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천 갈등 폭발·줄탈당 현실화…“이재명, 연산군 같아”

황효정
2024년 02월 28일 오후 2:41 업데이트: 2024년 03월 9일 오전 11:32

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 공천 관련, 그간 누적돼 온 당내 계파 간 갈등이 폭발 수준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당장 오늘(28일)도 비명계 인사의 탈당 선언이 나왔다.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주당 설훈 의원은 “국민이 아닌 이재명을, 민생이 아닌 개인의 방탄만을 생각하는 변화된 민주당에 저는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비명계로 5선 중진인 설 의원은 “이제 민주당은 공당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으로 변모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둔다”며 “이 대표에게 정치는, 그리고 민주당은 자기 자신의 방탄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공천 국면에서 탈당한 민주당 의원은 김영주 국회부의장부터 이번이 4명째다. 설 의원에 이어 다른 비명계 인사들의 추가적인 연쇄 탈당 가능성도 커지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비명계 인사들의 대거 이탈에 따른 사실상 분당 사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비명계 의원들은 수시로 소통하며 집단행동 여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당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갑에 자신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 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전략공관위는 중·성동갑에 친문(친문재인)계로서 상징성이 있는 임 전 실장이 아닌 전 전 위원장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중·성동갑은 임 전 실장이 이미 재선한 바 있는 지역구다.

임 전 실장은 “‘양산 회동’에서 이재명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며 “지금은 그저 참담할 뿐으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와 최고위원회에 묻고 싶다.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나. 통합을 위한 마지막 다리마저 외면하고 홀로 이 대표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격론을 벌이고 단결과 통합을 복원하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달라”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을 지지했던 마음들을 모두 모아 달라. 그것만이 승리의 길”이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새마을회 제18~19대 회장 이임식 및 제20대 회장 취임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여기에 같은 날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비명계이자 4선 중진의 홍영표 의원 지역구 인천 부평을을 전략 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전략공관위에 요청하겠다고 발표, 홍 의원에 대해 사실상 컷오프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에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반발해 온 비주류 의원들은 이제는 ‘비명계 찍어내기’ 의심에서 확신하는 단계에 이른 모습이다.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이번 공천을 ‘이재명 사당화’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반발하는 비명계를 비판하는 입장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도부 중에서 유일한 비명계였던 고민정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최고위원 회의에서 “4년 전 총선에서 친문 아닌 국회의원 후보가 있었느냐. 다 문재인 이름을 걸고 후보가 되고 당선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이재명은 안되나. 시대 흐름에 대한 몰이해이고 역행”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인 27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으며 이 대표 등 친명(친이재명)계는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불이익을 주장한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가) 혁신 공천을 하다 보면 가죽을 벗기는 아픔이 있다고 했는데, 당 대표가 자기 가죽은 벗기지 않고 남의 가죽만 벗기면서 손에 피칠갑을 하고 있다”고 이 대표 면전에서 발언했다. 이 대표는 의총 내내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