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자문기구 “시진핑, 대통령 아니다…‘中 공산당 총 서기’로 불러야 정확”

저우샤오후이
2019년 11월 27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7일

중국, 민주적 선거절차 없고 주민에 투표권 없어 ‘대통령’은 틀린 표현
시진핑과 中공산당의 통치가 민주적 합법성 지닌 것처럼 오해 일으켜

미국 의회가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가 최근 발표한 2019 연례보고서에서 시진핑(習近平)의 직함을 중국의 ‘대통령(President·프레지던트)’이 아닌 ‘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로 표시해야 그의 정치적 역할을 더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고 건의했다. UCESRC 보고서는 “중국은 민주국가가 아니며 국민은 투표, 집회, 자유 발언의 권리가 없다”며 “시진핑에게 ‘프레지던트’라는 직함을 부여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전제 통치에 민주적 합법성을 입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의 공식 서열에 따르면, 시진핑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직함은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 국가주석 순이다. 당 직책이 정부직보다 앞선다. 당권이 국가권력보다 높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의 모든 것을 좌우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의 직함을 영어나 다른 서양언어로 표현할 때 총서기가 아닌 ‘프레지던트’로 표시한다. 정부직을 앞세우는 식이다. 서방의 지도자, 언론 역시 이런 번역을 그대로 따라왔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정치시스템을 잘 모르는 민주국가의 일반 대중은 시진핑이 민주적 선거로 당선됐다고 착각하기 쉽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는 당 내부 계파 간 권력 다툼의 결과다. 그러나 공산당은 대외선전과 등을 통해 시진핑의 이미지를 각색하고 나아가 공산당에 대한 이미지로 세탁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 행정부는 중국 공산당에 대해 인식과 전략의 전환을 명확히 했다. 갈수록 많은 미국 정치인이 중국 공산당과 중국·중국인을 공개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은 홍콩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재앙의 근원을 중국 공산당으로 명확히 지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시진핑에 대한 호칭도 분명하게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UCESRC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미국 정치계 일각에서는 시진핑에 대한 호칭을 바꾸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0월 맨해튼 허드슨스쿨 만찬 연설에서 ‘시진핑 총서기’라고 했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도 같은 호칭을 썼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과거 공개 연설에서 중국 최고지도자를 총서기로 불렀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덩샤오핑(鄧小平)이 권력을 잡았을 때부터 40년 동안 중국 공산당은 선전을 통해 정상적인 국가인 양 묘사해왔다”며 “기만적인 포장”이라고 했다. 그는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이고, 그다음 중앙군사위 주석, 마지막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주석”이라고 했다. 이 말은 시진핑의 권력이 중국 공산당에서 나오는 것이지 중국 인민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미국 언론과 정부가 시진핑을 프레지던트가 아니라 총서기라고 제대로 불러왔다면 미국인들은 양국의 체제상 차이를 더 빨리 이해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을 프레지던트로 부르는 것은 진실 왜곡이자 중국의 권력구조가 미국과 같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했다.

시진핑에 대한 호칭을 바꾸는 것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개념이 정확해야 중국 공산당이 만든 ‘민주적 합법성’이라는 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민주사회의 권력은 국민에 대한 통치 합법성·정당성에서 출발한다. 대통령, 총리 같은 칭호는 그 권력의 합법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이 총서기라는 칭호를 감추는 것은 그것이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명칭임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합법성은 정부 존립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어떤 정부든 적정한 합법성을 갖추지 못하면 존속하기 어렵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애초부터 ‘신이 부여한 왕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도 없었기에 집권 합법성이 없다. 중국 공산정권이 사상 최악의 국민감시로 통제사회를 구축한 것은 붕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중국 공산당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완전히 무너지고 개혁개방·경제성장으로 얻은 대중의 신뢰도 모두 까먹었다. 당으로부터 등 돌린 민심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 자신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위기를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는 ‘당이 망할(亡黨) 위기’라고 부른다. 시진핑 총서기 이전에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시절부터 중국 지도부는 공개 석상에서 ‘망당 위기’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2015년 왕치산(王岐山) 당시 중국 공산당 중기위 서기는 ‘중국 공산당과 세계와의 대화’에 참석해 중국 공산당의 통치 합법성을 거론했다. 왕 서기는 당 내부 회의에서도 “체제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그만큼 위험이 표면화됐다는 신호였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새로운 체재를 전환하든지 낡은 체재를 더 틀어잡든지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후자를 택했다. 19차 당대회에서는 장쩌민, 쩡칭훙 등과 타협하며 적폐 세력을 오히려 끌어안았다.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려면 이들을 청산해야 했지만, 시진핑 정권은 낡은 방식을 고집했다. 연이어 극좌적 정책을 내놓으며 권력을 집중시켰다. 마르크스와 마오쩌둥 숭배를 독려하며 사회주의 사상 강화에 나섰다. 통제는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상 강화와 정권에 대한 복종 강요는 공산정권의 합법성과 체제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탈한 민심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다. 정권을 유지하려는 비이성적인 야욕은 오히려 시진핑 정권의 소멸을 재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 공산당을 현시대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을 구분하며 시진핑에 대한 호칭 역시 재정립하려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프레지던트가 총서기로 바뀌는 작은 변화지만 그 안에 담긴 함의는 매우 크다. 중국 공산당이 내세우는 ‘정권의 합법성’이라는 가상이 걷히고 나면 보이는 것은 국민의 정부가 아닌 일부 특정세력만의 정권이 저지르는 잔혹한 인권탄압이다. 중국 정권이 테러집단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

지난 8월 백악관 청원사이트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는 “중국 공산당을 테러 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지난 70년간 통치 과정에서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으며 홍콩 상황을 폭력 사태로 격화시켰다”고 비판했다. 30일 동안 10만 명 이상이 추천하면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답변하게 돼 있다. 30일을 채우기 전에 추천 숫자는 이미 10만을 넘어섰다.

같은 달 16일 폼페이오 장관이 올린 트위터도 의미심장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서 “모든 선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만약 당신이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나 다른 외국 테러리즘 조직에 소속된 배의 선원이라면, 당신은 향후 미국에 입국할 때 위험하다”라고 했는데, 중국어 번역문도 함께 게재됐다. 미국은 이미 지난 4월 이슬람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중국어 번역이 꼭 필요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폼페이오가 중국어권의 잠재적인 테러단체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외교, 무역, 군사 방면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구분해서 부르고 공산당 지도자에 대한 호칭도 바꾸기 시작했다. 미중 정세에서 극적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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