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물원들, 판다 中에 반환…‘판다 외교’ 종지부

알렉스 우
2023년 10월 18일 오후 3:31 업데이트: 2023년 10월 18일 오후 3:31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이 판다를 중국으로 모조리 돌려보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의 ‘판다 외교’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7마리의 판다가 살고 있다. 이 중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3마리가 임대 계약 종료에 따라 오는 12월 중국으로 송환된다. 애틀랜타 동물원에 남아 있는 판다 4마리 중 2마리 역시 내년 초 중국으로 돌아간다. 남은 2마리마저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말까지는 중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임대 계약 연장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말에는 미국에서 더는 판다를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후 중국 공산주의 정권은 ‘판다 외교’를 펼쳐 왔으며, 이후 중국산 자이언트 판다는 미중 관계의 해빙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 공산당 정권의 소프트 외교를 상징하던판다 외교가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용인 에버랜드의 판다 러바오|Jung Yeon-je/AFP/Getty Images/연합뉴스

판다 외교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은 자국의 국보인 판다를 다른 국가에 선물하는 ‘판다 외교’를 펼쳐 왔다. 여기에는 친선의 표시로 보내는 판다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1972년 미국에 판다 2마리를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1973년부터 1983년까지 중국공산당은 일본, 프랑스, 영국, 멕시코, 스페인, 독일 등의 국가에 잇달아 판다를 선물했다. 이 과정에서 판다 외교는 중국공산당의 외교 도구로 자리 잡았다.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센터의 송궈청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판다는 매우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의 동물이고, 중국공산당은 이를 이용해 당 자체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느끼게끔 꾸민다”고 설명했다.

그마저도 1983년까지는 상대국에 판다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완전 증여 형태였으나 1984년 중국은 정책을 수정, 돈을 받고 판다를 장기간 빌려주는 임대 형태로 전환했다.

오늘날 중국은 외국에 보통 10년 단위로 판다를 임대한다. 연간 임대료는 판다 2마리(한 쌍)당 평균 100만 달러(한화 약 14억원)에 달한다. 임대한 판다가 현지에서 새끼를 낳을 경우 연간 임대료가 60만 달러 추가 인상되며, 태어난 새끼는 3~4살이 되면 중국으로 돌려보내진다.

자이언트 판다|Jcwf/Wikimedia Commons

‘정치적 지렛대’로서의 판다

2011년 스코틀랜드는 중국에 해양 시추 기술을 공유하기로 하고 판다 한 쌍을 임대 계약 형태로 받았다. 2013년 네덜란드는 중국에 고급 의료 장비를 제공하기로 합의하고 판다 한 마리를 임대했다. 호주, 프랑스, 캐나다는 중국에 핵 기술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후 판다를 임대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다른 국가에 대한 ‘징벌’의 수단으로도 판다를 이용한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던 지난 2019년 중국공산당은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살던 판다 바이윈과 샤오리우를 되찾아갔다.

올해 9월에는 네덜란드가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규제를 시행하자 네덜란드 오우핸즈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란 3살짜리 어린 판다 판싱을 데려갔다.

임대 계약을 갱신하지 못할 경우 영국은 오는 12월 영국에 남은 마지막 2마리 판다를, 호주는 내년에 판다를 중국으로 반환해야 한다.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교 중국학자인 펑총이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영국, 호주, EU 국가 등 많은 나라가 판다를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중국공산당과의 외교 관계가 무너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이제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분리하고,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추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내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다 외교 카드를 다시 꺼내 들지 여부와 관련, 송 연구원은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송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 있던 판다들이 모두 중국으로 돌아간 것은 중국공산당의 판다 외교가 사실상 종말을 고했음을 방증한다.

송 연구원은 “판다 외교는 본래의 의미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