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지방정부 채무 위기 덮친 중국…전국 집단시위 들불

팡샤오(方曉)
2023년 09월 11일 오후 1:12 업데이트: 2023년 09월 11일 오후 1:12

중국 당국이 지난해 말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전격 해제한 이후에도 중국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있고, 지방정부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중국 곳곳에서 금융투자업, 부동산업 관련 집단 시위가 빈발하고 몇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한 공무원들의 시위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실정에 불만이 쌓인 데다 경제 상황까지 악화함에 따라 이러한 민중 시위는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허난성 중학교 교사들, 임금체불에 집단 항의

‘민중의 소리(民眾之聲)’와 ‘늙은 개미ANT-서민의 소리(老螞ANT–百姓之聲)’ 등 유튜브 채널의 영상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허난(河南)성 뤄양(洛陽)시의 ‘멍진(孟津)1고’와 ‘멍진2고’ 교사 수백 명이 교문 앞에서 학교 측의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였다.

지난 4일 오전, 허난성 뤄양시의 ‘멍진1고’와 ‘멍진2고’ 교사 수백 명이 소속 학교 교문 앞에서 학교 측의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고 했다. | 영상 캡처

미국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7일 중국 언론인 출신의 자오란젠(趙蘭健)을 인용해 “허난의 교사들이 시위에 나선 것은 반년 가까이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상하이의 교사 구(顧)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I)에 “지방 재정이 매우 어려워 기업이나 공무원에게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친다”며 “월급을 못 주는 학교가 멍진1고와 2고만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 침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第一財經)은 2일, 올해 중국 지방정부들이 만기 도래한 채무 상환을 위해 발행한 차환(재융자) 용도 채권이 작년보다 47% 증가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빚을 내서 기존 빚을 갚는 ‘돌려막기’의 악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또 지난 4월 기준 지방정부들이 발행한 채권의 평균 잔여 상환 연한은 8.8년으로, 5년 전인 2018년 4.4년보다 두 배로 늘었다. 중국 지방정부의 채무 상환 기한이 눈에 띄게 길어지고 있다.

안신(安信)증권연구센터와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발행한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 총액은 3조5000억 위안(약 645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신규 채권은 2조2600억 위안(약 417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8% 줄었지만, 차환 용도 채권은 1조2800억 위안(약 236조원)으로 47% 급증했다.

투자금 날린 투자자들, 베이징 본사에 몰려가 항의

금융 상품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도 항의에 나섰다.

8월 14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최대 규모의 민영 자산관리 그룹인 ‘중즈계(中植系)’ 산하의 국유기업 중룽(中融)신탁이 투자 실패로 3500억 위안(약 64조원)대의 지급 중단 상태에 빠졌다. 중궁신탄에 300만 위안(약 5억5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가 10만 명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지난 4일 수십 명의 투자자들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중즈그룹 본사 앞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비원으로 추정되는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시위자들을 구타하고 흰색 가림막으로 주변 사람들의 촬영을 막았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경찰은 이들의 폭력 행위를 제지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수십 명의 투자자들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중즈그룹 본사 앞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 영상 캡처

허난·저장·산시·쓰촨 등지에서 집단시위 잇달아 발생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에 따르면 최근 허난성 정저우, 저장성 항저우, 산시성 시안(西安)에서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시위가 잇달았다.

지난 4일, 정저우(鄭州) 시민 수십 명이 캉차오그룹 본사를 찾아가 ‘캉차오는 돈을 돌려달라’, ‘피땀 흘려 번 우리 돈 돌려달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부동산 개발업체 캉차오(康橋)그룹이 파산함에 따라 피해를 본 시민이다.

지난 4일, 일부 피해자들은 정저우에 있는 캉차오그룹 본사에 모여 ‘피땀 흘려 번 우리 돈을 돌려달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 영상 캡처

네티즌 ‘미래성 불락’이 올린 글에 따르면, 캉차오 부동산은 허난성의 유명 부동산 업체이지만 최근 몇 년간 매출이 급락해 시총이 2020년 254억 위안에서 2022년 91억 위안으로 폭락했다. 캉차오 부동산은 2021년 이후 여러 프로젝트가 연기되고 공사도 여러 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산시성 시안시 도심의 오피스텔 시안센터(西安中心) 앞에서는 농민공들이 ‘피땀 흘려 번 우리 돈 돌려달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했다.

5일에는 쓰촨성 몐양(綿陽)시 안저우(安州)구 구청 앞에서 미완성 주택 소유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항의하다가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영상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들이 든 현수막에는 ‘개발업자는 우리 집문서를 돌려주고, 피땀 흘려 번 돈을 돌려달라’, ‘홍젠(宏建)중심광장 수유주 일동’이란 글이 적혀 있었다.

시위하는 동안 경찰들이 와서 시위대를 경찰차에 강제로 태우는 바람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한 여성은 바닥에 넘어져 다쳤다.

“중국 경제 심각해 민중항쟁 일어날 것”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중국 당국은 극단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급락하는 등 위기에 직면했고 지방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자오란젠은 중국 각지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다양한 계층의 시위는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지방정부가 재정난에 빠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3년 동안의 극단적인 방역 정책이 지방정부를 적자 상태로 만들었다. 지방정부의 대약진식 개발은 지방 재정수입의 적자를 초래했다. 현재 지방정부는 대부분 돈이 없어 대출에 의존해 인프라 건설을 하고 있다. 가난한 곳일수록 인프라 건설을 많이 한다. 중국인들은 더 이상 생명의 선순환을 유지할 수 없다. 많은 젊은이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이런 큰 경기 하강과 관련이 있다.”

우젠중(吳建忠) 타이베이해양과기대 교양교육센터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금 중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조그마한 문제라도 생기면 곧 민중항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우 교수는 “심각한 실업률에 최근 홍수 피해까지 겹치면서 공산당에 대한 불만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 사회 안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으로 정권 안정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