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절반도 안되던 韓 임금, 20년새 ‘역전’했다

황효정
2024년 03월 18일 오후 3:17 업데이트: 2024년 03월 18일 오후 4:38

한국의 대·중소기업 임금이 모두 일본을 넘어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발표한 ‘한·일 임금 현황 추이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여 년 전인 2002년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임금 수준이 2022년에는 일본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경총이 2002년과 2022년 한일 양국의 10인 이상 기업·사업체에 종사하는 상용근로자 월 임금총액 수준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은 2002년 179.8만 원으로 2002년 일본(385.4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정확히 20년 뒤인 2022년에는 399.8만 원으로 일본(379.1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도 2002년 당시 한국의 대·중소기업 임금은 일본의 대·중소기업 임금보다 훨씬 낮았지만, 2022년에는 모두 일본보다 임금 수준이 더 높아졌다.

2002, 2022년 한·일 월 임금 수준 변화|그림=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한·일 규모별 임금인상률을 각각 살펴보면 2002~2022년 우리나라 대기업 임금 인상률은 157.6%(228.4만 원→588.4만 원)에 달했다. 반면 일본 대기업 임금은 오히려 6.8% 감소(483.6만 원→443.4만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임금 인상률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중소기업 임금은 160.8만 원에서 339.9만 원으로 111.4%의 인상률을 보였다. 일본 중소기업 임금은 2002년 310.6만 원에서 2022년 326.9만 원으로 7.0% 인상되는 데 그쳤다.

2002~2022년 간 양국 근로시간 변화까지 고려하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임금 인상률 차이는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월 근로시간이 2002년부터 2022년까지 13.8% 감소했고 월 임금총액은 122.3% 늘어 시간당 임금은 2002년 9954원에서 2022년 2만5661원으로 157.8% 상승했다. 반면 동 기간 일본은 근로시간과 임금에 거의 변동이 없어, 2022년과 2002년의 시간당 임금도 비슷했다. 구체적으로 따져봐도 동 기간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각각 152.5%와 183.1%에 달했으나, 일본 중소기업은 8.9%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일본 대기업의 경우에는 오히려 감소(-9.7%)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시간당 임금 기업 규모별 변화|그림=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한·일 시간당 임금 기업 규모별 변화|그림=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근로시간 외 경제성장률까지 함께 고려하면, 2002~2022년 우리나라 대기업 시간당 임금 인상률(183.1%)은 1인당 명목 GDP 증가율(154.2%)보다 높게 나타난 반면, 일본은 1인당 명목 GDP가 조금이나마 증가(8.8%)했음에도 대기업 시간당 임금은 오히려 9.7%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시간당 임금 인상률(152.5%)은 우리 1인당 명목 GDP 증가율(154.2%)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일본 중소기업의 시간당 임금도 우리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물가 수준과 구매력 등을 반영한 ‘구매력 평가(PPP) 환율’ 기준으로 분석하면, 2022년 한·일 임금 격차는 더 크게 나타났다. 2022년 우리나라는 4933달러(대기업 7261달러·중소기업 4193달러), 일본은 4061달러(대기업 4749달러·중소기업 3502달러)로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이 일본보다 높았다.

김재현 경총 경제조사본부 책임위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일본보다 한국이 높다는 결과가 이번에 처음 나왔다”고 강조하며 “(특히) OECD에서 발표한 PPP 환율로 분석하면 900달러(한화 약 120만 원)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책임위원은 “일본의 물가가 워낙 안 올라서 임금이 안 오른 것도 있다”면서도 “예전에는 같은 시간 일을 해도 일본보다 적은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로만 돈을 벌었다면, 지금은 같은 시간 일을 하면 우리나라에서 훨씬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