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트럼프 2024 대선 출마자격 박탈 요구 소송 기각

한동훈
2023년 10월 6일 오후 3:58 업데이트: 2023년 10월 6일 오후 3:58

공화당 군소후보가 여러 주에 출마 저지 소송
“민주당 연계된 좌파 시민단체 영향 받은 듯”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2024년 미국 대선 출마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투표용지에 올릴 수 없도록 해달라는 존 앤서니 카스트로(39)의 소송을 논평 없이 기각했다.

텍사스 지역 세무사인 카스트로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예비후보다. 전국 단위 주요 여론조사에서 최소 1% 지지율을 확보해야 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공화당전국위원회(RNC)가 주최하는 예비후보 토론에는 참가하진 못했다.

카스트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를 선동해 내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미국 수정헌법 14조 3항에 근거해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소송을 플로리다, 와이오밍, 유타 등 14개주 이상의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가담, 혹은 미국 헌법을 위협한 적을 도운 시민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은 경선에 출마한 후보는 수정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다른 후보를 고소할 헌법상 지위가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카스트로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이번에 기각된 것이다.

경쟁력이 거의 없는 군소후보가 트럼프를 상대로 대선 출마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자 좌파단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공화당 안팎의 평가다.

수정헌법 14조 3항에 근거해 트럼프의 피선거권을 부인하는 논리가 최근 좌파단체가 여러 주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트럼프 출마 차단 운동’과 동일해서다.

좌파 단체 ‘민중을 위한 언론 자유(Free Speech for People)’는 플로리다, 뉴햄프셔, 뉴멕시코, 오하이오, 위스콘신 주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투표용지에서 배제해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시민단체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itizens for Responsibility and Ethics in Washington)’도 지난달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콜로라도주 덴버 법원에 제기했다.

‘크루(CREW)’로도 불리는 이 단체는 정부의 비윤리적 행위와 부패를 감시하겠다고 주장하며 공식적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과 연계를 맺고 있다.

주된 활동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행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2017년 6월 뉴욕매거진에 따르면, 이 단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3일째 첫 소송을 제기하고 이후 매일 1건씩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해왔다.

이 단체 부회장 리처드 페인터는 2018년 미네소타주의 상원 특별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으며, 그는 같은 해 2월 환경전문 매체 ‘E&E 뉴스’에 의해 트럼프 및 그 행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180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또한 공화당 전 하원의원 노마 앤더슨과 당적이 없는 콜로라도 유권자 6명도 이 단체가 제기한 소송에 이름이 올라 있다.

CNN 등 좌경화된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소송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으나, 법률 전문가들과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의 주정부도 이번 소송에 관해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수정헌법 14조 3항 등 반란과 관련된 조항들이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에 속했던 인사들의 공직 진출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후 한 번도 적용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측은 대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 스티븐 “터무니없는 음모론과 정치적 공격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뉴욕, 조지아, 워싱턴 DC의 정치화된 검찰과 마찬가지로 법이 뭔지 잊어버릴 정도로 해석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 대변인은 지난달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수정헌법 14조를 이용한 트럼프 출마 차단 움직임에 대해 “급진 좌파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파시스트들이 다시 선거를 훔치려 사용하는 또 다른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썼다.

미국의 유명 법조인인 앨런 더쇼비츠 하버드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최근 기고문에서 수정헌법 14조 3항에 근거해 트럼프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려는 시도는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쇼비츠 명예교수는 “수정헌법은 하원과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할 경우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의 출마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어떤 후보가 14조 3항에 따른 결격사유가 있는지 판단할 메커니즘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수정헌법 14조 본문과 그 역사적 배경을 객관적으로 살펴본다면, 그 취지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에 복무한 사람들에게 적용하려는 것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며 “다른 정당 유력 후보를 실격할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다른 주 법원에서 카스트로가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대법원에 같은 안건이 여러 차례 상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