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순항미사일 다음은 잠수함 개량…점점 위험해지는 러와의 밀착

전경웅 객원기자
2024년 02월 1일 오전 11:31 업데이트: 2024년 02월 1일 오전 11:31

북한이 지난 28일 발사한 미사일이 ‘불화살 3-31’ 순항미사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수중에서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을 쏘았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김정은이 그동안 밝힌 잠수함 개발 목표에서 이제 남은 건 추진 방식을 원자력으로 바꾸는 것과 추진체 부분의 현대화다.

지난 30일에는 순항미사일 ‘화살-2형’을 2발 발사했다. SLCM 발사에다 지난해 말까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열을 올리던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일주일 새 3번이나 쏜 것까지 종합해 보면 북한은 다종 미사일의 동시다발 공격 전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 北 매체 “김정은,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지도한 뒤 핵추진 잠수함 건조 둘러봤다”

지난 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쏜 SLCM은 ‘불화살 3-31형’이다.

통신은 ‘불화살 3-31형’ 2발이 각각 2시간 3분 41초, 2시간 4분 5초 동안 동해 상공을 비행한 뒤 섬에 설정한 목표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사일을 발사한 잠수함과 비행거리, 비행속도 등은 밝히지 않았다.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불화살 3-31형’은 바닷속에서 비스듬한 각도로 상승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은 수직발사관(VLS)이 아닌 어뢰 발사관에서 쏘았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북한 순항미사일 ‘불화살’은 러시아 ‘칼리브르(3M-14E)’를 원형으로 한다. 미국 BGM-109 토마호크를 베낀 미사일이다. 내수용과 수출용의 성능이 다른 이 미사일은 길이 6.2m, 동체 폭 0.533m, 최대 발사 중량 2.3t(부스터 포함), 사거리는 파생형에 따라 300~2500km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며, 수상함은 물론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순항미사일 ‘현무-3’가 바로 이 ‘칼리브르’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불화살’과 우리나라 ‘현무-3’의 모양은 매우 닮았다.

◇ 北의 ‘불화살 3-31형’ 핵탄두 장착 가능한 듯…남은 건 ‘조용한 잠수함’ 확보

북한은 김정일 시절 ‘칼리브르’를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 옐친 정부가 거부했다. 러시아는 2001년 ‘칼리브르’의 공중발사형으로 알려진 Kh-55 순항미사일을 이란과 중국에 소량 판매했다. 북한은 이란과 중국에서 Kh-55 가운데 일부를 밀수하는 공작을 추진해 몇 년 뒤에 성공한 사실이 2006년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북한은 입수한 Kh-55를 역설계해 순항미사일 개발에 나섰지만 20년 가까이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란이 2019년 먼저 자체 개발 순항미사일을 선보일 정도였다. 그러던 북한은 2021년 1월 순항미사일의 첫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이해 북한은 3월과 9월에도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화살-1형’이었다. 결국 2021년 9월 시험발사 때는 1500km 비행에 성공했다. 한동안 뜸하던 북한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2022년 1월부터 3월까지 이어졌다. ‘화살-2형’이었다. 순항미사일 개량 작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개량은 예고한 것처럼 핵탄두 장착으로 이어졌다. 지난 28일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불화살 3-31형’이었다. ‘화살’이 ‘불화살’로 바뀐 것은 핵탄두 장착용이라는 뜻이고, 뒤의 숫자 31은 소형 핵탄두 모듈의 명칭 ‘화산-31형’을 붙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수중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이 무기의 약점인 ‘느린 속도’를 ‘조용한 잠수함’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어뢰발사관을 통해 쏠 수 있고, 크기도 탄도미사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잠수함이 이를 수중에서 발사하면 조기 탐지·요격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즉 북한에 마지막 남은 과제는 ‘조용한 잠수함 확보’다.

◇김정은이 핵추진 잠수함에 집착하는 이유…은밀한 공격 위해

문제는 북한에 조용한 잠수함을 건조할 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핵추진 잠수함 확보와 건조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로미오급이나 위스키급은 건조된 지 너무 오래된 탓에 유지보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수중 소음도 상당하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잠수함을 바다로 끌고 나가 수중에서 순항미사일을 쏜다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다. 즉 순항미사일은 최신형 재래식 잠수함이나 핵추진 잠수함 정도를 사용해야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8일 김정은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전했다. “핵동력 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해당 부문들이 수행할 당면 과업과 국가적 대책안들을 밝혔으며, 그 집행 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줬다”는 게 통신의 보도였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고 주장하지만 잠수함용 원자로 기술은 그 어떤 강대국도 다른 나라에 제공하지 않던 것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이후 시작된 러-북 간의 본격적인 밀착 관계로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즉 지난해 11월 북한과 러시아 간의 기술 협력 이야기가 나온 뒤 갑작스럽게 발사에 성공한 정찰위성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체 개발 또한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스마트(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전’도 과거 구소련의 잠수함용 원자로를 개발하던 업체 OKMB로부터 입수한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지만 아직도 우리 자체적으로는 잠수함용 핵추진 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주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려면 2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넘기지는 않겠지만 다른 기술은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바로 재래식 잠수함 추진 기술과 스크루 제조 기술 등이다. 그중에서도 ‘킬로’급 재래식 잠수함 기술은 한미 연합군은 물론 일본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러시아 ‘킬로’급 잠수함은 조용하기로 유명하다. 이 기술을 북한이 얻게 되면 ‘8.24 김군옥 영웅’함은 물론 기존의 ‘로미오’급의 정숙성도 몇 년 내에 크게 향상할 수 있다.

◇北 ‘하이브리드 타격 전술’ 적용할 가능성…E-8 조인트 스타즈 같은 체계 도입 절실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보여준 무기 개발 속도를 전제로 할 때 북한과 러시아 간의 밀착을 지금처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맡겨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머지않아 북한이 조용한 잠수함에 탑재한 핵탑재 순항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한미 연합군은 다양한 요격 체계와 조기경보체계, 특히 미군의 조기경보체계로 방어를 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북한 순항미사일 개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체계로는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한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요격이 어렵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는 사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미 연합군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요격 체계는 포물선 궤도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과 적 항공기 요격에 최적화돼 있다. 다양한 종류의 무기로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하는 ‘하이브리드 타격’ 대응에는 아직 최적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KN-23과 KN-24 같은 여러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초대형 방사포 등과 ‘화살-2형’과 같은 순항미사일로 한미 연합군의 이목을 끈 뒤에 극초음속 미사일로 공격하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에 대응할 만한 방안은 그나마 지상감시 조기경보기 도입이다. 일단 순항미사일은 저고도를 마하 0.8 정도의 아음속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발사 초기에 포착하면 요격이 수월하다. 또한 SRBM의 경우에도 발사와 동시에 포착하면 대응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가장 적합한 체계는 미국의 E-8 조인트 스타즈가 있다. 다만 해당 기체는 현재 퇴역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제를 깨닫고 기체 도입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