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유엔서 공방…韓美는 北 핵·미사일 개발 차단 협의체 출범

황효정
2024년 03월 27일 오후 8:33 업데이트: 2024년 03월 27일 오후 10:14

유엔 회의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을 지적한 우리나라를 향해 북한이 “한국과의 어떠한 대화에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한국은 유감을 표하는 한편 미국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협의체를 출범했다.

26일(이하 현지 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개최된 군축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군축회의 대표들은 북한의 핵 활동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도 주요 회원국들과 함께 북한의 불법적 군사 도발을 지적했다. 김일훈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종종 주장한 것처럼 날조된 것이 아니라 모든 이사국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유엔 헌장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점을 상기하고자 한다”며 국제법을 무시한 북한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일훈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참사관|사진=유엔TV 제공

이에 주영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는 안보리 결의를 강력하게 거부한다”며 “강력한 핵 역량은 안보 수호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앞으로도 국방력 신장을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참사관은 “북한은 실존하지 않는 (서방국 등의) ‘적대 정책’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나 맹목적인 대량살상무기 추구는 스스로 안보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 “북한은 우리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도 계속 침묵하고 있다. 대화와 외교의 문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다”고 제의했다.

그러자 주 참사관은 곧바로 “한국은 무수한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한반도 주변 지역에 미국의 전략 자산을 끌어들이며 전쟁 촉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면서 “우리의 자위권은 주권에 관한 것으로, 어떤 타협도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국과 어떠한 대화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 참사관은 “북한 측 대표가 한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언급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한이 대화와 외교에 임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지체 없이 경청할 것을 권고한다”고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주영철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연합뉴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이날(26일)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에 쓰이는 핵심 자원 및 자금원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협의체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양국의 외교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한미 ‘강화된 차단 TF(Enhanced Disruption Task Force)’ 회의를 열었다. 양국의 수석 대표로는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린 드베보이스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대행이 각각 참여했다.

이번에 진행된 첫 회의에서 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정제유 반입 현황, 이에 대한 차단 방안을 집중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꼽힌다.

한미는 북한이 밀수하는 정제유의 상당 부분이 불법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봤으며, 이 같은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북 정제유 밀수에 연루된 기업 및 개인에 대한 독자 제재를 적극 검토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이와 함께 연내에 서울에서 제2차 회의를 열어 대북 정제유 밀수 차단을 위한 공조 강화 방안, 나아가 북한의 석탄 밀수출 등 불법 자금원 조달을 보다 적절하게 차단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