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노선에 발맞추다…우리가 몰랐던 뉴욕타임스의 행적

페트르 스바브
2024년 03월 25일 오후 5:45 업데이트: 2024년 03월 26일 오후 4:33

중국서 접속 차단되자 장쩌민 아부성 인터뷰
카스트로 환대, 마오쩌둥엔 “민주적 개혁가”

지난 2001년 8월 8일 뉴욕타임스(NYT) 발행인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가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종종 서방 매체 웹사이트 접속이 차단되지만,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NYT 접속이 차단돼 있었다.

발행인을 단장으로 편집장, 베이징 지국장, 상하이 특파원, 홍콩 특파원 등 NYT 중국 담당자들이 총출동한 대표단은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였던 장쩌민을 인터뷰했다. 다음 날 신문에 ‘서방 세계가 중국을 더 잘 이해하길 희망한다’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일문일답으로 미중 관계와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려 등 양국 현안에 관한 장쩌민의 입장을 상세히 보도했다.

장쩌민은 중국 탄도미사일에 관한 질문에 “우리의 미사일 보유량에 대해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핵전력을 강화할 것인지 질문받자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얼마나 바라는지”라고 답했다.

인터뷰에 날카로운 저널리즘을 드러내거나 장쩌민에게 곤란할 수 있는 질문은 없었다. NYT가 장쩌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한 게 분명했다. 중공 최고지도자의 답변을 그대로 받아 적은 이 기사가 게재되고 며칠 후 중국 내에서 NYT 접속 차단이 풀렸다.

이러한 NYT의 논조는 같은 시기였던 2000년대 초반,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의 양대 신문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두 신문은 중공 정권의 잔학한 인권탄압인 파룬궁 박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장쩌민은 1989년 톈안먼 학생운동에 대한 강경 진압을 지지하며 권좌에 올랐고, 10년 후인 1999년에는 파룬궁 말살 계획을 직접 지시했다. 중공은 약 10년을 주기로 대규모 자국민 학살로 권력을 유지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2002년 2월 1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경찰이 파룬궁 수련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 Frederic Brown/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WP와 WSJ은 점점 잔학해지는 파룬궁 탄압을 알리고, 파룬궁을 악마화하려는 중공의 선전 전략을 폭로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그 반대로 NYT는 넓은 지면을 할애해 중공의 선전물을 반복적으로 게재했다. 중국의 수용시설에 갇힌 파룬궁 수련자가 “이곳이 내 집보다 더 편안하다”, “이곳 공안들은 매우 정중하고 친절하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파룬궁 탄압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 파룬따파 정보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NYT가 지난 25년간 발행한 파룬궁 관련 기사 약 3분의 2은 중공 측 자료를 인용한 허위사실과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NYT가 수십 편의 기사에서 파룬궁을 사이비 종교, 이단, 사악한 종교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하적 표현을 중공 측 자료를 인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기자 스스로 사용하기도 했다.

종교학자와 인권 전문가, 언론인들은 이런 표현이 부당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WSJ에 파룬궁 관련 시리즈 기사를 쓴 이안 존슨 기자는 “파룬궁은 사이비종교에 관한 일반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파룬궁 수련자들은 비수련자와 결혼을 하거나 교우 관계를 맺으며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사회와 고립돼 살지도 않고,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지도 않는다. 조직에 많은 돈을 헌납하지도 않는다”고 기사에서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이비종교 신도들은 사회와 단절돼 지내며 소속 집단끼리만 혼인·교우 관계를 맺고 직업도 정상적이지 않은데, 파룬궁 수련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존슨 기자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파룬궁이 자살을 허용하지 않으며 물리적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비정치적이고 내면지향적인 수련법이며, 영적으로 자신을 정화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썼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파룬궁에 관해 보도할 때 핵심 원칙인 ‘진선인(眞善忍, 진실‧선량‧인내)’이란 가장 기본적인 설명만 몇몇 기사에 넣었을 뿐 다수는 중공 측 자료를 인용했다.

파룬따파 정보센터는 중공의 잔혹한 탄압을 가리키는 증거들이 쌓여가고 있지만 NYT는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중 한 가지는 강제 장기적출이다. 그것도 다른 언론사가 아닌 자사 소속 기자가 직접 취재한 증거에 따른 것이었다.

2016년 NYT의 디디 커스틴 타틀로우 기자는 중국인 의사 몇 명을 만나 중국에서 양심수가 장기이식수술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대화를 엿듣게 됐다.

마침 몇몇 인권 변호사들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중공은 급성장하는 장기이식 산업을 뒷받침하려 양심수를 살해하고 있었다. 파룬궁 수련자들이 주된 목표물이 됐다.

