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경계’ 美 당국, 中 유학생 수십 명 비자 취소하고 추방

알렉스 우
2024년 02월 3일 오후 2:32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2:32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중공)과 연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당국이 중공의 간첩 활동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29일 “지난 수개월간 해외여행 혹은 중국 방문 후 미국으로 복귀하던 중국인 유학생이 유효한 비자를 소지하고도 입국이 거부돼 본국(중국)으로 강제 송환된 사례가 수십 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관련 성명에서 “입국 심사관으로부터 8시간 심문을 받거나 소지하고 있던 전자기기를 조사받은 학생도 있었다”면서도 입국이 거부된 사유, 송환된 유학생의 정확한 신원이나 인원수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대사관은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별도의 성명에서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 도착하는 학생들의 처우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엄중하게 항의했다”며 이 공항을 통해 여행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중국 관영언론에 따르면, 2023년 11월 말 이후 이날까지 델레스 국제공항에서만 합법적이고 유효한 비자를 소지한 중국인 유학생 최소 8명이 입국 심사관의 심문을 받고 추방 조치됐다.

화교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국 매체 차오왕(僑網)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과거에 발생한 몇몇 중국인 유학생 강제 송환 사례를 보도했다.

그중 한 명은 지난해 1월 미국 메릴랜드 대학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국인 유학생 리리(여)다. 그녀는 마찬가지로 워싱턴DC 델레스 공항에 도착 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조사관에 의해 면담실로 연행돼 심문을 받았다.

조사관은 리리의 휴대전화, 노트북, 그 외 전자기기를 조사하고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중공이나 공산주의 청년단(중공의 청년 조직)에 가입했는지를 반복적으로 질문했다.

리리가 어떻게 답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 당국은 결국 그녀의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했으며 5년간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들은 미국 유학 및 과학 연구 계획이 중공 정권의 기술 육성 프로젝트, 군대나 주요 연구소와 관련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당했다.

중공이 중국인 유학생을 이용해 각국에서 간첩 활동을 하고 지식 재산을 훔친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미 정보기관은 수년 동안 중공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에 국가 안보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해 왔다.

2020년 5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10043호를 발동해 중국인 유학생이나 학자가 합법적 학생비자(F) 혹은 교환방문비자(J)를 소지했더라도 인민해방군과 연계됐다면 미국에 입국할 수 없도록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