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직격탄 상하이 금융가, 런치타임 테이블 달랑 1곳만

정향매
2024년 01월 16일 오후 1:14 업데이트: 2024년 01월 16일 오후 1:14

“금융업계 고연봉 시대 저물어 갔다”

중국 상하이 도심 명소 와이탄(外灘)의 금융가 인기 레스토랑을 ‘독차지’하고 점심 식사한 시민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2일 중국 매체 텅쉰신원(騰訊新聞·텐센트뉴스)에 따르면 시민 A씨는 최근 와이탄 둥쟈두금융성(董家渡金融城)의 5성급 호텔 내 광둥식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레스토랑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균 식대는 인당 500위안(9만 원) 정도였다.

A씨는 매체에 “길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 홀에 들어갔다. 황푸강과 맞은편 루자주이 고층 빌딩이 한눈에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 잡고 친구와 점심을 즐겼다”고 말했다. “그날 식사하는 2시간 내내 우리는 홀 전체를 독차지했다. 프라이빗 다이닝룸도 모두 비어있었다”며 “의외로 썰렁한 풍경에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레스토랑을 찾은 A씨 친구 B씨도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그는 둥쟈두금융성에 있는 투자은행에서 근무한다. B씨에 의하면 해당 레스토랑 인근 1.5킬로미터 범위에는 14개 금융 업체의 본사가 입주해 있다. 금융기관 직원은 비즈니스 회식 장소로 이 레스토랑을 이용했다. 점심시간에는 식사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텐센트뉴스는 “상하이 와이탄 금융가 인기 레스토랑 매출이 저조한 이면에는 고급 외식업계 매출에 기여했던 금융권 종사자가 고액 연봉 시대와 작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작년 8월 27일, 중국 증권 감독 위원회는 점진적으로 IPO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비상장기업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일반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새로 주식을 발행하거나 기존 주식을 팔아 증권 시장에 상장하는 행위이다. 이후 중국 내 IPO 자금 조달 건수와 규모는 대폭 감소했다. 같은 해 9~12월 월별 IPO 건수는 8월 전의 월평균 30건 이상에서 11~21건으로 줄었다.

금융정보업체 윈드(Wind)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 증시(A주) IPO 건수는 313건으로 집계됐고 융자 규모는 3565억 위안(65조5000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IPO 건수가 26% 감소하고 융자 규모 하락 폭은 약 20%포인트였다.

작년 중국 A주의 전반 융자 규모는 1조1340억 위안(208조3725억 원)으로 2015년 이래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융자 프로그램 수는 818건이다. 최근 9년 최저치를 기록한 2018, 2019년에 비해서는 많지만 최고치를 기록한 2021년에 비해서는 32.5%(1211개) 감소한 건수다.

이 속에서 중국에서 증권 발행과 관련된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직종인 ‘후원사 대표(保薦代表人)’의 수는 늘어났다. 중국증권협회에 따르면 2019년 말, 협회가 발급하는 자격증을 소지한 후원사 대표는 3010명이었다. 이 수자는 4년 후인 2023년, 8632명으로 증가했다. 4년간 127%포인트 증원된 것이다.

증권협회 규정에 의하면 증권 후원사 대표 2명이 프로젝트 한 건을 책임져야 한다. 2023년 중국 증권 후원사 대표 중 성과를 거둔 사람은 전체 인력의 19%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B 씨는 매체에 “프로그램 운영 주기를 고려하면 프로그램 성사 건수에 비해 증권 보증인이 많은 것은 합리적이지만, 신규 프로그램 대비 인력이 10:1 이상으로 집계되는 경우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2023년 업계에 종사한 20년 중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수 금융 기관은 당분간 직원을 대량으로 해고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거액의 연말 성과급을 기대했던 지난날은 저물었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