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한·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강화…‘동맹’으로 격상될 것”

이윤정
2023년 12월 12일 오후 1:55 업데이트: 2023년 12월 12일 오후 1:55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협력은 이제 반도체 동맹으로 관계가 격상될 것입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11일(현지 시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반도체는 우리의 산업뿐 아니라 안보에도 중요한 분야”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빈 방문 첫 일정으로 우리 동포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한국과 네덜란드 관계는 국방·안보와 같은 전략적 분야부터 경제·문화와 첨단 과학기술, 교육까지 다양한 분야로 지평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서 많은 협정과 업무협약(MOU)이 체결되면서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벨트호벤에 있는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공급한다. 노광 공정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 넣는 기술이다. EUV 노광장비는 특히 7나노(nm·10억 분의 1m) 이하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 장비로,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은 이 장비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을 정도다. ASML은 연간 EUV 노광장비를 40대가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각 업체마다 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출국 하루 전(10일)에도 AFP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핵심 산업이 미국과 중국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반도체는 한국과 네덜란드 협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국과 네덜란드의 교류 역사는 아주 오래되고 깊다”며 네덜란드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제주도로 표류해 들어온 박연은 우리나라 훈련도감에서 당시로는 첨단 무기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줬고, 하멜로 인해 유럽 사회에 우리 한국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양국 수교 이후 62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와  네덜란드는 1961년 국교 수립 이후 지속해서 교류와 협력을 이어 왔다. 우리나라와 네덜란드의 관계는 조선시대에 네덜란드인 벨테브레이(한국명 박연)가 표류, 귀화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제주도에 표류했다가 돌아간 하멜은 우리나라를 유럽에 처음 소개한 ‘하멜표류기’를 쓰기도 했다. 특히 네덜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2002년 한·일 공동 개최 월드컵 경기에서는 대한민국이 4강에 진출해 전 국민이 열광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6·25 때에도 네덜란드는 5000명이 넘는 장병을 선뜻 파병해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르게 우리나라에 군사 지원을 해줬다”며 양국 관계의 돈독함을 재차 역설했다.

이어 “한국과 네덜란드는 자유와 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경제 협력을 확대해 작년 양국 교역은 역대 최대인 160억 달러에 이르렀다”면서 “K-팝과 K-드라마 같은 K-콘텐츠의 인기도 매우 뜨겁다”고 평했다.

네덜란드 한인 동포 사회가 1만 명 가까운 규모로 성장한 점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우리의 탄탄한 재외동포 사회가 동포들뿐 아니라 모국인 대한민국에도 귀중한 국가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