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中 정치전,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

이윤정
2024년 01월 10일 오전 6:47 업데이트: 2024년 01월 18일 오후 5:00

1월 9일, 한반도선진화재단·한국세계지역학회·국가안보전략연구원·한국국가전략연구원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방어적 자유민주주의’를 주제로 공동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1세션은 ‘제5세대 전쟁: 하이브리드전의 진화와 정치전’을 주제로 월러스 그렉슨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사회를 맡았고, 조현규 한국국방외교 협회 중국센터장과 케리 거샤넥 나토(NATO) 펠로우가 각각 주제 발표를 했다.

“5세대전, 은밀하고 형체가 없으며 세련되고 주도적”

조현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첫 발제자로 나선 조현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은 ‘5세대전과 하이브리드 위협’ 주제로 발표했다.

5세대 전쟁은 인공지능, 완전자율시스템 등 신과학기술과 함께 사이버 공격 등 비동력적 수단을 동원한 비군사적 전쟁이다. 4세대 전쟁이 ‘정치전’이었다면, 5세대 전쟁은 ‘정보와 인식의 전쟁’이다.

조 센터장은 “5세대 전쟁은 지적 능력의 조작이나 마비, 파괴에 중점을 두는 전쟁”이라며 “목표로 삼은 국가나 사회 내부로 깊숙이 침투해 적의 능력 자체를 조작하려고 시도한다. 전략적 소통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전쟁”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5세대 전쟁은 기존 4세대 전쟁 요소를 포함하면서 인지전, 초한전, 하이브리드 전쟁 등 다양한 형태로 글로벌 차원에서 우리 주위에 존재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5세대 전쟁에서는 물리적 차원의 테러 등은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고 직접 수단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5세대 전쟁의 주요 특징은 ‘은밀하면서도 형체가 없으며 세련되고 주도적’이라는 점이다.

조 센터장은 “이 상황에서 패배한 상대방은 자신들이 패배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반복되는 피해로 인해 무언가 잘못됐음을 감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무력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응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부연했다.

“정치전, 정신에 침투해 사기 떨어뜨리려는 전략”

케리 거샤넥 대만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방문교수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다음으로 케리 거샤넥 대만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방문교수가 ‘중국 정치전 전개 방식의 특징’에 대해 발표했다.

거샤넥 교수는 “정치전은 적과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이라며 “중공은 이것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1920년대부터 알고 있었고, 앞으로 있을 다양한 분쟁에서도 정치전을 통해 승리를 획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정치전에 실패할 경우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전쟁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시진핑은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야 한다”라고 반복적으로 발언해 왔다. 정치전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으로 전쟁을 하겠다는 의미다.

거샤넥 교수는 “5세대 전쟁은 제2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전으로, 이런 정치전에 중국이 매우 심각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정치전을 벌이는 목표는 바로 사람들의 정신에 침투해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전략적 공작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자신들 국민의 사기는 고양하면서 대중이 전쟁을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우리의 전투 의지를 와해하고자 한다. 공격을 받는 국가들은 내부에서부터 분열되는데, 이게 바로 정치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中, 오랫동안 대만에 대한 선전·허위 정보 사용”

2세션은 ‘대만사태와 중국의 대(對)대만 정치전’을 주제로 오노다 오사무(小野田治) 일미대관계연구소(日米台関係研究所) 선임연구위원 사회를 맡고, 위중치(余宗其) 국립대만대학 교양학부 교수와 그랜트 뉴섬 안보정책연구센터(CSP) 선임연구위원이 각각 주제 발표를 했다.

위중치(余宗其) 국립대만대학 교양학부 교수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위중치(余宗其) 국립대만대학 교양학부 교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치전과 대만 위기’로 발제했다.

위 교수 역시 중국의 정치전을 “재래식 군사 전술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전략”으로 정의하며 “여기에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 외교, 정보, 법률, 미디어, 심리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오랫동안 대만에 선전과 허위 정보를 사용해 왔다”면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대만 사회에 선전과 허위 정보를 넘쳐나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삼전(三戰)’ 전략을 언급하며 “이 중에서도 심리전이 가장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서 “심리전은 전략적 목표에 따라 전문화된 정보와 미디어를 활용해 정치적, 군사적 목표를 홍보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했다.

그는 “통일전선전술은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표적으로 삼고 중국의 글로벌 간섭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기본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화교들이 중국의 목표를 지지하도록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고취해 해외 디아스포라를 포섭하고 통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랜트 뉴섬 안보정책연구센터(CSP) 선임연구위원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두 번째 발표자인 그랜트 뉴섬 안보정책연구센터(CSP) 선임연구위원은 “비록 자유세계가 그것을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중국 공산당은 이미 자유세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중화인민공화국은 지난 30여 년간 동안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다른 자유 국가들을 공격해 왔다”고 지적했다.

뉴섬 연구위원은 △경제전 △화학전 △생물학전 △사이버전 △선거전 △미디어전 △심리전 등을 언급하며 “중국의 목표는 적들을 약화하고 궁극적으로 적들을 지배하거나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용어도 구분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정치전’은 중화인민공화국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포괄하는 더 친숙한 표현이지만, 일반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데 사용되는 비군사적 수단만 포함한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더 확장적이며 비군사적 공격 라인 외에 재래식 혹은 비상식적인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구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