카드 만지작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대통령 본인 및 가족 등에 대한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헌법상 쟁송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그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전략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이나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또는 국가기관과 지자체 사이에 권한 관련 다툼이 발생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유권적으로 그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절차다.

다만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려면 법리적 검토를 거쳐야 하므로 민주당 내부에선 오는 9일 본회의가 아닌 2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쌍특검법 표결 시기를 최대한 늦춰 여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의원들의 ‘이탈표’ 확보를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예령 대변인은 7일 논평을 통해 “총선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속셈”이라며 “특검법을 향한 민주당의 억지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 연합뉴스

정부 “총선용 악법…정상적 법률 아냐”

쌍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자 정부는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즉시 재가했다. 취임 이후 행사한 네 번째 거부권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당시 국무회의 의결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쌍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1200자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실장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물타기 여론 공작”이라고 직격하며 “이번 특검 법안들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결혼도 하기 전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결혼한 지난 2012년 3월 이전인 2009년 말 무렵부터 발생한 점을 언급한 것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수사를 했지만, 기소할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강조하며 사실상의 ‘이중 수사’라는 점을 꼬집었다.

한덕수 총리는 7일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쌍특검법에 대해 “결국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그런 입법이 아니냐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가져왔다”며 “여야 간에 합의를 해서 통과되지도 못했다. 법이 가지는 수사 상황을 매일 브리핑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야당만이 특검을 임명할 수 있는 사안들이 서로 상충되는 문제 등으로 인해 정부는 정상적인 법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