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CSIS 관리자 “中, ‘트로이목마’ 수법으로 전 세계 침투”

얀 예켈렉(Jan Jekielek)
2023년 10월 27일 오후 3:18 업데이트: 2023년 10월 27일 오후 3:44

캐나다 안보정보청(CSIS)의 전직 고위 관리자가 “중국공산당은 세계 각국에 수많은 요원을 파견해 그 사회 내부로 교묘히 침투하는 ‘트로이목마’ 수법을 쓰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중국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대량 수집’ 접근법으로 해외에 침투함으로써 서방의 정보기관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CSIS 아시아태평양 사무부장인 마이클 주노-카츠야는 영문 에포크TV ‘미국의 사상 리더들(ATL·American Thought Leaders)’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공산당이 해외로 파견한 스파이 요원들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5~10년간 조용히 지내며 그 사회의 완벽한 시민으로 녹아든다”며 “그러다 중국 정권으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곧바로 본색을 드러내 스파이 활동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들은 과거 기록을 완전히 세탁하기 때문에 쉽게 보안 허가를 받고, 민간 기업이나 정부 기관의 고위직에까지 오를 수 있다”며 “민감 정보 및 기밀 등에 접근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도, 그들은 중국 정권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버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노-카츠야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통일전선공작부는 ‘협력과 교류’를 명목으로 세계 각국의 정계, 학계 등에 스파이 요원들을 파견하고 해외 주요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 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것이 바로 ‘트로이목마’ 수법”이라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다 언젠가 본색을 드러내 그 사회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사이드와인더(Project Sidewinder)

주노-카츠야는 1990년대에 캐나다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침투와 위협 등을 조사하는 CSIS의 ‘프로젝트 사이드와인더’에 참여한 바 있다. CSIS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의 정보기관, 기업, 범죄 조직 등이 캐나다의 정계와 재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했다.

주노-카츠야는 “당시는 홍콩인의 캐나다 이민이 크게 늘었던 시기다. 특히 1997년 ‘홍콩 반환’ 직전, 불안감을 느낀 수많은 홍콩인들이 캐나다로 거처를 옮겼다”며 “브라이언 멀로니 당시 캐나다 총리의 새로운 이민 카테고리 덕분에 홍콩인들의 이민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문제는 중국 삼합회 등 범죄 조직까지 캐나다로 넘어오기 쉬워졌다는 것”이라며 “수많은 범죄자들이 캐나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프로젝트 사이드와인더의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2023년 2월 25일, 미국 뉴욕에 있는 중국계 향우회 조직 ‘미국창러협회’ 건물 앞에서 중국공산당 규탄 집회가 열렸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그러면서 “조사 과정에서 놀라운 점이 발견됐다. 중국 정권과 연계된 기업가, 활동가, 범죄자들이 캐나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라며 “중국의 침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총 30년간 이어졌다. 유력 정치인, 정부기관 관리자 등이 모두 표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사이드와인더는 2019년과 2021년 중국이 캐나다 연방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뒤 더욱 주목을 받았다.

주노-카츠야는 “캐나다가 중국공산당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독립적인 전문 수사기관을 신설하고,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캐나다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동맹국과의 협력도 중요하다”며 “협력과 공조를 통해 중국의 대규모 영향력 작전에 맞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21년 캐나다 시민권자인 마이클 코브릭과 마이클 스페이버가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을 때 중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이 다른 국가의 외교관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일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중국 당국에 의해 임의로 체포돼 1000일 이상 구금됐다. 이는 캐나다가 2018년 12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한 것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주노-카츠야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놀랍고 감동적인 일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중국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캐나다 외교관들의 법정 출입이 금지됐다. 이에 법정 밖에 서서 침묵으로 항의했는데, 다른 서방 국가의 외교관들이 여기에 동참해 항의 메시지를 전달해 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런 식으로 서방 국가들이 협력해 중국에 항의한다면, 언젠가 중국 정권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