타틀로우 기자는 이 사안을 심층 취재하려 했으나 편집진에 의해 제지됐다고 2019년 국제조사위원회에서 증언했다(진술서 링크).

그녀는 중공의 강제 장기적출을 조사하는 국제위원회인 ‘중국 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고용주였던 NYT에게서 장기이식과 관련된 살인에 관한 기사를 달가워하지 않는 인상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취재하게 해줬지만 계속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민간 독립법정 형태로 설립된 중국재판소는 영국 왕실 칙선변호사 제프리 니스 경을 비롯한 7인의 전문가 재판부가 50명 이상의 증언을 청취한 후 2020년 3월 “강제 장기적출이 중국 전역에서 수년간 상당한 규모로 자행됐다”며 파룬궁 수련자들이 주된 희생자였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2018년 12월 8일 런던에서 열린 공청회 첫날, 민간독립법정인 중국재판소의 변호인 하미드 사비(좌)와 제프리 나스 경이 발언하고 있다. | Justin Palmer

중국재판소의 판결이 담긴 최종 보고서는 로이터, 가디언, 뉴욕포스트 등 수십 개 이상의 매체에 보도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NYT에는 보도되지 않았다”고 파룬따파 정보센터 측은 밝혔다.

특히 최근 수년간, NYT의 논조는 파룬궁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인종차별 반대 분위기에 편승해 파룬궁 혐오를 일으키려는 기사가 한 가지 사례다. 2020년 발행된 이 기사는 “파룬궁은 인종 간 결혼을 금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센터 측은 보고서에서 “파룬궁 수련자 중에는 서로 다른 인종이 결혼한 부부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며 “NYT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보고서에서는 NYT 기사들이 파룬궁을 비밀스럽고 극단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그리지만 정작 그런 주장을 입증하려고는 하지 않으며, 중공의 강제 장기적출은 의혹 정도로만 묘사하고 오히려 파룬궁의 선전이라는 식으로 접근한다고 지적했다.

NYT, 공산주의 선전에 가담한 전력

수천만 명이 굶어 죽은 중국의 대약진 운동에 버금가는 소련의 재난급 정책 실패가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 대기근이다.

1932년 소련은 집단화 정책을 통해 식량 증산에 성공하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하루 최대 2만 명씩 굶어 죽는 지옥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소련의 철저한 통제 속에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모스크바 특파원 월터 듀란티(1884~1957) 기자가 1925년경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브다를 읽고 있다. | James Abbe/Hulton Archive/Getty Images

당시 NYT 모스크바 특파원인 월터 듀란티(Walter Duranty)는 이런 사실을 은폐하면서 오히려 스탈린 체제를 미화하는 기사를 썼고, 이를 통해 1932년 퓰리처상까지 받았다.

듀란티 기자가 대기근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소련 전문가 레너드 레슈크의 보고서에서도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듀란티는 “내가 쓴 공식적인 기사는 내 의견이 아니라 소련 당국의 공식 의견”이라며 “이는 NYT와 소련 당국의 동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NYT는 퓰리처상을 반환해야 하는지 컨설팅을 받았고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결국 반환하지는 않았다.

이런 사례가 한두 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NYT의 잘못된 보도를 분석했다는 책 ‘‘그레이 레이디 윙크(The Gray Lady Winked)’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레이 레이디(회색 머리의 노부인)는 지면을 사진 대신 활자로 빼곡히 채울 정도로 전통 저널리즘을 고수한다고 붙여진 NYT의 별명이다.

그러나 변화를 거부하던 꼬장꼬장한 노부인이 갑자기 던지는 윙크라는 의미로, 남몰래 벌여온 일탈 행위를 꼬집은 제목의 이 책에서 작가 애슐리 린즈버그는 “(NYT는) 소련이 부상하던 초기, 중요한 시기에 노골적인 친공산주의 선전을 뉴스 보도로 게재했으며, 소련 시절에도 계속 그렇게 했다”라고 비판했다.

린즈버그는 또한 “NYT가 공산주의자들과 소련 공산주의 동조자들이 작성한 뉴스 보도와 분석을 정기적으로 게재했다. 이 회사 경영진은 친소련적인 보도가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난잡한 사생활과 막무가내 정책으로 8천만 명의 비정상적인 사망을 초래한 독재자 마오쩌둥은 한때 NYT에서 “민주적 농업 개혁가”로 칭송받기도 했다.

