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쟁 가능성’ 전문가들 설왕설래…트럼프 재선 가능성도 ‘촉각’

황효정
2024년 01월 18일 오후 7:42 업데이트: 2024년 01월 18일 오후 10:45

최근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제기된 이른바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서는 트럼프의 재집권할 경우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 고위당국자인 존 플럼 미 국방부 우주정책 담당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사안과 관련 “전쟁 능력 여부에 대해 우리는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성공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북한은 만리경 1호가 한국의 진해·부산·울산·포항·대구·강릉 등은 물론, 괌과 하와이의 미군기지, 미국 백악관·국방부(펜타곤) 등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며 정찰 능력을 과시했다.

이달 16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약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수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로 대북 협상을 담당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자는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점쳤다.

이에 대해 북한 근무 경험이 있는 토마트 셰퍼 전 주북한 독일 대사는 이날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위협은) 북한의 오래된 협상 패턴에 불과하다”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2007~2010년, 2013~2018년 등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근무한 셰퍼 전 대사는 “최근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1950년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셰퍼 전 대사는 “북한이 핵 선제 공격과 무력 통일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큰 틀에서 북한의 최근 기조에 새로운 것은 없고, 다만 거친 말의 빈도가 늘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셰퍼 전 대사에 따르면, 북한의 이러한 선전전 확대는 시기적으로 올해 하반기 예정된 미국 대선과 연관이 있다.

그는 “트럼프 정부 때 북·미 협상 국면에서 북한은 오랫동안 북한을 상대해 온 미 국무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 또는 다른 후보라도 공화당의 승리는 자신들의 목표를 진전시킬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라고 확실히 믿고 있다. 북한이 그간 구축해 온 협상 패턴에 따라 미 대선 직후까지 긴장감을 계속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공개한 군사 정찰 위성 발사 모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진행된 공화당 대선 후보 첫 경선에서 압승, 재집권 현실화를 보다 가시화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을 앞서는 지지율을 보이는 중이다.

이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앤디 임 연구원은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북한의 도발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국 내 독자 핵무기 보유에 대한 지지 확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시절 김정은과 총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는 등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바 있다.

두 미국 전문가는 “(그 결과) 북한의 도발과 미사일 훈련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한국에서는 대중과 정책 엘리트 사이에서 핵보유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한국의 자체 핵무장 의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해 미국 대선 결과가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후보가 맞붙는 대선은 현지 시간으로 오는 11월 5일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