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함이 낳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성 니콜라스의 영광’

에릭 베스(Eric Bess)
2023년 12월 7일 오후 10:03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8

매년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크리스마스 트리와 화려한 조명이 거리 곳곳을 수놓고,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린다.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산타클로스 이야기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성 니콜라스 주교

‘성 니콜라스의 초상’(미상), 야로슬라프 체르막. 체코 아트 프라하 미술관 | 공개 도메인

성 니콜라스(270~343년)는 4세기경 소아시아에 거주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는 전 재산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사업에 활용했다. 이후 가톨릭 사제가 된 그는 곧바로 주교로 승격해 평생을 종교에 헌신했다.

303년, 성 니콜라스는 로마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기독교 박해 때 투옥돼 잔혹하게 고문당했다. 이후 콘스탄티누스 1세에 의해 무사히 석방된 후 그리스도인 계몽에 앞장섰다. 그는 친절함과 관대함으로 많은 이들을 도와주었고, 그의 선함이 이룬 기적은 전설로 남아있다.

성 니콜라스의 전설

성 니콜라스는 선교 활동을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로 확장했다. 가난한 집안의 딸 세 명을 도운 이야기는 그와 관련한 유명한 설화 중 하나다.

당시 젊은 여성이 결혼하려면 많은 지참금이 필요했고, 가난한 아버지는 딸들을 노예로 팔아버릴 결심을 한다. 이를 우연히 알게 된 니콜라스는 깜깜한 밤, 몰래 그들의 집 창문 너머로 황금이 가득 든 자루 세 개를 던져 넣었다. 자루는 세탁 후 널어둔 양말 속으로 들어갔고, 이는 성탄절에 산타가 양말 속에 몰래 선물을 넣어둔다는 이야기의 유래가 됐다.

이 외에도 성 니콜라스는 많은 이들에게 관용과 사랑을 베풀었다. 납치돼 노예 생활을 하던 소년을 가족 품에 돌려준 이야기를 비롯해 어린아이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 살인자에게 붙잡혀 목숨을 잃을 뻔 했을때 성 니콜라스가 하느님께 기도해 아이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로 인해 성 니콜라스는 어린이들의 수호 성인으로도 불린다.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친절한 마음으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줬던 성 니콜라스는 343년 사망했다. 이후 니콜라스의 선행 미담은 전 유럽에 퍼졌고, 그의 유해는 1087년 이탈리아 남동부의 바리로 옮겨져 그의 이름을 딴 성당이 세워졌다.

‘바리의 성 니콜라스의 영광’

‘바리의 성 니콜라스의 영광’(1653), 마티아 프레티. 캔버스에 오일. 이탈리아 카포디몬테 미술관 | 공개 도메인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예술가 마티아 프레티(1613~1699년)는 1653년 ‘바리의 성 니콜라스의 영광’을 그렸다. 그림의 중앙에 구름 위에 서 있는 성 니콜라스가 있다. 기독교 휘장으로 장식된 밝은색의 옷은 어두운 배경과 대조를 이루며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두 팔을 벌리고 있다.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주위를 날개 달린 어린 천사들이 에워싸고 있다. 오른쪽에서 날고 있는 한 천사는 주교 모자를 가져와 그의 머리에 씌워준다. 다른 천사는 주교의 지팡이를 들고 있다. 니콜라스 아래에 자리 잡은 천사는 황금 공이 올려진 책을 그에게 선물한다. 다른 어린 천사들은 그가 어둠 속에서 빛이 쏟아지는 곳을 향해 나오는 모습을 경건하게 지켜보고 있다.

진심 어린 감사와 관용의 기적

‘바리의 성 니콜라스의 영광’(1653)의 일부, 마티아 프레티. 캔버스에 오일. 이탈리아 카포디몬테 미술관 | 공개 도메인

그림은 성 니콜라스가 하느님으로부터 영광을 받는 신성한 장면을 포착했다. 성 니콜라스가 하느님을 영접한 순간 그의 얼굴에는 진심과 감사, 경외심이 가득하다. 주위의 어린 천사들은 그의 영광에 기뻐하며 존경을 가득 담아 그를 극진히 떠받치는 모습이다.

성 니콜라스는 주위의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대했지만,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다. 그의 관대함은 천사와 하느님에게도 전해졌고 영광을 받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성 니콜라스의 관대함은 세상에 기적을 낳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깊은 감사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참된 선함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우리도 기적을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에릭 베스는 시각 예술 박사 과정 연구소(IDSVA)의 박사 과정 후보자이자 뉴욕주 미들타운에 있는 페이티안 대학의 조교수입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