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공천 취소에도 설화 리스크 여전…“호떡 뒤집기” 비판도

황효정
2024년 03월 15일 오후 6:39 업데이트: 2024년 04월 6일 오후 11:02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여야가 후보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작은 흠집 하나로도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 문제가 되는 후보들을 발 빠르게 쳐내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라는 비판도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후보 3인의 공천 취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날인 14일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제기된 도태우 후보의 대구 중·남구 공천을 취소했다. 앞서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정우택 현역 의원의 충북 청주상당 공천을 취소한 데 이어서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도 목함지뢰 피해 용사에 대해 거짓 사과를 했다는 논란을 빚은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 강북을 지역 후보직을 박탈했다.

하루 안에 후보 세 명의 공천이 뒤집힌 것은 역대 총선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케이스다. 양당의 이 같은 결정은 선거에서 중도층을 염두에 둔 판단으로 풀이된다. 보수, 진보 지지층이 각자 결집한 상황에서 설화 등 논란으로 중도층의 표를 잃는다면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 양당은 여전히 남아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뇌관은 장예찬(부산 수영), 조수연(대전 서구갑) 후보다. 장 후보는 ‘난교 옹호’, ‘(서울시민) 교양 수준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등의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조 후보는 SNS에 일제를 옹호하는 뉘앙스의 글을 게시해 논란을 빚었다.

이들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들이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발언의 심각성, 시기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상태다.

민주당은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 등이 숙제다. 양 후보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쓰는 ‘수박’이라는 단어를 사용, 비명(비이재명)계를 향해 “수박을 깨겠다”고 표현했다가 내부 징계를 받았다.

이재명 대표의 “살 만하다 싶으면 2번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해당 발언을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설화 리스크를 제대로 공격하려면 야당 대표의 설화가 리스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직을 따낸 이들의 공천 취소 자체를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선으로 후보가 된 이상 다음 판단은 본선에서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홍준표 대구시장|사진=대구시 제공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도태우 후보의 공천 취소에 대해 “공당의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 이랬다 저랬다 한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으로 후보가 됐으면 다음 판단은 본선에서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중요 국가정책 발표는 하나도 없고 새털처럼 가볍게 처신하면서 매일 하는 쇼는 셀카 찍는 일 뿐이니 그래가지고 선거가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시장은 특히 도 후보가 과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반성까지 하고 있는데 그걸 꼬투리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하며 “당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공천에 목매어 아무도 말 안 하는 공동묘지의 평화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