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월 상하이·선전 300지수, 5년 이래 최저치 기록

정향매
2024년 02월 1일 오후 5:3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일 오후 6:06

“정부 부양책, 반짝 효과…대중 투자 신중론 부각”

중국 주식 매도세가 심화하면서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월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CSI300 지수는 전날 대비 0.9% 하락해 중국 당국이 금융 부양책을 약속한 22일의 종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마감했다. 월간 낙폭 6.3%포인트로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CSI300 지수는 지난 2019년 1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는 중국 당국이 경제 전망 악화와 부동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 때문”이라며 “지난 30일 홍콩 고등법원의 중국 헝다(恆大·에버그란데) 청산 결정과 홍콩거래소의 구조화 파생상품 및 스노우볼(snowball) 파생상품 관련 손실에 대한 불안감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중국 주가지수가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이하로 떨어지면 만기 도래 상품이 강제 매도되는 사태가 촉발된다. 이를 스노우볼 파생상품 손실이라고 부른다.

지난 23일 중국 당국이 국유 기업 역외 자금을 모아 홍콩거래소를 통해 자국 주식을 매입하는 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투자 심리가 호전되면서 홍콩에 상장한 중국 본토 기업을 추적하는 항셍중국기업지수는 이후 사흘간 9% 상승했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31일 중국 당국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1월 중국의 제조업 활동 지수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중국과 홍콩 증시의 시가 총액은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약 6조 달러(약 7997조 원) 증발했다”며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더 과감한 조처를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스위스계 금융기관 유니온 방카르 프리베(Union Bancaire Privee)의 상무이사 베이-선 링(Vey-Sern Ling)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중국 증시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단편적인 정부 지원 소식으로 인한 소폭 반등은 더 큰 규모의 매도로 인해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중국 당국 고위층의 경제 성장 우선순위 의지가 확고한지 모두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프라이빗뱅크 롬바드 오디에(Lombard Odier)의 아시아 거시 전략가 호민 리(Homin Lee)는 블룸버그에 “중국 당국은 최근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등 금융 부양책을 내놨지만 중국 자산에 대해서는 신중한 전략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며 “당국이 간헐적으로 내놓는 부양책은 단기적인 증시 반등을 일으킨다 해도 중국 시장 비관론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1월 기록적인 규모의 자금이 중국 중앙후이진투자유한회사(中央匯金)를 비롯한 중국 국영 금융기관으로 유입됐다. 자금 규모는 2015년 7월 중국 당국이 증시를 구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의 5배 이상의 규모로 집계됐다”며 이른바 ‘국가대표팀(국영 투자기관)’이 중국 증시를 지원하기 위해 국영 펀드를 매입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가대표팀’을 국가를 대신해 국내 주식을 보유한 정부 관련 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5년 증시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대표팀을 구성했다.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국자위 산하 증권금융공사(CSFC) 등이 포함돼 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증시에서 급락하는 우량주 펀드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국영 금융기관 투자자가 증시 만회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펀드를 매수하는 주체가 누구이고 그들이 보유한 자금 규모가 증시를 반등시킬 만큼 충분한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분석가들은 주식 매입의 주체를 이른바 ‘국가대표팀’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