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공자학당’ 청문회…“초중고 교실에서 中 공산당 이념 전파”

정향매
2023년 09월 22일 오후 6:21 업데이트: 2023년 11월 6일 오전 11:29

지난 19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연방 하원 교육위원회 산하 유아·초·중등 교육(ECESE) 소위원회가 ‘공자학당’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소프트파워를 확대하기 위해 K-12(유치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운영되는 공자학당을 이용해 공산주의 이념을 전파하며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자학당은 미국의 의무교육 기관에서 운영되는 이른바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중국 당국이 교육 내용과 교사를 관리하는 조건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자금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K-12판 공자학원이다. 

미 국무부는 2020년 8월, 워싱턴에 있는 공자학원 본부를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했다. 공자학원이 미국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중국어, 중국문화 교육은 베이징 당국의 다각적 선전 공세의 일환이라는 판단에서다. 

19일 청문회에는 미국 비영리단체 ‘교육 수호 학부모회(PDE·Parents Defending Education)’의 니콜 닐리 회장이 전문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PDE는 지난 7월, ‘리틀 레드 교실(Little Red Classrooms)’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 당국이 공자학당을 이용해 미국의 K-12 교육기관에 침투한 실상을 폭로했다(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10년간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내 34개 주와 워싱턴 D.C.에 있는 교육구 가운데 최소 143곳에 자금을 제공했다. 

중국 당국의 지원금은 1790만 달러(약 228억 원)에 달했으며 미국 182개 초등고 17만 명 이상의 학생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 가운데 최소 7개 학교는 지금도 중국 측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미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언론은 벌써 ‘중국이 공자학원·공자학당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며 중국 당국의 노력을 찬양하고 있다” 밝혔다. 

닐리 회장은 또 “중국 당국이 지원하는 중국어 교실 중 최소 20개가 미군 기지와 근접해 있다”며 “이는 국가 안보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PDE는 앞서 해당 보고서를 국회의원, 관련 위원회 위원장, 보고서에 언급된 34개 주의 주지사에게 전달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라이언 월터스 오클라호마주 교육감은 “PDE 보고서를 통해 자신이 관할하는 교육구 가운데 하나가 공자학당과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후 관련 부서에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결과, 해당 교육구가 여러 비영리단체를 통해 공자학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중국 공산당과 활발하게 교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연방정부가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을 단속한 2020년 이후에도 이 교육구는 공자학당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브랜든 윌리엄스 하원의원(공화당·뉴욕주)도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 내 12개 학교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수 십만 달러를 지원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측은 직접 또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학교에 자금을 전달했다.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마이크 곤잘레즈 외교정책 선임연구원은 이를 두고 “중국 공산당은 우리 학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게 아니다”라며 “중국 당국은 미국 사회의 개방성을 이용해 ‘비대칭 정보전(asymmetric information warfare)’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어를 배우는 건 괜찮지만 전체주의 국가의 정당(중국 공산당)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자학원과 공자학당이 계속 존재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 우리 아이들에게 미국의 적(중국 당국)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허락하는 꼴”이라고 경고했다.  

공자학원, 사라진 줄 알았는데… 더 교묘하게 활동

미국의소리(VOA) 중문판 8월 30일 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연방수사국(FBI), 국무부, 의회, 주정부 등의 단속과 규제로 인해 지난 4년간 많은 미국 대학이 공자학원과의 협력을 중단했다. 한때 미국에 118에 달했던 공자학원이 현재는 104개가 폐쇄됐고 나머지도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 

하지만 매체는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전미학자협회(NAS)가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공자학원은 미국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계속 존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처음에 공자학원 폐쇄 소식에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러나 곧바로 유감을 표시하며 다른 협력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수 미국 대학은 공자학원이 문을 닫은 후 유사한 프로그램을 재도입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결과 공자학원에서 근무하던 교사들은 대부분 같은 대학의 새로운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보고서는 또 공자학원은 폐쇄됐지만 공자학당은 대부분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NAS 보고서 작성자 중 한 명인 이안 옥스네바드는 VOA에 “초중고 시절은 세계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의 이념 침투는 초중등 학교 교실에서 더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침투는 적나라한 억압으로 표현되지 않지만, 공자학당의 교과서는 중국 당국의 교육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러시아를 옛 소련의 교과서로, 독일어를 1930년대 나치 독일의 교과서로 배워야 하는가”라며 중국 당국의 교육 내용으로 중국어를 배우는 것을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