금융 명문가의 일원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1973년 NYT에 기고한 논평에서 “마오 주석의 지도력 아래 이루어진 중국의 사회 실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실험 중 하나”라고 적은 바 있다.

공산주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역시 NYT에서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미국 유력 신문의 호의적 평가는 그가 쿠바의 권력을 장악하려던 시기, 이미지 세탁에 적잖은 힘이 됐다.

카스트로는 2011년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50년 가까이 집권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독재자’로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NYT에는 그에 대한 호의적 기사가 실렸다.

쿠바의 공산주의 혁명가 겸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가 도미나카 공화국 바니에서 연설하고 있다. 1988.8.23 | Roberto Schmidt/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이에 화답해 카스트로는 1995년과 2000년 NYT를 방문했는데, 이를 두고 NYT 전 편집장 톰 쿤츠는 “수많은 직원이 독재자를 반기며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고 우려됐다”고 말했다.

그는 “카스트로는 (NYT 직원들의) 황홀한 환영을 받았다”며 “마치 마이클 잭슨이나 엘비스 프레슬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온 것과 같았다”고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NYT, 중국지사 확대 이후 공산당에 이용돼

NYT는 아서 옥스 설즈버거가 발행인이던 시절(1963~1992) 글로벌화를 결정하고 베이징과 상하이 지국을 운영하는 등 중국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전 NYT 편집장 쿤츠는 “글로벌 신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중국을 기쁘게 해주면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NYT 역시) 다른 많은 기업처럼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NYT는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 가족의 재산을 폭로하는 기사를 발행했다. 마침 중국어판을 출간한 후 수 개월 만이었다. 중공은 중국에서 NYT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해 앙갚음했다.

NYT 중국어판 웹사이트 제작에 참여한 크레이그 스미스는 중공과 협상해 차단을 해제하려던 신문사 경영진의 모습을 취재 비하인드 등을 공유하는 코너인 ‘타임스 인사이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링크[영문]).

“우리는 차단 조치를 뒤집기 위해 1년에 걸친 로비 활동을 시작했다. 중국 국무원 정보실과 외교부 관리들을 수차례 만났다. 신화통신 책임자(장관급)와 인민일보 책임자(장관급), 중앙 선전부와 친분이 있는 루퍼트 머독의 전 정부관계 책임자와도 대화했다.”

“시진핑 주석 주변 인사들과 영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일련의 중재자들과도 뒷거래를 시도했다. 물론, 장쩌민 주석 시절 거둔 성공을 다시 이루기 위해 시진핑 주석과 직접 만나려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력했다.”

(좌) 스마트폰에 설치된 뉴욕타임스 앱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은 중국 당국이 이 앱을 규정 위반이라고 통보하자 중국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우) 중국 상하이의 뉴욕타임스 사무실 외부 벽에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2012.10.30 | Fred Dufour/AFP via Getty Images, Peter Parks/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당시 편집장이었던 질 에이브럼슨은 나중에 저서에서 NYT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 설즈버거가 자신 몰래 “중국 대사관의 의견을 받아 NYT가 중국 정부에 보내는 서한 초안을 작성하고 있었다”며 “우리 기사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는 “초안은 불쾌감을 주는 내용이었고, 기사가 만들어낸 ‘인식’에 대해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 초안을 읽으면서 혈압이 올랐다”며 “(나중에 만난 설즈버거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서한을 다시 쓰겠다고 했다”고 책에 썼다.

하지만, 서한의 최종 버전도 그녀의 불쾌함을 떨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브럼슨은 “내가 본 서한의 최종 버전에도 여전히 ‘죄송하다’는 단어가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녀의 기록에 따르면 NYT 최고경영자는 원자바오 가족 비리 기사와 관련해, 중공에 사죄하는 서한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진출을 계속 진행했다. 2019년 NYT 중국 지사에는 원어민 기자와 특파원을 포함해 수십 명의 기자가 근무했는데, NYT 해외 지사중 최대 규모였다.

NYT가 사죄하며 수습하려 한 중공과 관계는 곧 새로운 시험을 맞게 된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이다.

2022년 11월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 남성이 중국 공산당의 코로나19 제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고 있다.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WSJ은 그해 2월 ‘중국은 아시아의 진정한 병자’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월터 러셀 미드가 쓴 이 글은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비판했다.

이에 중공은 제목이 “인종차별적”이라고 항의하며 WSJ의 중국 특파원 3명을 추방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는 미국 내 중공 관영 언론사 5곳을 ‘외국정부대행기관’으로 지정하며 맞불공세를 폈다. 정상적인 언론이 아니라 중공의 이익을 실행하는 선전기관으로 지정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어 중공 언론사의 인력 고용을 제한해 사실상 60명을 추방했다.

