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외여행 제한 조치, 공무원·국유기업 직원까지 확대

강우찬
2023년 10월 21일 오후 10:27 업데이트: 2023년 10월 21일 오후 10:27

“서방과 관계 악화 속, 외국 영향력 차단 의도”
교사 해외여행도 제한, 홍콩·싱가포르 직원까지

중국 공산당(중공)이 공무원과 국유기업 직원의 사적 해외여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이들의 해외와의 관계를 엄격하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중공은 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고위 정부 관료와 국영기업 임원의 개인 해외여행을 오랫동안 제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한이 일반 공무원과 기업 직원들에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안에 정통한 12명의 관계자 발언과 8개 정부기관의 공식 통보문 등을 근거로 이 같은 출국 제한 조치가 2021년부터 중국 전체 공무원 700만 명과 국영기업 직원 7000만 명을 대상으로 확대·적용돼 왔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당국은 해외여행을 금지하거나 횟수와 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번거로운 승인 절차를 요구하며 출국 전 비밀 유지 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해외여행 제한은 중공이 지난 1월 해외 입국자 격리 규정을 없애 국경을 재개방한 후에도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됐다. 전·현직 공무원 및 국영기업 직원인 이들 12명의 관계자 역시 이러한 규제가 코로나19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중공과 서방 간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공은 최근 반간첩법을 개정해 간첩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자국민에게는 간첩신고 활동을 장려해 왔다.

전문가들은 중공 당국이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들의 해외와의 접점을 줄여, 이들을 통해 외국의 영향력이 중국 내에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여행 제한은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건설은행의 베이징과 상하이 지점 직원들은 개인적 사유에 따른 해외여행은 연간 1회, 최대 12일로 제한됐으나, 중국개발은행은 본토는 물론 홍콩과 싱가포르 지점의 신입사원들까지 올해 해외여행이 전면 금지됐다.

아울러 저장성과 상하이의 일부 공립학교에서도 교사들의 해외여행에 제한이 걸렸다는 발언이 나왔다.

중공 당국은 또한 자국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들(가족 포함)을 대상으로 외국과 맺고 있는 관계도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명의 관계자 중 일부는 외국 국적 또는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친척에 관한 정보, 해외에서의 경험, 외국으로부터의 지원 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받았다.

통신은 이들이 이런 요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으며, 정보를 요구한 곳은 공산당 산하 청년조직인 ‘공산주의 청년단’, 각 사회단체 대표들의 모임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중앙정부부터 지방정부 기관까지 다양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환경이 악화되면서 중남미를 거쳐 미국까지 육로로 이동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의 작년 6월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해외로 망명을 요청한 중국인은 12만 명으로 시진핑이 취임한 해인 2012년의 1만2천 명에 비해 10배 규모로 증가했다.

이는 2019년과 2020년에 비해 각각 3.7%, 10% 증가한 것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망명 신청 대상국 1위는 미국으로 2021년에만 중국 본토 출신 망명 신청자 8만8722명이 수용됐고, 2위는 호주로 1만5774명이었다. 이어 수천 명이 브라질, 캐나다, 한국, 영국으로 망명을 신청했다.

이런 추세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 자료에서는 작년 10월 이후 6개월 동안 미국 남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가 체포된 중국인은 약 6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공과 미국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중국 내에서 미국에 대한 적대 의식이 치솟고 있으나 중국인들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국가 역시 미국이라는 현실은 중공 치하 중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