중공은 그해 3월 17일 WSJ, WP, NYT 측에 중국 지사 인력 대부분을 10일 내 출국시키라고 명령하며 보복했다.

전염병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NYT 광고부서에 한 통의 광고 요청이 도착했다. 미 플로리다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브렛 킹스턴이 보낸 이 요청은 코로나19의 책임을 중국에 묻는 전면광고를 게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광고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접수됐고 그해 3월 22일로 약속한 게재 날짜에 맞춰 비용 지급과 인쇄, 심지어 배포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광고는 끝내 실리지 못했다. NYT 측이 한밤중에 광고 철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NYT 대변인 다니엘 로즈 하는 “해당 광고는 우리 기준에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NYT 대변인은 광고 철회 경위를 묻는 본지의 문의에 “회사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됐다”고 답변했을 뿐, 중공 측 외압이 있었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킹스턴의 광고를 철회하고 다음 날인 2020년 3월 23일, NYT와 WSJ, WP는 발행인 명의로 중공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중국 현지 취재진 추방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서한[영문] 링크).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타임스 본사. 2009.12.7 | Mario Tama/Getty Images

이들은 중공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비판한 자사 기사가 오히려 중공에 긍정적 효과를 줬다며 “봉쇄와 완화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는 중국의 놀라운 진전에 대한 뉴스와 분석을 눈에 띄게 다뤘다”, “우리 취재인 일부는 추방 위험 속에서도 중국이 자국과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희망이 될 백신 개발에 어떻게 국가적 자원을 동원하는지 보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킹스턴은 NYT가 자신의 광고를 갑자기 철회하게 된 배경에는 중공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NYT 한 간부에게서 중공 관리가 회사 경영진에 전화를 걸어 광고 철회를 요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본지는 이러한 사실을 제3자를 통해 검증하지 못했다. NYT 대변인 역시 중공과의 전화통화 여부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중공이 NYT에 압력을 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가능하다는 게 전직 FBI 요원 겸 경제 스파이 전문가인 팻 라플린(Pat Laflin)의 견해다.

그는 “그들(중공)이 얼마나 교묘하게 말했는지, 혹은 직접 말했는지는 모두 추측일 뿐이며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다”라면서도 “하지만 그들이 전화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라고 말했다.

중공 관영매체인 차이나데일리는 NYT의 광고주다. 워싱턴프리비컨의 보도에 따르면, NYT는 차이나데일리와 체결한 기사형 광고 계약을 수년 간 유지하다가 2020년 여름께 논란이 일자 계약을 해지하고 수백 편의 광고를 삭제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공의 방역 정책에 대한 세계적 비난이 쏟아진 시기인 동시에, NYT가 중공을 두둔하는 기사와 논평을 연달아 내놓기 시작한 해이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는 2023년에 발표된 ‘중국과 대결에서 누가 이익을 얻나(Who Benefits From Confrontation With China?)’라는 사설이다.

NYT의 편집위원회(editorial board) 명의로 발표된 이 사설은 트럼프 전 행정부와 바이든 현 행정부의 대중정책을 비교하며, 중국과 대결을 피하고 협력할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가 2023년 3월 11일(현지시각) 게재한 편집위원회 사설 ‘중국과 대결에서 누가 이익을 얻나(Who Benefits From Confrontation With China?)’ 본문 일부 | NYT 화면 캡처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안보정책센터(CSP)의 선임연구원이자 중국 전략 평가 전문가인 브래들리 테이어는 이 사설에 관해 “이미 실패가 확인된 대중 ‘인게이지먼트(적과의 대화)’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이어 연구원은 중국 정찰풍선 사건 등 국가안보에 우려가 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적과 대화해야 한다고 나서는 NYT를 향해 “중공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이념적 둔감성”을 드러냈다고 혹평했다.

전 해군 정보장교이자 중국전문가인 제임스 파넬은 “어떤 관점에서 본다면, NYT는 중국과 관계성을 유지하려 대립을 피하려는 기득권자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본지는 이 기사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는 13개의 질문을 NYT에 보냈다. 질문은 부정적인 인터뷰만 수집하려는 기자들, 중공의 선전에 근거해 파룬궁을 왜곡한 과거 보도 사례, 션윈에 대한 부정적 기사와 중공의 해외 반체제 인사 탄압의 관련성 등이 포함됐다.

NYT는 “회사 정책상 향후 지면에 이를 게재할지는 언급하지 않는다”고만 밝히고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 이 기사는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리 작업을 거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